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지 아는, 한국영화 아역배우

1. <부산행> 김수안

이미지=영화<부산행> NEW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석우(공유)의 아이 역할이 아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수안의 연기를 본 연상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까지 캐스팅을 강행했다. 김수안은 이제 겨우 만 열 살이지만, 출연한 영화마다 주목받는 연기를 보여 왔다. 특히 <차이나타운>에서는 어린 ‘일영’ 역을 맡아 생존 본능만 남은 듯한 동물적인 에너지와 눈빛을 뿜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 <곡성>의 김환희

이미지=영화<곡성>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아이의 머리에 들어있지도 않을 욕과 음담패설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온몸이 뒤틀리는 연기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컸을 것이다. 이를 위해 프리프로덕션 기간에는 체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었고, 현장에서는 감독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며 연기했다. 김환희에게 아역이라는 한정된 수식어가 무례하다. 곽도원, 황정민과 대등한 상대역이고, 당당한 <곡성>의 여주인공이다.



3. <아가씨>의 조은형

이미지=영화<아가씨> CJ 엔터테인먼트

<아가씨>에서 히데코(김민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조은형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외모와 자연스러운 일본어 연기로 주목받았다. 극단적인 과보호와 변태적인 학대를 받으며 점점 비뚤어지는 어린 히데코의 복잡한 캐릭터를, 한국어도 아닌 일본어로만 연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조은형은 5세의 히데코부터 10세의 히데코까지 연기했다. 보통은 두 명의 배우를 캐스팅했겠지만, 박찬욱 감독은 11살의 조은형이 5세 어린아이 연기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4. <귀향> 강하나

이미지=영화<귀향> (주)와우픽쳐스

독립영화 <귀향>에서 위안부로 끌려간 14세 소녀 정민을 연기한 강하나는 촬영 당시 실제 14살이었고, 오사카에서 나고 자란 재일동포 4세다. 어머니가 재일동포 극단을 운영하시고, 연극을 해 본 경험도 있다고는 하지만, 연기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아마추어였다. 조정래 감독은 강하나를 포함, 위안부 역할을 맡은 출연자들의 심리 치료를 병행했고, 1년 반 가량의 워크숍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듣고 그분들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며, 연기를 넘어 진심으로 역사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덕분에 겁탈씬 같은 어려운 장면도 용기를 내어 찍을 수 있었고, 역할에 깊이 몰입한 진솔한 연기로 많은 관객의 마음을 얻게 되었다.


5. <비밀은 없다> 신지훈, 김소희

이미지=영화<비밀은 없다> CJ 엔터테인먼트

<비밀은 없다>는 흥행 성적으로 평가해선 안 될 영화다. 그중에서 연홍(손예진)의 중학생 딸인 민진과 그 영혼의 단짝 미옥을 연기한 신지훈과 김소희의 발견은 이 영화의 큰 성과다.
‘K팝스타’ 출신인 신지훈은 민진의 맑고 투명한 이미지를 전면에 드러내면서도 숨겨졌던 열정과 비밀을 폭발시키며 드라마의 반전을 이끌었다. 김소희는 그 연령대 아이들의 어중간하고 모호한 특징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어른도 아이도 아니고, 외모와 성격까지도 중성적인 데다가,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때까지 선과 악, 거짓과 진실, 순진함과 영악함을 오가며 미스터리를 이끌어 간다. 김소희가 연기 경험이 전무한 배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6.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김하나

이미지=<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CJ 엔터테인먼트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말순이는 영화의 웃음을 120% 책임진 데다가, 그 사랑스러움으로 영화의 감동에도 크게 기여했다. 말순이를 연기한 김하나는 이제 겨우 일곱 살이며, 이 영화는 생애 첫 연기였다. 당연히 카메라 앞에 서는 요령도 몰랐고, 대사며 자세 모두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연기는 현장에서 지내는 날이 늘어날수록 일취월장했다. 그 어색함에서 나오는 풋풋함이 오히려 최고의 무기가 되어 독특한 톤을 만들어 내며, ‘최연소 씬스틸러’라는 수식어를 얻는 데 성공했다. 말순이는 꼬질꼬질한 분장과 내복 차림으로 촌스러워 보여도, 현실의 김하나는 뚜렷한 눈매가 돋보이는, 아주 세련되고 예쁜 마스크를 지닌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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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