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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디즈니가 성인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

by 꿀마요 2022. 7. 18.

디즈니와 폭스의 합병

관객 입장에서 인수 규모가 524억 달러인지, 우리 돈으로 57조 원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번에 인수된 회사가 21세기폭스인지 20세기폭스인지 헷갈려도 상관없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에일리언]이나 [데드풀], [킹스맨] 같은 폭스의 독보적인 '19', R등급 오락 영화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디즈니는 꿈과 희망의 나라, 기본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탄생한 세계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디즈니'의 브랜드로는 성인물은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절대 R등급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을 때, 폭스는 [데드풀] [킹스맨]을 피칠갑과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영화로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기록했고 [로건]은 어른만이 즐길 수 있는 묵직한 R등급 걸작으로 완성했다.

 

성급한 팬들은 [데드풀]의 칼이 목검이나 죽도로 바뀌기라도 할까봐, 매튜 본 감독이 다음 [킹스맨]을 연출하지 않을까 봐, 에일리언이 크고 맑은 눈 달린 짐승으로 진화한 뒤 인간에게 길들기라도 할까 봐 걱정한다.

 

 

 

이미 성인영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디즈니

 

하지만 우려는 접어두자.

 

이번 인수를 둘러싼 언론 발표에서 디즈니 CEO 밥 아이거가 "[데드풀]과 같은 R등급 브랜드를 만들 가능성도 있고, 또 잘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굳이 매달리지 않더라도, 디즈니는폭스의 브랜드와 색깔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디즈니는 R등급 영화를 아예 제작, 배급하지 않는 회사가 아니다. '디즈니'라는 브랜드로 제작하지는 않지만, R등급 영화를 제작하는 브랜드를 자회사로 여럿 소유한 역사가 있다.

 

대표적인 자회사가 바로 1984년부터 소유하고 있는 '터치스톤 픽쳐스'. 또한, 1993년부터 2010년까지 소유했던 '미라맥스'도 있다. 그리고 미라맥스는 '디멘전필름'이라는 장르영화 전문 제작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를 키운 디즈니

 

이들 회사에서 제작, 배급한 R등급 영화들은 상당히 많으며, 모두 디즈니의 적극적인 동의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디즈니 산하에서 자회사를 통해 제작, 배급된 대표적인 R등급 영화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프리티 우먼] - 게리 마샬 감독 (터치스톤픽쳐스)

[콘 에어] - 사이먼 웨스트 감독 (터치스톤픽쳐스)

[스타쉽 트루퍼스] - 폴 버호벤 감독 (터치스톤픽쳐스)

[스네이크 아이즈] -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터치스톤픽쳐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 토니 스콧 감독 (터치스톤픽쳐스)

[펄프픽션], [킬빌 Vol.1] [킬빌 Vol.2]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미라맥스)

[트레인스포팅] - 대니 보일 감독 (미라맥스)

[천상의 피조물들] - 피터 잭슨 감독 (미라맥스)

[황혼에서 새벽까지], [씬 시티], [패컬티] -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디멘전필름)

[스크림], [스크림2], [스크림3] - 웨스 크레이븐 감독 (디멘전필름)

[할로윈 H20], [아미티빌 호러] (디멘전필름)

 

극단적인 폭력에 심취해 있던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초기 걸작을 만들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회사가 바로 디즈니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은 돈 그리고 돈

 

이렇게 디즈니가 R등급 영화를 유통한다고 해서, 언제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미라맥스가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에 투자, 배급하려고 했을 때 디즈니는 이 논쟁적인 좌파 감독의 다큐멘터리가 그룹 이익에 반할 수 있다며 투자금을 회수할 것을 미라맥스에 종용한 적이 있다.

 

이처럼 디즈니는 자신들의 이익에 어긋날 경우 자회사의 자율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폭스 역시 철저히 기업이윤을 위해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데드풀은 앞으로 저질농담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킹스맨의 피칠갑은 계속될 것이다. 디즈니나 폭스가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는 기업이어서가 아니라, 이미 증명된 R등급 시장을 버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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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 기성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