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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 또 보기

알고 보는 만큼 더 재밌는 [블레이드 러너 2049]

by 꿀마요 2021. 12. 28.


리들리 스콧의 걸작을 미래의 거장이 릴레이 한다.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시시콜콜한 정보들을 모아봤다.


1. 원작, 흥행 못 했다.

[블레이드 러너]는 100대 걸작이나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지만, 극장 개봉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던 작품이다. 1982년 6월 25일 개봉해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2위를 차지했는데, 1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매출을 올렸다. 당시 1위 작품은 스필버그의 [E.T]였고, 극장가에는 [록키3], [스타트렉2] 같은 강적들이 포진해 있었다. [블레이드러너]는 2주 차에 4위로 밀렸는데, 개봉한 지 6주나 되는 [록키3]보다도 낮은 순위였다. 4주 차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5주 차에는 16위를 기록한 뒤 박스오피스에서 사라졌다.


2. 35년 만의 속편

리들리 스콧 감독은 전에도 속편을 만들려고 했었다. 몇 가지 속편 스토리들은 소설로 출간됐었다. 2007년에는 레이첼(숀 영)과 데커드(해리슨 포드)의 뒷이야기를 다룬 속편 제작을 고려했으며 숀 영은 출연을 적극적으로 원했었다. 2008년에는 외계 식민지 행성에 관한 이야기와 타이렐 회장이 죽은 뒤의 타이렐 코퍼레이션(레플리컨트를 개발, 생산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에 관한 시나리오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2011년 3월에 드디어 속편 제작 판권에 관한 협상이 시작됐다. 그 결과 현재의 속편이 새로 기획되었으며 제목과 개봉 일정, 감독 등이 결정됐다.


3. 2007년 버전의 속편이다

[블레이드러너]는 개봉 당시 극장 흥행에서 참패했다. 많은 사람이 그 이유를 잘못된 편집에서 찾는다. 원래 리들리 스콧 감독의 편집본은 데커드(해리슨 포드)의 내래이션이 없는 버전이었다. 이 오리지널 컷 버전이 지나치게 심오하거나 어두운 장면이 많아 흥행에 도움이 안 될 거라고 판단한 워너브러더스 측에서 일부 장면의 편집을 바꾸고, 데커드의 내래이션 등을 넣어 인터내셔날 컷을 만들어 개봉했다. 1989년, 사운드 담당 스탭이 리들리 스콧의 오리지널 버전을 찾아 한 영화제에서 공개했고, 추가 상영까지 전회 매진을 기록하자 워너브러더스가 디렉터스 컷 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시켰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 본인은 이 버전도 편집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어서 디렉터스 컷이 아니라고 밝혔고, 다시 직접 최종 편집한 버전을 만들어 2007년에 개봉했다. 이 버전은 파이널 컷이라고 부른다. 각각의 편집 버전마다 플롯이 조금씩 다른데, 이번 [블레이드 러너 2049]는 2007년 파이널 컷 버전의 플롯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4. 빌뇌브는 연출을 거절하려고 했다

드니 빌뇌브는 원래 이 영화의 연출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다. 빌뇌브 자신이 [블레이드 러너]의 팬이었으며, 아무리 잘 만든 속편이라도 오리지널의 가치를 훼손할 거로 생각했다. 또한, 팬들이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이 강하고, 충성도가 높은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부담이 컸다. 그러나 제작사가 완성한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자신의 우려를 뒤집는 뛰어난 속편일 뿐 아니라 여태까지 읽어 본 시나리오 중 최고였다며 마음을 바꿨다.


5. 영화를 못 보고 죽은 필립 K. 딕

오리지널 [블레이드 러너]는 위대한 SF 소설가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자양의 꿈을 꾸는가?’가 원작이다. 이 작품은 1970년대에 한 제작자에게 영화화 판권이 팔렸으나 당시의 시나리오는 코믹 버전이었다. 필립 K. 딕은 이 버전을 싫어했다. 이후 햄턴 팬처가 새로 쓴 [블레이드 러너] 시나리오 초고를 읽고 난 뒤에도 이 영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했었다. 심지어 리들리 스콧의 전작 [에일리언]도 싫어했다. 그런데 워너브러더스로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 시나리오 개발 과정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고 그에 따라 바뀐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열광적인 지지자로 변했다. 하지만 그는 이 영화가 개봉하기 석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 죽기 전 그는 영화의 오프닝 20분 편집본만 봤을 뿐이지만, 자신의 내면에 있던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했다고 극찬했다.


6. 리들리 스콧은 원작을 안 읽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다. 심지어 햄턴 팬처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쓴 데이빗 웹 피플스도 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필립 K. 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수많은 영화 중 원작의 세계관을 가장 제대로 구현한 영화 중 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7. 오리지널 작가의 귀환

[블레이드 러너]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배우 출신의 작가 햄턴 팬처다. 그는 원래 윌리엄 S. 버로우의 [네이키드 런치]를 영화화하고 싶었으나 판권 협상에 실패했다. 그 무렵 이 소설의 영화화 프로젝트는 실망스러운 코믹 버전의 시나리오만 나온 상태에서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다. 팬처는 이 영화의 판권을 구매해 제작자로 나섰고 직접 소설 형식으로 영화화 각색본 초고를 썼다.

팬처는 이전에 시나리오를 쓴 적이 없고, 계속 배우 활동만 하다가 이 영화로 데뷔하면서 작가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후에 쓴 다른 시나리오도 1989년과 1999년에 한 편씩, 두 편에 불과하다.

팬처는 [블레이드 러너]의 시나리오를 열 번 넘게 고쳐 썼다. 초고는 원작자가 마음에 안 들어 했고, 연출 제안을 거절했다가 복귀한 리들리 스콧과 작업하는 동안에도 계속 고쳐 썼다. 시나리오를 쓰는 내내 원작자 필립 K. 딕의 조언을 받았으며, 리들리 스콧의 수많은 아이디어를 모두 담기 위해 고민했다. [블레이드 러너] 세계관에 관한 한 팬처는 원작자나 감독보다도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속편 제작을 결정한 리들리 스콧과 워너브러더스는 당연히 팬처에게 스토리 구상을 제안했다. 펜을 놓은 지 15년이 넘은 70대 노인 팬처는 소설과 시나리오가 섞인 형식의 110페이지짜리 원고를 쓴 뒤 손을 뗐고, 그가 만든 스토리를 바탕으로 이번 [블레이드러너 2049]가 제작되었다.


8. 원작과 속편 감독들의 인연

오리지널과 속편 사이에는 35년의 간극이 존재한다. 리들리 스콧과 드니 빌뇌브의 나이 차이는 30살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40년 전인 1977년, [결투자들]로 칸느 국제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고, 드니 빌뇌브 감독은 대략 10년 전인 2008년 [넥스트 플로어]로 칸느 국제영화제 신인 감독상 후보에 올라 까날 플뤼(Canal+) 상을 받았다.

SF 영화 [듄]과 관련한 인연도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블레이드 러너] 감독직 제안을 처음에 거절했었는데, 바로 프랭크 허버트의 걸작 SF 소설을 영화화하는 [듄]의 감독을 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듄]의 진행이 너무 더뎌서 빠져나왔고, 그 무렵 형 프랭크 스콧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정신적으로 무너져있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추스르기 위해 [블레이드러너] 프로젝트를 맡기로 결심했다. [듄]은 2년 뒤 데이빗 린치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한편, 드니 빌뇌브 감독은 [블레이드러너 2049] 이후 [듄]의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9. 자레드 레토는 데이빗 보위의 대안이다

레플리칸트 제조사인 월래스 코퍼레이션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인 니앤더 월래스는 미스터리에 쌓여 있는 인물이다. 이 역할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조커 역할을 했던 오스카 수상자 자레드 레토가 연기하고 있는데, 원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선택은 데이빗 보위였다. 하지만 촬영 개시 얼마 전인 작년 1월 데이빗 보위가 타계하는 바람에 다른 배우를 찾아야 했다. 빌뇌브 감독은 데이빗 보위의 ‘로커’ 아우라를 대신할 수 있는 배우를 찾고자 했는데, 록밴드 ‘써티 세컨즈 투 마스’의 리드보컬 겸 기타리스트인 자레드 레토는 이 점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배우라고 판단했다. 니앤더 월래스는 시각장애인인데, 과도한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자레드 레토는 이번에도 완벽한 시각장애인이 되기 위해 앞을 볼 수 없는 렌즈를 착용하고 연기했다.


10. ‘퓨처리스트’ 시드 미드의 비주얼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스태프 명단에는 리들리 스콧과 햄튼 팬처 외에 또 한 사람의 중요한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비주얼 퓨처리스트 시드 미드(Syd Mead)다. 미드는 본래 산업 디자이너로 포드자동차, US철강, 필립스전자 등에서 일하다가 비주얼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는 소위 ‘퓨처리스트’ 컨설턴트라고 하는 미래지향적 디자인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영 뿐 아니라 산업에서도 미래지향적 디자인 컨설팅을 맡기도 했는데, 소니, 크라이슬러 등의 제품 및 콘셉트 디자인에 참여했었다. [스타트렉]이나 [에일리언2] 등 그가 참여한 여러 영화 중에서도 특히 [블레이드러너]가 보여준 미래 도시의 우중충한 풍경은 훗날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다룬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그는 또한 [블레이드 러너]의 경찰차나 데커드의 아파트 인테리어 등을 디자인했다.

[블레이드러너 2049]의 미래 도시 풍경 및 다양한 건축, 소품 등도 올해 84세의 미드가 제시한 미래의 비전에서 발전한 모습이다. 시드 미드의 미래 디자인은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와 프로덕션 디자이너 데니스 개스너 등 코엔 형제의 영화들과 007 [스카이폴] 등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비주얼리스트들이 이미지로 구현한다. 특히 로저 디킨스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프리즈너스]와 [시카리오]를 촬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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