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는 유산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그녀에게는 이미 자상한 남편 ‘존’과 두 아이가 있지만,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다. 결국 입양을 결심한 케이트와 존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소녀 ‘에스더’를 만난다. 놀라운 그림 실력뿐 아니라, 또래와 달리 속 깊은 말을 하는 에스더를 입양한 부부는 다시 행복한 가정을 꿈꾼다.
그러나 곧 에스더 주변에 수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에스더를 괴롭혔던 아이가 사고를 당하고 그녀의 과거에 의문을 품던 수녀가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또한, 남편 ‘존’에게 이상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꺼림칙한 느낌이 쌓이자 케이트는 에스더를 파양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에스더의 교묘한 이간질에 속아버린 남편 존은 케이트가 알코올 중독증으로 딸 맥스를 잃을 뻔한 기억을 상기시키며 오히려 그녀를 치료소로 보내려 한다.
위기감 속에 케이트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에스더의 과거를 추적한다. 놀랍게도 고아원에는 이미 그녀의 모든 기억이 삭제되어 있었다. 그리고 에스더의 낡은 성경책에 찍힌 낙관을 단서로 러시아에 연락을 하게 되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에스더가 머물던 곳은 고아원이 아니라 정신병원이었고 그곳의 의사로부터 에스더의 진짜 정체에 대해 듣게 된다.
엄마 케이트 역을 맡은 베라 파미가는 [컨저링]이나 [베이츠 모텔] 이전에도 몇 편의 호러/스릴러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여기에서도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는 불안한 모성을 특유의 기묘한 눈빛으로 표현하며 극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러나 12살의 나이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에스더 역의 이사벨 펄먼의 연기를 먼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사벨 펄먼은 [오펀 : 천사의 비밀] 이전까지 다코타 패닝의 [하운드독]에 나왔던 게 주요 필모그라피의 전부였다. 언제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입양아의 처연함 속에 엄청난 비밀을 숨긴 아이를 잘 소화했고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연기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후에 아직 굵직한 주연작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 [셀: 인류 최후의 날] 등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으며 최근엔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터스 오브 섹스]에서 훌쩍 자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으로 [오펀 : 천사의 비밀]은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조장할 수도 있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었다. 도입부에 안내 문구는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아니며, 많은 아이가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소수자가 악인으로 보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에선 제작진이나 관객 모두 주의에 주의를 거듭하는 게 옳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반전은 그런 우려를 덮을 정도로 강력하고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영화 한 편으로 입양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만들어질 정도로 사리 분별이 흐릿한 어른이라면, 입양처럼 숭고하고 중요한 판단 자체를 하지 않는 게 맞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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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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