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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타 비하인드

에밀리아 클라크, 사라 코너가 된 용엄마

by 꿀마요 2021. 12. 4.

 



여전사 전성시대다. 한국에선 <차이나타운>이 있었고, 곧 <암살>, <협녀, 칼의 기억> 등이 개봉할 예정이다.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헝거게임> 시리즈와 <다이버전트> 시리즈는 나란히 십 대 여전사들이 주인공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블랙 위도우는 신이나 무쇠 인간 등 여러 초인과 대등하게 싸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는 맥스보다도 큰 존재감으로 시리즈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었다. 이번엔 <왕좌의 게임> 용의 어머니였던 소녀가 인류 반란군 지도자의 어머니가 되어 스크린을 누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히로인 에밀리아 클라크를 만나 보겠다.

이미지=영화&lt;터미네이터&nbsp;제니시스&gt;



에밀리아 클라크는 1986년 10월 26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고, 버크셔라는 시골에서 자랐다. 무대 사운드 엔지니어로 일하던 아버지 덕에 자라면서 자연스레 연극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10대 때 학교 연극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시작했고, 명망 높은 연극학교인 드라마 센터 런던에서 공부하며 10편의 연극에 참여했다. 드라마 센터 런던은 유럽 최대의 예술대학인 런던 예술대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칼리지의 단과대학으로, 콜린 퍼스, 피어스 브로스넌, 톰 하디, 마이클 패스벤더, 폴 베타니 등을 배출한 학교다.

에밀리아는 2009년 BBC 드라마 <Doctors>의 한 에피소드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 봤다. 그해 드라마 센터 런던을 졸업한 후 TV 영화 <Triassic Attack>(2010)에 단역으로 출연한 뒤, 바텐더, 콜센터 응답원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기회를 엿보며 지냈다. 그러다가 2011년 에밀리아는 HBO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에서 그녀는 춤을 춰 보라는 주문에 즉흥적으로 펑키 치킨 춤과 로보트 춤 등 코믹한 춤으로 좌중을 웃겼다고 한다. 그녀는 이 드라마의 대너리스 타르가리옌 역으로 유명해졌지만, 원래 이 역할에 내정되었던 여배우는 탬진 머천트였다. 촬영을 앞두고 탬진 머천트가 갑작스럽게 하차하면서 에밀리아가 대신 그 역할을 차지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캐스팅에는 운이 따랐지만, 에밀리아는 준비된 스타였다. 그녀의 첫 등장은 인상 깊었다. 창백한 피부에 빛나는 은발의 긴 머리, 파란 눈동자의 커다란 눈과 도톰한 입술의 대너리스는 마치 엘프와도 같은 아름답고 고귀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작 소설 속 대너리스가 현실에 나온 듯한 아름다움, 또는 소설에 묘사된 것보다 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왕좌의 게임> 초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미지=드라마&amp;lt;왕좌의&amp;nbsp;게임&amp;gt;



단지 예쁘기만 한 배우도 아니었다. <왕좌의 게임>의 권위적이고 마초적인 남성 중심 세계에서, 가장 비열한 남자인 오빠에 의해 가장 야만적인 남자 칼 드로코에게 팔려가듯 시집을 가야 했던 수동적인 여자였지만, 족장 칼 드로코의 사망 후 난민이 된 백성들을 홀로 이끄는 여왕 ‘칼리시’로, 누구보다 강한 의지로 버텨내며 점차 권력의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주도적인 여자로 바뀐다. 1미터 57의 아담한 키에 동글동글한 몸매의 대너리스는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가녀린 여자지만,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강인한 카리스마로 가장 혁명적인 정복자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해마다 그해 에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드라마와 배우들을 대상으로 수상자들을 선정해 EWwy 어워드라는 시상식을 여는데, 에밀리아 클라크는 <왕좌의 게임>의 파일럿 에피소드 만으로 2011년 EWwy 어워드의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3년에는 드디어 에미상 최우수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소설에 13세라고 묘사된 드라마의 첫 회부터 17세가 된 다섯 번째 시즌까지, 수많은 주요 인물들이 죽어가는 동안에도 꿋꿋이 ‘생존’한 캐릭터로, 여전히 드라마의 인기를 앞서서 견인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에밀리아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대너리스는 남자들에게 종속된 존재에 지나지 않았던 어린 소녀였으나 자신의 불행을 딛고 날아오르게 된 여자다. 변변한 출연작도 없는 무명 신인배우였던 에밀리아도 대너리스 덕분에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차세대 여배우라는 날개를 달게 되었다. 2012년에는 ‘Independent Critics’ 지가 뽑은 100인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 1위에 뽑히기도 했다. Ask Men이 뽑은 99인의 가장 이상적인 여자 리스트에서는 2012년 88위, 2013년 15위에 이어 2014년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맥심이 뽑은 100인의 섹시 스타 49위에 오르기도 했다.

단숨에 신데렐라가 된 에밀리아 클라크는 <왕좌의 게임> 외에도 여러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얻는다. 인기 록밴드 스톤 로지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스파이크 아일랜드로 여행하는 맨체스터의 고교생 밴드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 음악영화 <스파이크 아일랜드>에서는 소년들의 사랑을 받는 여고생 샐리 역으로, 쥬드 로가 갓 출옥한 금고털이범으로 출연한 범죄 코미디 <돔 헤밍웨이>에서는 골칫덩어리 아버지를 둔 기구한 딸 에벌린 역으로 출연했다. 2013년에는 연극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주인공 홀리 역을 맡아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하기도 했다. 2014년 개봉 예정이던 <가든 오브 라스트 데이즈>라는 제목의 영화에 제임스 프랑코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되었으나, 영화 제작이 전면 중단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미지=영화&lt;스파이크&nbsp;아일랜드&gt;(좌),&nbsp;영화&lt;돔&nbsp;페밍웨이&gt;(우)

2013년 그녀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사라 코너 역할에 대한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다.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오브 타라>의 브리 라슨,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포커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마고 로비 등이 경쟁자였지만 사라 코너 역할은 에밀리아 클라크에게 주어졌다. 영국의 시골에서 연극배우를 꿈꾸던 소녀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영화의 여주인공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사라 코너는 <터미네이터> 시리즈 초반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기계와의 전쟁에 맞선 인간 반란군의 리더 존 코너를 낳고, 그가 훌륭한 전사이자 리더로 성장하도록 이끈 강인한 어머니였다. <터미네이터>에서는 그저 연애를 하고 싶은 열아홉 살의 식당 웨이트리스였지만, 포기를 모르는 살인기계의 끈질긴 추적을 물리쳐야 했던 악몽 같은 경험 이후 여전사로 거듭난다. <터미네이터 2>에서는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해 정신병원에서도 훈련에 매진하고, 인류의 운명을 스스로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사이버다인 사의 과학자를 죽이고자 마음먹고 소총을 들고 뛰쳐나갔다. 전편의 겁먹은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강렬한 눈빛 연기와 탄탄한 근육질 몸을 앞세운 사라 코너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리플리 중위(시고니 위버)와 함께 90년대 할리우드 SF의 여전사 캐릭터를 대표했다.

이미지=영화&lt;터미네이터&nbsp;제니시스&gt;




이런 전설적인 캐릭터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인물로 변한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사라 코너는 여덟 살 때 눈앞에서 부모님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겪는다. 이후 11년간 터미네이터의 보호를 받으며, 인간이 아닌 기계와 유사 부녀관계를 맺으며 생존해 온 열아홉 살 소녀다. 터미네이터에 의해 훈련받아 온 그녀의 전사로서의 능력은 <터미네이터 2>의 사라 코너를 능가하며, 기계에 불과한 터미네이터와 인간적인 교류를 하는 모습은 <터미네이터 2>의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먼 미래에서 자신을 찾아온, 아직은 낳지도 않은 아들을 향한 모성애와 인류의 생존에 대한 책임감까지 간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설정이 달라진 만큼 에밀리아 클라크의 사라 코너는 <터미네이터>와 <터미네이터 2>의 린다 해밀턴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것이다. <왕좌의 게임>에 함께 출연했던 레나 헤디가 연기했던 드라마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연대기>의 사라 코너도 린다 해밀턴의 사라 코너 캐릭터를 이어받은 역할이므로, 이 역시 에밀리아 클라크가 연기한 사라 코너와는 다른 인물이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전 배우들과는 다른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부담이 있었을 테지만, 스물여덟 살의 에밀리아 클라크는 젊은이다운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 영화의 사라 코너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왔다. 달라진 캐릭터를 통해 사라 코너의 진정한 본질을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될 것이다.”라며 이제부터의 사라 코너는 에밀리아 클라크의 사라 코너가 될 것을 당차게 선언했다.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는 어린 나이에 시대의 격랑 속에서 부족을 이끄는 인물인 만큼, 자신의 감정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에밀리아 클라크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다른 출연작이나 인터뷰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은 언제나 말괄량이처럼 웃고 있다. 바보 같은 표정을 지어 상대를 웃기는 것을 즐기는, 명랑하고 긍정적인 여자 아이 같은 성격이다. 2013년 뇌동맥류 치료를 받아야 했던 가슴 철렁한 경험을 했지만, 따로 휴식을 갖지도 않고 예정된 작업들을 해냈다.

<왕좌의 게임> 원작 소설을 근거로 보자면 대너리스는 적어도 7시즌까지는 등장한다고 한다. 새로운 <터미네이터> 리부트 시리즈는 3부작으로 기획되었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개봉 후 흥행 성적과 무관하게 3부작 모두를 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두 작품 모두 팬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만큼, 에밀리아 클라크의 입지는 적어도 몇 년간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중요한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대너리스는 이전에 비교할 대상이 없는 캐릭터이고, 이미 본인이나 팬들에게 익숙해진 후여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겠지만, 사라 코너는 다르다. 새로운 사라 코너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캐릭터이며, 아직도 팬들에게는 린다 해밀턴의 카리스마로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귀엽고 아름다운 모습만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닐 것이다. 그녀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배우로서의 삶을 잘 살아갈지를 이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근거로 판단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신인이나 다름없는 5년 차 여배우가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낙관적이고 명랑한 에밀리아 클라크의 성격만 놓고 보자면, 그녀는 이 테스트의 결과와 상관없이 자기의 길을 가는 데 거침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터미네이터2>에서 사라 코너가 아들에게 늘 가르쳤던 태도가 있다. 이는 이후의 시리즈에서도 존 코너의 입을 통해 되풀이되면서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가 된 말이다. “There is no fate but what we make." 정해진 운명 따위는 없고, 우리가 만들어 나가면 된다는 뜻이다. 에밀리아 클라크가 사라 코너처럼 이 말을 믿고 있다면, 팬들도 그녀의 미래를 기꺼이 응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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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