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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먹방

'아수라' 정우성의 처절한 먹방

by 꿀마요 2021. 12. 22.

이미지=영화<아수라> 



부자 동네가 되려고 기를 쓰지만, 실상은 범죄의 온상인 안남시를 배경으로 누가 더 나쁜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악인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지옥으로 달려간다. 범죄 액션을 표방하는 한국 영화들 중에 근래에 이렇게 순수하게 폭력만을 쏟아낸 영화가 있었나. <아수라>의 악인들은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계산적으로 권력을 사용하거나 룸살롱에서 야합을 다지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다음은 생각하지 않은 채 오직 눈앞에 마주한 적을 때려 부수고 죽인다. 
<아수라>가 보여주는 파국의 중심에는 한도경(정우성 분)이 있다. 침대가 지옥 같은 아내의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리 경찰이 되었다고 하기엔 그는 원래 나쁜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도 조금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한도경의 발목을 잡은 황반장(윤제문 분) 역시 악인이기에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경향이 있는 데다가, 하필 그날 일이 꼬이지만 않았어도 한도경이 그렇게 폭주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아수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도경의 스트레스가 필로폰을 가득 실은 트럭처럼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미지=영화<아수라> 


이 영화에서 한도경은 딱 두 번 식사한다. 첫 번째 식사로 일이 꼬인 직후 형제같이 지내왔지만 믿을 수 없는 충성만 날리는 문선모(주지훈 분)와 생선구이 백반을 먹는다. 사태 파악이 안 되는 문선모에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재차 설명하며 등을 두드리고는 생선 살을 크게 떼어 내어 그의 밥 위에 얹어준다. 한도경은 문선모가 아직은 자기 그늘아래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을까. 그러나 상황은 쉽지 않게 흘러간다.

이미지=영화<아수라> 

그리고 두 번째 식사 역시 같은 장소에서 그때처럼 문선모와 둘이 앉아 있지만, 이날의 문선모는 그때의 문선모가 아니다. 한도경은 절박함을 담아 문선모에게 분수를 알고 선 앞에서 멈춰서라고 경고하지만, 이번엔 문선모가 생선 살을 크게 떼어 한도경의 밥에 얹어주고는 그의 경고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버린다. 
 

이미지=영화<아수라> 


이 식사를 끝으로 한도경은 이제 문선모를 자신이 콘트롤 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문선모는 박성배(황정민)를 등에 업었고, 다른 노예가 생긴 박성배는 자신을 버릴 것이다. 점점 복잡해져 가는 상황 속에서, 한도경은 형사의 직감으로 완전히 망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필로폰을 가득 실은 과일 트럭처럼 전속력으로 질주하며 파국으로 치달을 뿐이다.  

이미지=영화<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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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최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