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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교실

공포 명장 존 카펜터의 숨은 명작 [매드니스]

by 꿀마요 2022. 7. 24.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트렌트에게 누군가가 찾아와 퇴원을 돕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렌트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 미소 지으며 거절한다. 세상은 더 엉망이 되어 있을 테니, 이곳이 더 안전할 거라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그렇게 한 때 누구보다도 유능하고 이성적이었던 보험조사원, ‘트렌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출처 : 영화 [매드니스]

그에게 갑작스러운 의뢰가 들어왔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셔터케인’의 실종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거였다. 영화 판권뿐만 아니라 18개국에 계약된 시리즈 소설의 완결편 공개를 앞두고 작가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의 끔찍한 공포 소설만큼이나 불길한 징조는 감돌고 있었다. 죽음의 예언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셔터케인은 점점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의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마치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키듯 폭력적인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출처 : 영화 [매드니스]


뒤늦게 그의 소설들을 읽으며 악몽에 시달리던 트렌트는 소설의 표지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지도에도 없을 정도로 작은 마을, 그의 소설 제목과도 같은 ‘홉스의 끝’이라는 곳이 바로 작가의 은신처임을 직감한다. 셔터케인의 소설이 그대로 재현된 듯한 음산하고 기괴한 마을을 보며 셔터케인의 끔찍한 소설이 점점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트렌트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드디어 세상의 종말을 향한 악마의 예언서를 쓰고 있는 셔터케인과 마주하게 된다.

출처 : 영화 [매드니스]


영화는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현실과 환상이 공존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의문은 계속 남는다. 정신병원에 갇혀있던 트렌트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트렌트는 왜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인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마치 논리적으로 설명 할수록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는 악몽처럼 우린 그저 트렌트가 미쳐가는 과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영화가 제작된지 20년이 지난 지금에는 이런 주제와 형식의 영화는 식상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 [매드니스]의 진가는 이런 무거운 소재와 형식을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데에 있다.

출처 : 영화 [매드니스]


그 힘은 바로 감독, 존 카펜터의 연출에서 나온다. [할로윈] 시리즈로 명성을 얻은 존 카펜터의 이 영화는 [더 씽],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와 함께 아포칼립스 3부작으로 불린다. 그런데 그의 영화들은 파멸 앞에서 무너져가는 인간의 공포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의 영화 속 에피소드와 캐릭터들은 언제나 재기발랄하다. 이 영화에서도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그림 속의 사람들, 악마의 숨을 내쉬는 지옥의 문 등의 명장면들은 괴기스러우면서도 만화적인 상상력을 잃지 않았다.

또한 샘 닐의 연기는 ‘트렌트’의 광기에 더욱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오멘]과 [이벤트 호라이즌]의 악에 사로잡힌 모습부터 [쥬라기 공원]의 부성애 강한 아버지의 모습까지 샘 닐의 얼굴에는 선과 악, 이성과 광기가 공존한다. ‘셔터케인’역을 맡은 위르겐 프로크노브의 묵직한 연기는 우울증과 신경발작으로 은둔하던 공포소설 작가 ‘러브 크래프트’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감정이 ‘공포’라고 한다. 인간은 그 공포를 통해 위험에 대비하며 생존에 도움이 되도록 진화해왔다. 지금의 우리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현실이 아닌 영화라는 안전장치를 통해서 공포를 대리 체험하며 쾌감을 느끼고 심리적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공포나 범죄를 다룬 작품들이 사람들의 어두운 폭력성을 자극한다는 의견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매드니스]는 사람들을 광기로 전염시키는 공포 소설을 통해 진정한 공포물의 가치가 무엇인지, 공포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인지 만만치 않은 고민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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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김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