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연말 박스오피스를 두고 각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들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편, 독립영화계는 치열한 성수기 시즌을 피해 일찌감치 한 해를 정리한 분위기다. 2018년도 한국 독립영화는 어떤 수확들을 거두었고 또 얼만큼의 아쉬움을 남겼을까?
독립영화 극장관객 감소
2018년도에 개봉한 한국영화 중 다양성영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의 총 극장관객수는 약 116만명이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 2018.12.19까지 누계) 2017년도 1년간의 수치가 총 214만명이었던데 비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17년도 다양성영화 가운데 독립영화라고 보기 어려운 국산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W : 블랙미러의 부활>이 기록한 43만명을 빼고 계산하더라도 171만명에서 116만명으로 약 30%나 관객이 감소한 셈이다.
독립영화 흥행에 있어 하나의 지표가 되는 극장관객 1만명을 넘긴 작품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2017년에는 <공범자들> 같은 정치사회 다큐멘터리부터 홍상수, 신수원 등 베테랑 감독의 신작들, 그리고 <용순> 등 신인감독의 데뷔작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총 29편의 작품이 1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으나 2018년도에 1만 관객을 넘긴 독립영화는 <소공녀>, <영주>, <B급 며느리> 등 17편에 불과하다.
다큐멘터리 장르의 부진
독립영화 박스오피스의 감소의 첫번째 원인은 다큐멘터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탄핵과 정권교체로 인해 관련 이슈가 뜨거웠던 2017년의 경우, 정치사회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여러 편 개봉했고 대중들의 주목을 끌며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해당 이슈가 잠잠해진 올해는 이러한 다큐멘터리 작품 자체가 줄었으며 흥행 또한 저조했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가 54만 관객을 기록한 사례를 제외하면, <두 개의 문> 제작진이 용산참사에 대해 다시 한 번 파고든 <공동정범>과 <택시운전사>의 후일담이라 할 수 있을 <5.18 힌츠페터 스토리> 정도가 1만명 남짓한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주의적인 소재를 채택한 다큐멘터리들의 선전이다. 감독 본인의 어머니와 아내 간의 갈등에 밀착한 <B급 며느리>와 여성의 ‘생리’를 둘러싼 담론들을 다채롭게 담아낸 <피의 연대기>가 각각 2만과 1만 관객을 넘기며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었다.
홍상수 영화의 주가하락
홍상수 감독이 올해 내놓은 영화는 두 편이었다. 4월에 개봉한 <클레어의 카메라>와 10월에 개봉한 <풀잎들>이다. 해외에서의 지명도가 높은데다 제작비 규모가 작다 보니 국내 흥행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두 작품 모두 1만명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작품마다 기복이 있기는 하지만 확고한 팬덤이 있는 감독으로 알려져 왔고, 최근 수년간 개봉한 영화들이 많게는 8만명, 적어도 1만 7~8천명은 동원해왔던 터라 이와 같은 관객들의 외면은 눈에 띄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신인 감독들의 약진
전체적인 부진 속에서도 신인 감독들이 내놓은 반짝반짝한 첫번째 장편영화들은 올해의 수확이라 할 만하다. 그 중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작품이 바로 <소공녀>일 것이다. 전고운 감독이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영평상, 대종상 등 국내 주요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휩쓸었으며,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는 독립영화 최다인 6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 외에도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와 김인선 감독의 <어른도감>, 차성덕 감독의 <영주>와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 등 각기 다른 감독들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자배우들의 활약
2018년도 독립영화계에 있어 무엇보다 값진 수확은 다채로운 매력을 갖춘 신인 여자배우들을 여럿 발굴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연기를 그만둘까 하던 차에 만난 <죄 많은 소녀>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고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른 전여빈을 비롯해 <박화영>에서 선보인 실감나는 연기로 영평상 신인여우상을 손에 넣은 김가희, 만 14세의 나이에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어른도감>의 이재인 등이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얼굴들이다.
2019년의 기대작
매년 연말에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는 내년에 극장으로 찾아올 독립영화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5.18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김군>, 1994년을 배경으로 불안하고 예민한 사춘기 소녀의 성장을 그려낸 <벌새>,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둘러싼 갈등과 문제를 특유의 유머를 더해 풀어낸 이옥섭 감독의 <메기>, 최희서 배우의 연기가 관객을 이끄는 <아워 바디> 등이 올해 서독제에서 뜨거운 반향을 불러온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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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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