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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작탐험대

골든 글로브가 인정한 망작 ‘더 룸’

by 꿀마요 2022. 1. 2.

괴상한 영화만 골라서 대신 봐드린다. 오늘의 망작은 [더 룸]이다.

지난달, 제75회 골든글로브에서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라는 작품의 주연이자 감독인 제임스 프랭코가 뮤지컬/코미디 부문의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는 2003년 개봉한 희대의 망작 [더 룸]의 희한한 제작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더 정확히는 [더 룸]의 제작과정과 후속 컬트흥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디제스터 아티스트’가 영화의 원작이다.


[더 룸]은 대체 어떤 영화인가?


줄거리는 이렇다. 1998년, 19살의 ‘그렉 세스테로’는 베일에 싸인 ‘토미 웨소’라는 친구를 만난다. 연기 수업에서 친해진 두 사람은 단짝이 되고 꿈을 위해 LA로 날아간다. 두 청년의 도전과 좌절 그리고 우정을 시험하는 삼각관계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더 룸](2003)은 뜬금없는 대사와 배우들의 심각한 발연기로 개봉과 함께 ‘최악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언제나 망작이 컬트가 되는 과정이 그렇듯, 영화에 대한 조롱과 “나만 당할 수 없지.”하는 심정의 추천사들이 난무하면서 [더 룸]은 엉뚱하게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다.

[더 룸]의 기이한 매력


[더 룸]은 작품성을 떠나 완성도 자체가 심각한 영화다. 이야기의 개연성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카일 보그트라는 배우가 맡은 ‘피터’라는 배역은 그렉 엘러리라는 배우가 맡은 ‘스티븐’이라는 배역으로 바뀐다. 캐릭터 이름과 배우가 둘 다 바뀌는 드문 상황이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은 마치 같은 배우의 같은 배역인 양 대사를 주고받는다. 여주인공과 어머니가 아주 심각하게 유방암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이후 관련된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는 식이다.

 



또한 쓸데없이 반복되는 장면이 많다. 엉망으로 흘러가는 영화 속에서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러브 신’이 자주 등장하는데, 한번 나왔던 장면이 여러차례 반복된다. ‘홍상수’식의 평행우주가 아니라, 그냥 같은 장면을 재활용한 것이다.

남자들의 ‘우정’을 이야기할 때마다 미식축구 공을 주고받는 장면이 강박적으로 반복된다. 앞뒤 설명 없이 턱시도를 입고 나오는 장면 역시 자주 등장하는데, 심지어 턱시도를 입고 미식축구를 공을 주고받는 장면도 있다.

 



그러나 [더 룸]이 컬트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재관람에 재관람을 이어가는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이렇게 반복되는 장면들은 팬들에게 ‘놀이’가 되었다. 영화에는 아무 이유 없이 ‘스푼’을 찍은 사진이 자주 등장하는데, 팬들이 플라스틱 일회용 스푼을 주머니에 잔뜩 넣고 극장에 들어가 스푼장면이 나올 때마다 스크린에 던지는 놀이로 승화시켰다. 기술적으로도 완성도가 심각한 이 영화에는 포커스가 나가있는 장면도 많다. 포커스가 전혀 맞지 않는 금문교 장면에서 “포커스!”라고 소리치는 것도 팬들의 놀이 중 하나였다.

괴작을 낳은 괴인 ‘토미 웨소’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한 [더 룸]의 감독이자 주연인 ‘토미 웨소’ 자체가 괴인이다. 그의 악센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우선 미국 출신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어디 출신인지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 웨소는 자신이 뉴올리언스에서 지낸적이 있으며, 오래전 프랑스에 살기도 했다. ‘토미 웨소’ 역시 본명이 아닌데, 그의 측근들은 그가 원래 ‘피에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네티즌 수사대는 그가 폴란드 출신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정작 본인은 아직도 자신의 출신을 밝힌 적이 없다.

[더 룸]의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에서 가죽 자켓을 수입해 팔았다고 이야기했으나, 투자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격이 괴팍해서 촬영팀은 3번이나 교체되었고 싸인을 요청하는 팬들에게 돈을 내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더 룸]의 엉뚱한 흥행 뒤에 자본금이 생긴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속옷을 만들어 판매했다. 직접 자신이 디자인에 참여했고 ‘매우 빨기 쉬운 속옷’이라는 장점을 강조했다. 또한, 데이팅 웹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하는데, 제목이 무려 ‘더 룸 데이팅 (TheRoomDating.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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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기성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