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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교실

바이러스보다 위험한 국가권력 [크레이지]

by 꿀마요 2022. 8. 3.

 

출처 : 영화[크레이지]


마을 사람들이 몰살당한 건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인구 1,260명의 평화로운 시골 마을 ‘오그덴 마쉬’. 평범한 마을 사람 한 명이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학교운동장에 총기를 들고 난입했다가 보안관 ‘데이비드’에게 사살된다. 작은마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에 모두가 충격에 빠진 것도 잠시, 마을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이유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원인을 추적하던 데이비드는 우연히 강에 추락한 군용수송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거기서 흘러나온 ‘트릭시’라는 물질이 마을의 상수원으로 흘러 들어가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있음을 밝혀낸다. 그는 재빨리 수도공급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은 지역경제가 우선이라며 그의 말을 무시한다.

출처 : 영화 [크레이지]



그러는 사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니 갑자기 모든 통신수단이 끊기고, 방독면을 쓴 군인들이 마을을 봉쇄한다. 체온을 기준으로 감염 의심자를 골라내는 군인들에 의해 임신 중이어서 미열이 있던 데이비드의 부인 ‘주디’까지 강제 격리되고 만다. 이제 데이비드와 주디는 마구잡이로 사람을 공격하는 감염자들은 물론,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살육잔치를 벌이는 군대와도 맞서야 한다.

[크레이지]는 좀비영화 거장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1973년 작품인 [암호명 트릭시]를 브렉 에이즈너 감독이 성공적으로 리메이크한 영화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폭력적인 공권력 그리고 희생당하는 개인이라는 원작의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출처 : 영화 [암호명 트릭시]


한편으로, 원작인 [암호명 트릭시]는 본격적인 좀비영화는 아니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행동이 좀비와 많이 닮아있어서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리게 한다. 광견병과 파상풍을 참고하였다는 감염증상 묘사와 많은 분량의 고어 장면들 역시 ‘좀비영화’ 특유의 장르적 쾌감을 충실히 선사한다.

조지 A. 로메로의 좀비영화들이 자본주의의 소비구조를 꼬집는 사회적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면 [크레이지]는 포스터의 카피 “Why are dying good People”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의 폭력 앞에 선량한 시민들이 희생당하는 상황을 비꼬고 있다. 또한, 이런 국가 권력에 대한 공포는 정부가 위성 카메라의 시선으로 현장을 내려다보는 장면을 통해 효과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출처 : 영화 [크레이지]


그나저나 영화를 보는 내동 입이 쓴 이유는 뭘까. 군용헬기에서 흘러나온 ‘트릭시’는 우리에게 다양한 기시감을 준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그리고 매해 진화하는 구제역과 조류독감까지 국가권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우리 사회에선 어김없이 재앙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크레이지]는 새 정부가 시작된 지금 다시 한번 꺼내봐야 할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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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김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