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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 나는 전쟁 영화 <론 서바이버>의 무기들

by 꿀마요 2021. 11. 28.

[기획특집] 실감 나는 전쟁 영화 <론 서바이버>의 무기들


미 해군의 특수부대 중 하나인 네이비실 소속 대원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산악 마을에 숨어있는 탈레반 간부 아메드 샤를 제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목표에 접근했던 대원들의 위치가 노출되어 작전은 실패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군인 마커스 러트렐이 당시 상황에 대해 쓴 책이 주목을 받아, 영화 [론 서바이버]로 제작됐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군인 또는 무장세력이므로 총기는 당연히 중요한 소품이다. 여기에서의 각각의 무기들은 사실성을 강조하는 역할, 캐릭터의 특성을 표현하는 연출, 심지어 무기회사의 PPL로도 활용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네이비실 대원들은 위장 효과를 위해 색칠된 M16 계열의 총기를 사용한다. 4명 중 2명의 대원이 근접전과 강한 화력을 사용해야 할 경우를 위해 M4A1에 M203 유탄발사기를 장착하여 사용하고, 다른 2명은 중거리 이상의 적을 제압하는 목적으로 Mk12를 사용한다. 


 
이렇게 구분해 봐야 얼핏 보기엔 그냥 다들 M16으로 보일 정도로 비슷한 총들이지만 제작진은 실제 자료를 바탕으로 총기의 상황별 옵션, 색칠 등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썼다. 또한 이 총을 사용하는 배우들 역시 강도 높은 훈련을 거쳐 전문가가 보기에도 어색하지 않으며, 일반 관객이 보더라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연기를 보여준다. 처절하게 바위산을 굴러다니는 장면에서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와중에도 절대로 총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정예요원을 강조하는 장치가 된다.

 


 
탈레반 조직원들은 AKM 등의 동구권 무기를 사용한다. 물론 최신 무기들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산속에서 오랫동안 구르면서 생긴 스크레치가 가득하여 이 총을 든 이들이 풍요롭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산속에서 싸워온 전사들이라는 연출에 한몫했다. 탈레반의 지휘관이 네이비실 대원의 M4A1 한 자루를 노획한 후, 흐뭇한 목소리로 “흐음… M4…”라며 중얼거린다. 게릴라나 반군 등 무장집단의 간부들은 작은 총, 짧은 총을 좋아한다. 일단 들고 다니기 편하고, 그다지 좋은 옷이나 장비를 걸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이들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권위적인 액세서리다. 실제로 오사마 빈 라덴도 생전에 AK-47이나 AK-74의 단축형 소총을 좋아했다. 

한편 이 영화의 소품 중 M9 권총을 두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시 네이비실 대원들은 주무장으로 M4A1 카빈 등을 사용하고, 부무장으로 시그 사우어 P226 계열 권총을 사용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주무장은 실제와 같지만, 부무장은 실제와 달리 베레타 M9을 사용한다. 영화 내용이 가상의 이야기라면 무슨 총을 써도 상관이 없으나 실화를 바탕으로, 연출이나 작은 소품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영화인데다가, 시그 사우어의 권총은 영화용 소품 업체에 충분한 물량이 있으므로 구태여 베레타 M9가 소품으로 등장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해외 총기 포럼에서는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그 이유를 궁금해했는데, 그러던 중 업계 소식통에 밝은 총기 전문 블로거가 믿을만한 소식을 전했다. 총기회사 베레타가 자사제품 권총 홍보를 위해 꽤 큰돈을 들여 PPL을 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큰 거 다섯 장' 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고 보면 미국 영화의 PPL은 규모도 크고 제품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총기와 군용 장비 업체들은 예전부터 영화를 통한 홍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최근에는 국제 무기시장이 위축되고, 중국의 무기업체들이 염가 공세를 펼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아마 앞으로 [론 서바이버]의 M9처럼 실화 바탕의 영화마저 소품을 바꿔버릴 정도의 무기 광고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쟁영화의 생명인 리얼리티도 자본주의 앞에서는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 = 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 이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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