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과는 상관없이, 가족의 모습이란 참 다양하다. 가정의 달을 기념하여, 막장 가족 영화들을 모아봤다.
가족은 누가 안보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기타노 다케시’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다. 그렇다. 드라마에서 오손도손한 3대가 모여 사는 장면이 자꾸 나오는 것은 사람들이 티비 속에서 환타지를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지. 현실에 그런 건 없어. 끽해야 일년에 너댓번쯤 명절이나 경조사 때나 만나는게 전부지만, 그 때 마다 이미 오래 전에 운명을 달리하신 조부께서 살아생전 너를 더 챙겨줬네 마네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논마지기를 니가 해먹었네 어쨌네로 싸우고 얼굴 붉히는게 바로 가족인 것이다.
그런데 평균 연령 마흔을 훌쩍 넘긴 가족들이 득달같이 모여 산다고? 잘 나갈 땐 살짝 귀찮다가도 아쉬울 땐 마지못해 비벼야하는 것이 가족이라고 볼 때, 이 가족 대단히 정상이 아닐 확률이 높다. 믿고 보는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니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그래서 이 막장 가족의 캐스팅이 누군데? 백수건달 큰 아들이 윤제문, 데뷔작부터 말아먹고 충무로에서 쫓겨난 잉여감독 박해일이 둘째 아들, 껌 좀 씹다가 시집도 두번 가고 이혼도 두번 한 화려한 인생의 막내딸이 공효진, 거기다가 여배우 인생 근 50년년의 파란만장함이 무표정한 얼굴 하나에 압축된듯한 윤여정이 이 답없는 삼남매의 엄마란다.
이 영화의 흠을 굳이 잡자면 배우들이 고령의 느낌이 약해. 너무들 동안이라는 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영화라며 뻔한 칭찬을 해주기에 아까움 없는 영화인 것도 사실이지만, 보고 나면 삼겹살이 미친듯이 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