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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과 철이 안 드는 사내드들의 영화

by 그럽디다 2021. 11. 9.

철부지 사나이의 성장드라마 <아이언맨 3>

<아이언맨> 시리즈를 볼 때마다 돈이 많건 적건, 혹은 똑똑하건 바보 같건 간에 아무튼 사람이 철들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것저것 뒷수습하느라 바쁜 토니 스타크의 비서(이자 연인)인 페퍼 포츠는 뭐 이젠 거의 학부형처럼 보일 지경이다. 뭐 그래서 때에 따라서 아이언맨은 베베꼬인 천재 재벌2세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 속 문제에 개입하고 위험요소를 극복해내는가에 관한 성장 영화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햄릿>의 이야기처럼 보였던 맥컬리 컬킨의 <리치리치>의 경우에도 부잣집 도련님이 바깥 세상과 조우하면서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바 있었다. 결국 이란 뭔가 부딪히고 깨져야만 얻게되는 영광의 상처 같은 거였다.

 

아무튼 토니 스타크를 비롯 영화 속에서 뭔가 몸에 쇠를 장착한 이들은 보통 쇠(=)와는 어울리지 않게 철이 안든 행동을 하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빨리 철드는 게 효도하고 인류에 봉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들이 알아야 하는데, 생각해보니 일단은 지금 글을 쓰고있는 나도 철이 안 들어서 걱정이다.

 


"그래도 내가 왕인데..." <아이언 마스크>

 

요즘 개콘 코너 왕해를 보면 신하들이 어린 왕을 업신여길 때 마다 왕 역할을 하는 개그맨이 '그래도 내가 왕인데'를 연발하곤 한다. 뭐 신하와 왕이 옥신각신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제 오늘일 이 아닌데 절대왕정시대 프랑스에 군림하던 젊은 국왕 루이 14세와 신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루이 14세의 폭정을 견디다 못한 '삼총사'의 주인공들은 감옥에서 철가면을 쓰고 투옥된 루이 14세의 쌍둥이 남동생 필립을 루이 14세와 바꿔치기해 국가를 재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실제 바스티유 감옥에서 투옥됐던 '철가면'을 모티브로 만든 이 소설/영화에서 디카프리오는 잔혹한 루이 14세와 감옥에서 가면 쓰느라 세상물정 알리가 없는 순수한 필립의 1 2역을 도맡아내는데, 최근 개봉한 <장고: 분노의 추격자>에서의 그 사나운 절대악 캐릭터는 이미 10년도 더 지난 본 작에서 완수해냈던 셈이다. 영화 막바지에는 쌍둥이의 친부에 대한 비밀마저 밝혀지는데 때문에 누군가는 이를 두고 '삼총사 판 사랑과 전쟁'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 그리고 루이 14세처럼 막강한 힘을 가졌을 때 철까지 드는 건 확실히 쉽지 않은 일 같다.

 


 

"더 삐뚤어 질테다." <판타스틱 4>

<판타스틱 4>의 악당 닥터 둠은 마블 코믹스 소속에 철가면을 쓴 것도 그렇지만 재능있는 사업가 겸 박사라는 사실에서 토니 스타크와 공통되는 지점이 있었다. 우주 방사능에 노출되면서 초능력을 얻은 네 명의 주인공처럼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빅터 본 박사(=닥터 둠) 역시 마찬가지로 초능력을 얻는다. 하지만 업무로 인한 잦은 스트레스, 자신과 결혼하기로 한 여자가 자꾸 딴생각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게다가 몸까지 점점 차가운 금속으로 바뀌어가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혼자 삐뚤어지기로 결정하면서 빅터 본은 철가면을 착용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 그리고 네 명의 주인공은 둠 박사가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악당으로 변했다고 여겼지만 사실 둠 박사 옆에 있는 이들이 그가 괴물이 되기 전에 붙잡아줬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보통 히어로물의 악당들 역시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는 있지만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 동료들과의 불화로 인해 삐뚤어진 이 사내에게 나는 더 정이 가는 것 같다.

 


 

"나는 감독+주연이다." [러셀크로우의 아이언피스트]

 

타란티노의 총 제작 아래 우탕클랜의 르자가 피가 난무하는 쇼브라더스X블랙스플로테이션 풍 무협액션을 만들었다. 뭐 이렇게 설명하면 괜히 흥미롭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르자가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한다는 사실이 왠지 불안하다. 뭐 예상 가능하겠지만 '무당파'에서 이름을 따온 우탕클랜이었고 르자 역시 결국 액션영웅이 되고싶었던 모양인데, 결국 자기가 감독까지 해내면서 르자가 맡은 주인공 캐릭터는 아주 난리가 난다. 소림사에서 수련한 대장장이로 나오는 르자는 청동으로 몸이 뒤바뀌는 견고한 악당 브라스 바디에게 대적하기 위해 마치 토니 스타크처럼 철로된 강철주먹을 제작하여 직접 착용하게 된다. 

 

원체 과장된 액션과 쇼브라더스 풍의 거친 편집, 화면톤을 차용한지라 유명 배우들이 다수 출연함에도-심지어는 프로레슬러 바티스타가 끝판왕이다- B급 취급을 받곤 했는데 감독 주연까지 겸하면서 못미더운 액션연기를 하는 르자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헐리우드의 이경규 나셨다'며 빈정대기도 했다. 글쎄... 내 생각엔 이경규, 르자 모두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쟁취해냈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Do what you love, Love What you do.

 

글쓴이 한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