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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열전

가장 사이코패스 다운 사이코패스 '복수는 나의 것'의 에노키즈

by 그럽디다 2021. 7. 25.

영화사에 기리 남을 악당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첫번째 이야기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에 나오는 연쇄살인마 에노키즈다. 

 

돌연, 같이 일하던 동료를 죽인다. 원한은 없었다. 단지 돈이 필요했을 뿐. 사내는 동료의 피가 묻은 손을 자기 오줌으로 씻고 그 손으로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감을 따 먹는다. 맛이 없었는지 이내 뱉어 버리는 사내. 다시 다른 동료를 죽이러 급하게 걸어간다. 살인 행위 자체보다 더 치를 떨게하는 이 장면은 우리에게 <우나기>, <간장선생>등으로 유명한 명장 이마무라 쇼헤이가 연출한 <복수는 나의 것>의 살인 시퀀스다.

 

사키 류조의 동명소설 <복수는 나의 것>을 바탕으로 이마무라 쇼헤이가 빚어 놓은 연쇄살인마 에노키즈. 도피자금을 위해 동료를 죽이고, 살인 후의 흥분과 함께 배설욕을 그자리에서 해결하며, 배고프면 눈에 보이는 것을 먹는다. 마치, 곤충의 머리, 가슴, 배 처럼 고도로 단순화 된 욕망의 알고리즘이 외려 순수해 보일 정도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영화가 종종 만들어지긴 했지만 <복수는 나의 것>의 에노키즈야 말로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에노키즈는 타자의 감정에 동의하지 못하고, 때로 특유의 궤변으로 상대를 홀리는데 비상하다. 물론, 죄책감은 없다. 택시에 동승한 변호사와 금새 친분을 쌓더니, 그를 죽이고 집을 차지하는 식이다. 경찰의 포위망을 피하기 위해 자살한 것처럼 꾸미거나, 대학교수로 위장해 시골로 몸을 숨기는 기만행동은 갈수록 진화한다. 그가 가는 곳 마다 피바람이 분다. 왠일인지 대단한 정력가이기까지 한 그는, 여기저기 정부를 만드는데도 도가 텄다. 

 

 

이런 에노키즈가 망설인 살인이 딱 한번 있었다. 도망 생활 중 새로운 정부로 만든 여관주인 하루. 하루는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을 안 이후에도 그를 사랑한다. 한번 살인을 저지른 경험이 있는 하루의 어머니 역시, 에노키즈가 자신들을 언젠가 죽일것을 본능적으로 알면서도 셋의 기묘한 동거를 이어간다. 물론 이 기묘한 동거 생활도 얼마가지 않아 에노키즈에 의해 작살이 나지만, 하루에게 키스하며 교살하는 장면에서 그는 잠시나마 분명 괴로워했다. 

한가지 더 흥미로운 장면이 있는데, 변호사를 죽인 후 술을 마시던 에노키즈가 스스로 목을 졸라보는 장면이다. 마치 이 지긋지긋한 살인 행각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싶다는 듯이 그는 자신의 목을 조른다. 보통 사이코패스를 상대방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이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만큼 자신의 고통에는 민감한 인간이라는 뜻 일 수도 있겠다. 로버트 D.헤어가 사이코패스에 대해 정리한 저서 <진단명 : 사이코패스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이상인격자>에서는 한 사이코패스의 흥미로운 인터뷰가 실려있다. “사이코패스도 남들과 똑같은 인간이에요.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예민하기 때문에 사이코패스라고 하는거죠. 사이코패스는 어떤 종류의 고통도 견딜 수 없습니다.”

 

 

어떤 고통이 그를 괴물로 만들었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살인마가 그렇듯이 노키즈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유일한 생계수단인 배를 국가에 빼앗기고도 속편하게 종교로 도망가버린 아버지를 에노키즈는 어린시절부터 미워하고 또 미워했다. 국가, 가부장, 종교가 만들어 놓은 고급 가식 속에 에노키즈의 여린 감수성은 못 되게 타고난 성격과 엄청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에노키즈가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사이 에노키즈의 아내와 정분이 난 아버지, 그러면서도 아직 섹스는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아들보다 올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방향을 잃고 사회로 난사 되어 온 것이다. 결국 에노키즈는 자신에게 혜를 끼치지 않은 사람만 죽인 수 있는 겁쟁이였음을 인정한다. 경찰에 잡혀 살인형을 받은 그를 면회 온 아버지 앞에서, 결국 죽이고 싶었던 것은 아버지였음을 절실히 느낀다.

 

그나저나 사이코패스, 그러니까 반사회적 인격장애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가 아닌 우리 보통 사람들은 그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인 사람들은 후회나 반성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뭔가를 지적하기 보다, 새롭게 긍정적인 도전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한다. 그러나 이보다 우선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되도록 얽히지 말것.’ 이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