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 익스프레스:
왁자지껄한 반전영화 [야전병원 매쉬]
로버트 알트먼은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 속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았던 특이한 감독이다. 오늘의 괴작은 전쟁이 등장하지 않는 전쟁영화, [야전병원 매쉬]다.
당시 TV 프로그램을 연출하던 45살의 로버트 알트만을 일약 영화계의 스타로 끌어올린 작품은 두말할 것 없이 [야전병원 매쉬]다.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M.A.S.H)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한국전쟁 중 야전병원에 근무하는 군의관들이 겪는 일들을 유쾌하게 풀어간 내용이다. 원작에는 없는 과도한 성적 코드와 여러 가지 유머를 첨가해서 사뭇 다른 내용이 되었다.
한국전쟁이 한참인 어느 날, 전선에서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야전병원에 간호장교 훌리한 소령이 전입해 온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 비친 이곳은 야전 병원이라기보다는 휴양지에 가까웠다. 군의관들은 간호사들에게 추파를 던지는데 여념이 없고, 틈만 나면 간호사들이 샤워하는 것을 훔쳐보려고 한다. 환자가 바쁘게 이송되어야 할 헬기 착륙장은 주로 골프장으로 이용되고, 부대원들은 모두 낮에는 수영과 낚시, 밤에는 파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런 소돔과 고모라 같은 상황을 통제해야 할 부대장 블레이크 중령부터가 업무를 거의 돌보지 않고, 대낮부터 침대에 누워 와인을 즐긴다. 그러던 중 치과 군의관 왈도스키 대위가 발기부전을 한탄하며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건이 벌어진다. 웬일인지 이럴 때만큼은 한마음 한뜻이 되는 제 4407 매쉬 부대원들은 그가 심리적인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발기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후의 만찬’을 연다. 노골적으로 예수의 최후의 만찬을 비꼬고 있는 이 장면은 미국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여러 가지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70년대 미국사회에 대한 거대한 조롱에 가깝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가 총상을 입고 실려온 병사들의 고통에 찬 수술 장면은 슬랩스틱에 가깝게 묘사된다. 그나마 부대 기강을 바로잡고자 했던 간호장교 훌리한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번즈 상사도 결국은 규율을 어기고 뜨거운 밤을 보내는데, 이 과정이 모두 스피커를 통해 부대 안에 생중계된다. 언론을 통해 미국적 가치를 열심히 선전하던 당시의 정부에 대해 경고하는 장면이었다.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도 파격적이다. 영화는 비평은 물론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지만, 사실 작품 자체는 기존의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야전병원 매쉬]에는 인물과 사건의 경중이 없다. 모든 이야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흘러가고, 인물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이야기 속에는 한번에도 몇 가지 정보들이 두서없이 오간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로버트 알트만의 영화는 언제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 미국 사회에 자리 잡은 보수적인 가치와 강요된 애국심에 염증을 느끼던 젊은 세대들에게 로버트 알트만이 하는 이야기와 이야기를 하는 방식 자체가 굉장한 지지를 받는다. [야전병원 매쉬]는 영화는 이후에 TV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미국사회에 많은 파문을 일으킨다.
이 영화는 한국문화를 왜곡하는 작품으로도 알려졌었다. 한국인으로 등장하는 엑스트라들이 베트남식 삿갓을 쓰고 나오거나 잡부 내지는 도둑 정도로만 나온다는 이유였다. 감독이 다루고자 했던 것이 한국전쟁이 아니라 베트남전이었던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로서는 보기 불편한 장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식 가치를 부정하는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동시에 미국식 오만함을 버리지 못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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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임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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