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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교실

거장의 B급 통속 호러 '드라큘라' 2편

by 그럽디다. 2021. 8. 6.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드라큘라>의 원제목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이다.

 

그리고 기존의 다른 드라큘라 영화들보다 브람 스토커의 원작 소설에 가장 충실한 영화를 표방했다. 원작 소설은 드라큘라의 런던 출현과 그의 퇴치 과정에 관계된 여러 인물의 일기와 편지 등의 문서 기록들을 모아놓은 일기체, 서간체 형식의 문학이고, 영화는 원작의 이런 개성을 살려 인물의 일기로 시퀀스들을 구성했다.

 

하지만 영화의 각색 폭은 여전히 크다. 기존 드라큘라 영화들보다 하면 했지 결코 하지 않다. 그럼에도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라는 제목을 이유는 <드라큘라>라는 영화 제목에 대한 권리가 제작사인 컬럼비아가 아니라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작은 이유는, 코폴라 감독의 성향이다. 그는 제목에 원작자 이름을 붙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영화 <대부> 3부작의 영어 원제는 <마리오 푸조의 대부>, <레인메이커> < 그리샴의 레인메이커>였다.

 

 

코폴라의 <드라큘라> 가진 스토리상의 특징은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드라큘라가 중세 루마니아 왈라키아 지방의 군주였던 블라드 체페슈라는 설정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실존인물인 블라드 체페슈는 포악한 공포정치를 펼쳤고, 전쟁에서는 잔혹한 악마적 면모를 보인 군주로 악명이 높다. 죄수나 적군의 시체를 창에 꿰어 세워놓고 전시했던 특징 때문에블라드 가시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본인은블라드 드라쿨레아라고 불리는 것을 선호했다. ‘드라쿨레아드라쿨(드래곤) 아들이라는 뜻이고, ‘드라쿨 아버지의 서품(序品)이었다. 드라큘라라는 이름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브람 스토커가 드라큘라를 집필할 블라드를 참고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소설에는 드라큘라가 가문과 관계있을 이라는 정도만 언급될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영화의 오프닝과 거기서 파생되는 디테일들은 영화에서 꾸며낸 것이다. 실존인물 여부보다는 드라큘라의 기원을 밝힘으로써 그가 괴물 이전에 인간이었음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스토리의 두 번째 특징이자 더 중요한 특징은
드라큘라와 미나가 연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드라큘라의 기원에서 뿌리 뻗는 관계이며 심지어 시공을 초월한 운명의 반쪽이라는 설정의 영향은 크다. 기존에 절대 , 공포의 대상으로만 묘사되던 드라큘라가 인간적 욕망과 풍부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로 재탄생하게 계기이다. 소설부터 예전 영화들 모두 괴기스런 사건의 전모를 열거하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던 이야기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적 로맨스의 성격을 띄게 것이다. 드라큘라가 인간에서 불멸의 초인으로 변하는 이유가 사랑(개인의 세속적 욕망) 신앙의 첨예한 갈등 때문이라는 것도 참신하다. 스토리의 시작이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기였던 중세이고, 사건이 펼쳐지는 현재는 이성과 세속적 규범이 중시되던 근대 빅토리아 왕조이다. 그만큼 영화에서는 신앙, 미신, 욕망, 이성 등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한다. 서구 문화권의 기독교적 세계관에 동양적인 윤회와 환생의 개념을 접목시킨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이런 특징으로 가장 달라진 것은 절정과 결말의 정서적 효과다. 헬싱 일행의 추적이 드라큘라의 턱밑까지 닿았을 , 드라큘라와 미나의 사랑도 최고조에 오른다. 감정이 높이 올라가니 파국의 충격은 더욱 커진다. 이는 비극의 원리다. 원작소설에서는 목이 잘리고 곧바로 죽어 재가 되어 소멸되었을 뿐인 드라큘라가 영화에서는 세월 그리워했던 미나의 품에서 작별을 고하며, 그에게 마지막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바로 그녀다. 파국은 둘의 영원한 사랑이 완성이기도 하고, 나아가 신과 인간의 화해까지 담아낸다. 호러가 로맨틱한 에픽으로 변한 것이다. 아카데미에서 인정받은 미술과 의상 시각적 화려함이 더해지면서, 편의 만든 고전 오페라를 보는 쾌감에 몫을 하는 극적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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