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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더 스크린

감독을 말려 죽이는 배우 '말론 브란도'

by 꿀마요 2021. 11. 25.


우리에게 <시민케인 (Citizen Kane, 1941)>으로 잘 알려진 오슨 웰즈. 그는 한 인터뷰에서 영화 제작 과정 중 편집과정이 가장 즐겁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더 이상 배우들에게 시달리지 않아서’이다. 지난번 ‘비하인드 더 스크린’ 의 ‘배우들을 말려 죽이는 감독들’에 이어서, 이번에는 ‘감독을 말려 죽이는 배우들’을 살펴보자. 그 첫번째편은 대배우 말론 브란도.

 

<욕망 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말론 브란도
 실 말론 브란도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좋은 작품들 보다는 안 좋은 작품들이 더 많다. 게다가 그는 촬영 중 기이한 행동들로 감독들을 피곤하게 하기로 소문난 배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감독들이 그와 함께 작업하기를 원했는데, 그가 출연했던 몇 안되는 ‘좋은 영화’들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A Streetcar Named Desire, 1954)>, <워터프론트 (On the Waterfront, 1954)>, <대부 (The Godfather, 1972)>,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Last Tango in Paris, 1972) > 같은 작품들은 말론 브란도의 카리스마 없이는 아예 존재할 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영화들이다. 

 


 
<대부>의 말론 브란도. 
제작사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브란도에게 <대부>의 돈 콜레오네역을 맡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그는 ‘당연히’ 대부의 속편에도 말론 브란도가 출연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말론 브란도는 속편의 ‘젊은 돈 콜레오네’역을 거절했고, 모두 알다시피 이 배역은 그 당시 신인배우였던 로버트 드 니로에게 돌아갔다. 결국 말론 브란도는 속편의 마지막 한 장면에 ‘아주 잠깐’ 등장하는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촬영 당일, ‘제작사가 자신을 홀대’했다는 이유로 그는 세트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때문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마지막 장면을 말론 브란도 없이도 촬영할 수 있도록 부랴부랴 고쳐야만 했다. 

 

 


<지옥의 묵시록>의 말론 브란도
이런 수모에도 불구하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말론 브란도에게 계속 러브콜을 보냈고, 결국 그는 말론 브란도를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1979)>의 ‘커츠 대령’역에 출연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한 이 영화는, 제목만큼이나 지옥 같은 촬영과정으로도 유명하다. 동남아 촬영과정 중 제작진의 식중독 사태, 주연배우 마틴 쉰의 심장마비, 태풍으로 인한 세트장 파괴 등이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 코폴라 감독이 겪었던 난항들이다. 하지만 그에게 촬영 중 가장 큰 난항은 다름 아닌 말론 브란도였다. 애초에 코폴라 감독은 날렵한 느낌의 커츠대령을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브란도는 영화말미에 나오는 물소보다도 큰 몸을 이끌고 세트장에 나타났다. 게다가 대본도 전혀 익히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결국 촬영은 최대한 말론 브란도의 얼굴 위주로만 가야 했으며, 전신 샷의 경우 대역을 기용해야만 했다. 그리고 대본을 무시한 체 ‘즉흥연기’로 일관한 그에게서 최대한 멋진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 코폴라 감독은 수만자의 필름을 낭비해야만 했다. 그리고 과연 감독이 고생한 만큼의 결과물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신 분들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스코어>의 말론 브란도
70년대 후반부터 체중 조절에 실패한 말론 브란도는, 자신의 거구가 카메라에 담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유작이 된 <스코어 (The Score, 2001)> 촬영 중에 그는 (아예 전신샷을 찍지 못하도록) 바지를 안 입고 노팬티인 상태로 세트장에 등장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또한 <스코어>의 감독은 ‘요다’와 ‘미스 피기’ 등의 캐릭터 인형 조종 및 목소리 연출로 유명한 프랭크 오즈인데, 말론 브란도는 촬영기간 내내 프랭크 오즈를 ‘미스 피기’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도 <스코어>의 촬영은 말론 브란도의 1996년작인 <닥터 모로의 DNA (The Island of Dr. Moreau)>에 비하면 비교적 순탄했던 이다. 400억짜리 대작인 이 영화는, 말론 브란도 뿐만 아니라 또 한 명의 문제적 배우인 발 킬머 때문에 촬영과정이 순탄하지 못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촬영 즈음해서, 말론 브란도는 딸을 잃었고 발 킬머는 이혼중이여서 둘 다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이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촬영 중 둘의 기행은 제작진의 피를 말렸다. 말론 브란도는 발 킬머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네는 연기력에 비해 돈을 너무 많이 받는 거 같다.”고 디스를 했고, 이후 둘은 촬영 기간 내내 티격태격 댔다고 한다. 말론 브란도에게 삐칠대로 삐친 발 킬머는 촬영기간 내내 말론 브란도의 웅얼거리는 말투를 흉내냈다. 심지어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때에도 말이다. 말론 브란도는 이 영화 역시 대본을 내동댕이 친 채 촬영에 임했다. 대신 그는 이어폰을 꽂고 세트장에서 읽어주는 대사를 읊었다고 한다. 조연배우 데이빗 듈리스에 의하면, 한번은 말론 브란도가 갑자기 “무슨 무슨 지역에 도난사건이 있습니다. 오바!”라는 뜬금없는 대사를 쳤다고 한다. 이어폰에 세트장 근방 경찰서 라디오의 주파수가 잘못 잡혀서이다. 
 

 


<닥터 모로의 DNA>의 말론 브란도
또한 촬영 중 단역이었던 배우 낼슨 델 라 로사(Nelson de la rosa)와 친해진 그는, 자신이 나오는 모든 장면에 그를 함께 출연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 영화에서 그가 난쟁이와 함께 피아노를 치는 기묘한 장면은 훗날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서 패러디 되기도 했다. 결국 리처드 스탠리, 존 프랑켄하이머 이렇게 두 감독을 거쳐 고생끝에 완성된 <닥터 모로의 DNA>은 흥행에 참패를 한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그는 엄청난 거구에 거의 움직임이 없다. 때문에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은 모로 박사가 아니라 섬 (The Island)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미지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 와니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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