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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익스프레스

영화를 가장한 거대한 광고 <전자오락의 마법사>

by 꿀마요 2021. 11. 28.

 


생각해보면 <파워레인저>가 왜 마지막에 가서야 가장 강력한 무기를 쓰고, <나홀로 집에>의 케빈은 어떻게 성인 남성 두 명과 싸웠을까? 어린이 영화들은 영화의 논리하고는 상관없이 행복한 기억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돌아보면 마뜩잖은 작품들도 있다. 바로 게임기 회사가 자본을 대서 만든 <전자오락의 마법사> 같은 영화 말이다. 

1980년대 어린이들에게 콘솔 게임기는 가장 매력적인 선물이었다. 그중에서도 닌텐도 게임기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전자오락의 마법사>는 게임기 제작사 닌텐도가 만든 어린이 영화다. 당시 <케빈은 열두살>의 ‘케빈’ 프레드 새비지가 주인공 코리 우드역을 맡았다. 반항 끼 넘치는 코리 우드의 형 닉 우드는 훗날 <볼륨을 높여라>에서 자아 분열적 청춘을 연기한 크리스천 슬레이터다. 화려한 출연진에 독특한 소재를 가진 영화는 세간의 이목을 끌 만했다. 한국에서는 2년 늦은 1991년에 개봉되었고, 어린이 관객에 맞추어 자막이 아닌 더빙판으로 개봉되었다.

&lt;케빈은&nbsp;열두살&gt;로&nbsp;친근한&nbsp;프래드&nbsp;새비지와&nbsp;&lt;볼륨을&nbsp;높여라&gt;에&nbsp;출연하기&nbsp;2년&nbsp;전의&nbsp;클레스찬&nbsp;슬레이터


하지만 이 영화는 20년이 지난 지금 영화 리뷰어들에게 '다시 제대로 시청하면 추억이 파괴되는' 원흉으로 지목되곤 한다. 사실, 처음부터 닌텐도사가 자사의 게임 홍보용으로 만든 영화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노골적인 광고는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도가 지나치다. 


닌텐도의 게임기가 노출되지 않는 장면을 찾기 힘들 정도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게임대회의 미션은 ‘슈퍼마리오 3’를 클리어하는 것이다.

   
코리(프레드 새비지 분)는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외로운 소년이다. 코리는 ‘캘리포니아’라는 단어만을 반복하는 자폐아 동생 샘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난다. 몰래 병원을 나와 동생과 길을 떠난 코리는 자신의 동생이 게임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코리는 동생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게임'으로 경쟁을 벌이는 게임 대회에 출전시킨다. 이 영화는 언뜻, 길 위에서 형제가 겪는 우여곡절과 우정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의&nbsp;홈쇼핑의&nbsp;상품설명에&nbsp;가까운&nbsp;파워글러브&nbsp;설명&nbsp;장면

그러나 영화는 멀미가 날 정도로 많은 직,간접 광고장면들의 연속이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닌텐도사의 게임기를 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샘과 맞서는 악당 게이머 소년은 게임의 마스터답게 닌텐도의 모든 주변기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당시 닌텐도사의 강력한 전략 상품이었던 파워글러브의 사용법을 설명할 때는 능숙한 쇼핑호스트 같다. 아이들이 악당을 피해 도망간 곳은 테마파크였는데, 영화가 개봉하고 얼마 뒤 이 테마파크는 화려하게 오픈했다. 무엇보다도 게임대회의 주제인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게임’이 바로 ‘슈퍼마리오3’였다. 일본에서는 이미 발매된 게임이었지만, 미주 지역에서는 늦게 발매되었기 때문에, 이 영화 자체가 슈퍼마리오3의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장치였던 것이다.

당시 한국의 상황만 돌아보자면, 닌텐도의 주변기기들이 국내에 발매되지 않아 직접적인 광고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친구들과 영화의 장면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무척이나 즐거웠던 기억이 많다. 다시 꺼내본 <전자오락의 마법사>는 영화라기보다 거대한 CF에 가까웠다. 내가 기억하는 그 모든 화려함이 자본주의가 만든 가짜 무지개였다니 조금은 당혹스럽다. 


글쓴이 임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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