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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교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포영화 <더 셀>

by 꿀마요 2022. 8. 2.


이미지=영화<더 셀> ⓒNew Line

납치한 여자를 익사시킨 뒤, 시체를 인형처럼 만드는 엽기 살인마가 체포된다. 그의 집에서 나온 비디오를 보니, 납치한 여자를 유리로 된 감방(셀)에 가둬놓고, 40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 장치로 익사시켰다.


이미지=영화<더 셀> ⓒNew Line

아직 한 명의 희생자가 어딘가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지만, 발작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범인을 취조할 수 없다. FBI는 인간의 무의식(꿈)에 접속할 수 있는 특수연구소의 도움을 받는다.



이미지=영화<더 셀> ⓒNew Line

연구소의 심리 치료사 캐서린(제니퍼 로페즈)이 들어가 본 연쇄살인마 칼 스터거(빈센트 도노프리오)의 무의식은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비주얼로 가득하다.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등 위대한 고전들과 닮았고, 현대미술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그중에서도 대미언 허스트, H.R. 기거, 오드 너드럼 같은 작가들의 초현실적 이미지들을 참고한 장면들이 많다.



이미지=영화<더 셀> ⓒNew Line

캐서린은 드디어 스터거의 마음속에 사는 마왕과 대면한다. 어린 시절, 부친에게 학대받은 스터거의 마음에는 강하고 파괴적인 마왕이 자라났다. 마왕은 방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망토를 휘날리거나, 악마의 뿔을 단 모습으로 스터거의 무의식을 지배해왔다. 캐서린은 마왕에게 압도당해서, 현실과의 분별력을 잃어버린 채 마왕의 세계에 갇혀버린다.


이미지=영화<더 셀> ⓒNew Line

<더 셀>은 이런 낯설고 가학적인 이미지들을 함부로 뿌려놓기만 한 것도 아니다. 현실에서 희생자를 구하고, 꿈속에서 스터거의 억압된 자아까지 구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한다. 무의식 세계의 이미지들도 이 뚜렷한 목적과 방향에 따라 나열되어 있다.


이미지=영화<더 셀> ⓒNew Line

사실, <더 셀>의 이야기는 엽기적 살인자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수사물로, 토머스 해리스의 <레드 드래곤>과 <양들의 침묵>을 연상시킨다. 조현병으로 살인을 반복하는 범인이 나오고, 납치된 다음 희생자를 찾아야 한다는 점 등 이야기의 큰 얼개가 비슷하다. 저널리즘 문학의 진가로 평가받는 토머스 해리스의 작품들에 비하면 <더 셀>의 이야기는 허술한 편이다. 캐릭터들은 설득력이 약하고, ‘의식 공유기’라는 SF 설정은 생뚱맞다.


이미지=영화<더 셀> ⓒNew Line

하지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범인의 심리가 표출된 연출, 그리고 무의식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초현실적 화면으로 표현한 독특하고 강렬한 상상력은 이런 단점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더 셀>은 분명 2000년대 가장 기억에 남을 스릴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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