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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마크 스트롱,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대머리

by 꿀마요 2021. 12. 1.

사진 = 영화<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좌), <이미테이션 게임> (우)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대머리 배우 마크 스트롱. 왠지 악역을 많이 하는 배우 '마크 스트롱' 이야기. 한국 극장가에 영국 영화 열풍이 불고 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이미테이션 게임>이 2월 마지막 주말 박스오피스 1, 2위를 나란히 기록한 것이다. 순항 중인 영국영화라는 점 외에도 두 영화의 공통점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두 영화 모두 마크 스트롱이라는 배우가 출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킹스맨>의 교육 담당 요원 멀린과 <이미테이션 게임>의 MI6 수장 스튜어트 멘지를 연기한 마크 스트롱에 관해 알아보겠다. 
 

사진 = 영화<셜록 홈즈> (좌), <그린 랜턴:반지의 선택> (우)


그는 1963년생이고, 90년대부터 8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중견 배우다. 다른 영화에 출연했던 그를 기억하는 관객이 많을 것이다.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를 꼽자면 <킥 애스:영웅의 탄생>의 악당 두목 프랭크, <로빈후드>의 악랄한 귀족 고프리 경, <셜록 홈즈>의 신비한 연쇄 살인마 블랙우드 역할 등이 대표적이다. <존 카터:바숨 전쟁의 서막>이나 <그린 랜턴:반지의 선택>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한 할리우드 대작에서 메인 빌런 역할로도 활약했었다. 그의 출연작 목록을 보면 2000년대 이후 출연한 대부분 영화에서 악역을 맡아 왔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다크나이트>의 조커,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과 함께 역대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고의 악역 3인방으로 꼽히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 역할도 제안받았었다.

짙은 눈썹 아래 또렷한 눈빛, 날카롭고 우뚝한 콧날을 지닌 것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금을 연상시키는 얼굴이다. 깊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또렷한 발음, 단호한 말투는 그가 밑바닥에서 굴러먹는 건달이 아니라 카리스마 있고 지적인 거물 악당이라는 인상을 주는 데 모자람이 없다. 단지 의도만 나쁜 악당이 아니라,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겨 직접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여러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들을 통해서 관객에게 또렷한 공포감을 심어주곤 했다. 이런 악당이 존재할 리 있을까 싶을 만큼 비현실적인 사악함을 지닌 역할을 연기하지만, 그의 악역은 대부분 설득력이 있다. 견고한 캐릭터 분석으로 악당의 목표의식과 가학적 심리를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막 사람을 죽인 자리에서 느긋하게 위스키 한잔을 마실 듯한 냉혈한의 아우라가 풍기는데, 실제 삶에서는 착하고 친절하며,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한다.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가 살면서 저지른 나쁜 짓이라곤 딱 한 번, 과속 운전을 하다가 걸린 일밖에 없다는데,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닌듯하다. 그를 인터뷰했던 기자들은 하나같이 직접 만나 본 마크 스트롱의 친절하고 순수한 태도에 자신들이 얼마나 감명받았는지에 대해 강조한다. 이미지와 정 반대의 평가가 신기하지만, 여러 가지 일화에서 그가 정말로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진 = 영화<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좌),  <제로 다크 서티> (우)

 

그의 선한 면모를 드러낸 영화도 많이 있다. 마크 스트롱의 또 다른 대표작들로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와 <제로 다크 서티>를 꼽을 수 있다.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는 쟁쟁한 출연진의 앙상블 연기가 돋보이는 수작으로, 마크 스트롱은 대사는 적지만 근심과 두려움이 읽히는 표정으로도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를 전해준다. <제로 다크 서티>의 CIA 간부 조지는 강한 신념과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특히 패배감에 빠진 부하 요원들에게 애국심과 열의를 강조하는 그의 연설 장면은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완벽한 미국식 액센트는 그가 얼마나 안정된 연기자인지도 보여준다. 현재 흥행중인 <킹스맨>과 <이미테이션 게임>에서도 그는 악역이 아니다. 그리고 2014년 이후에 나온 모든 영화와 현재 촬영 중이거나 후반 작업 중인 영화들도 모두 악역이 아니다. 

그는 80년대 후반부터 무대에서 호평 받는 연극배우로 지내다가 자연스레 TV로 진출했다. 특히 1996년 <Our Friends in the North>의 주연 4인방 중 한명으로 캐스팅되며 대중적 인기가 높아졌다. 함께 출연한 크리스토퍼 애클레스턴과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 드라마 이후 출세 가도를 달렸고, 훗날 각각 영국 대중문화의 대표 캐릭터인 닥터 후와 제임스 본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마크 스트롱은 딱히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기에 그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인기나 돈을 보고 계산적으로 일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계속해서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역할에만 충실하며 때를 기다렸다.
 

사진 = 영화<Our Friends in the North> (좌), <The Long Firm> (우)

그의 커리어가 크게 도약한 것은 2004년 BBC의 4부작 드라마 <The Long Firm>의 주인공 해리 스타크 역을 맡으면서 부터다. 해리 스타크는 60년대 런던 갱 조직의 잔인한 보스다. 마크 스트롱이 이 역할로 오디션을 봤을 때, 제작진 누구도 그를 원치 않았는데, 그의 선한 성품이 너무 또렷이 드러나서 악역을 깊이 있게 소화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단 한 사람, 프로듀서 라이자 마샬은 달랐다. 그녀는 마크 스트롱이 적역이라며, 우기듯이 제작진을 설득했다.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듯 마크 스트롱은 명연기를 보여 주었고, 그 해 영국의 아카데미인 BAFTA 어워드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이 드라마 이후로 많은 시나리오를 받아보게 되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만나기도 했는데, 바로 라이자 마샬이다. 그녀는 현재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제작사인 스콧 프리의 간부가 되었고, 부부는 함께 여러 작품을 해오고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바디 오브 라이즈>에 출연하여 런던 비평가협회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호평 받았고, 역시 그의 연기에 만족한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를 <로빈 후드>의 고프리 역할로 또 한 번 캐스팅하기도 했다.

마크 스트롱은 거의 매 해 다섯 편 가량의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그가 다작을 하는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 틈에 머무는 것을 좋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인생에는 아내 외에도 한번 맺은 인연으로 오래 가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특히, 1996년에 친해진 다니엘 크레이그는 지금까지도 자주 만난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마크 스트롱가 아들을 낳자, 기꺼이 친구 아들의 대부가 되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레이어 케이크>의 주인공이었는데, <킹스맨>의 감독 매튜 본의 감독 데뷔작이다. 매튜 본은 <스타 더스트>, <킥 애스>, <킹스맨> 등 세 편의 영화에서 마크 스트롱과 작업했었다.
또 매튜 본은 감독 데뷔 전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와 <스내치>의 프로듀서였다. 가이 리치도 마크 스트롱과 <리볼버>, <로큰롤라>, <셜록 홈즈> 등 함께 세 편을 찍었다. 콜린 퍼스와의 인연도 남다른데, <피버 피치>,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내가 잠들기 전에>와 <킹스맨>까지 네 작품을 함께 찍었다. 특이한 점은, 이 네 작품에서 마크 스트롱은 악역이 아니며, 심지어 콜린 퍼스보다도 선한 역할들을 연기했다.

마크 스트롱은 뒤늦게 얻은 두 아들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다작을 하면서도 아이들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멀리서 오래 찍는 작품에는 되도록 출연하지 않을 정도다. 한동안 악역을 맡지 않기로 한 이유도,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영화들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모든 일에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헌신적인 가장이다. 

이처럼 가족과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의 엄마는 오스트리아에서 십대 후반에 영국으로 왔다가 미혼모가 되었다. 이탈리아인 아빠는 그가 태어나자마자 떠나버려서 엄마 혼자 그를 키웠다. 엄마는 밤낮으로 일하느라 아들을 이웃의 손에 주로 맡겼었는데, 어느 날 다섯 살짜리 아들이 혼자 욕을 하면서 노는 것을 보고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엄마의 노력으로 마크 스트롱은 착실하고 원칙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났다. 하나뿐인 가족이던 엄마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고, 오스트리아의 외가 식구들과 소통하기 위해 공부한 독일어가 나중에는 독일에서 대학을 다닐 만큼 유창해졌을 정도로 가족에게 헌신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엄마를 따라 독일로 가서 법대를 들어갔다. 억울한 사람들을 대변해주고 싶다는 것이 변호사가 되려는 이유였지만, 법철학이나 법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법대를 관두고 영국으로 돌아와 새 대학을 고르던 중, 우연히 연극과 소개를 읽게 되었고, 그때 자기가 좋아할 분야라는 확신이 들어 연기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캐릭터는 배우가 연기를 통해 완성하는 것이다. 마크 스트롱이라는 배우는 타고난 외로움과 사람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배우가 되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캐릭터에 인간적으로 다가서는 방법을 터득했다. 덕분에 아무리 비현실적인 악당도 그가 연기하면 설득력을 가지고 더욱 생생한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배우 또한 그가 연기한 캐릭터를 통해 완성되기도 한다. 해리 스타크라는 캐릭터는 이후 마크 스트롱의 연기 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고, 배우로서의 그의 삶에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성실히 자신에게 다가온 악당 캐릭터들을 만남으로써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가 될 수 있었다. 지금 촬영 중인 차기작 <그림스비>는 인기 코미디 배우 사샤 바론 코엔과 공동 주연을 맡은 버디 영화라고 한다. 타고난 성품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여러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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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