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인 <검은 사제들>이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하는 데는 강동원의 사제복과 날개 뼈를 다시 보기 위해 재관람하는 여성 관객들의 역할이 크다. 한국 영화계의 원조 '만.찢.남.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강동원, 뉴스에 나와 수줍게 알려주는 일기 예보로 많은 팬의 혼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마성의 남자다. 지난 10여 년간 그가 출연한 영화들에서 여심을 무참히 헤집어 놓았던 심쿵샷 중 베스트 장면들을 다시 한 번 감상해보자.
1. 그녀를 믿지 마세요 - 노래하는 강동원
강동원의 영화 데뷔작. 여기서 강동원은 순박한 시골 약사로 나와 사기꾼 영주(김하늘)와, 영주의 꾐에 넘어가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는 가족들에게 따돌림 당하며 제대로 망가진다. 강동원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매력을 일체 감춘 이 코미디 영화에서 여성 관객의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한 장면이 있으니, 바로 그가 직접 통기타를 퉁기며 Bread의 감미로운 사랑 노래 'Aubrey'를 부르는 장면이다. 비현실적인 비율과 곱상한 마스크뿐 아니라 수준급의 노래 솜씨까지 장착한 이 남자를 보면 조물주의 공평함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강동원은 나중에 <형사: Duelist>, <M> 등 여러 작품에서 직접 OST를 물렀고, <검은 사제들>에서 부른 그레고리안 성가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2. 늑대의 유혹 - 우산 쓰는 강동원
강동원을 모를 수는 있다. 하지만 강동원을 알면서 이 장면을 모를 수는 없다. 그만큼 유명한 강동원 최고의 심쿵샷.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낯선 여자의 우산 속으로 뛰어드는 나쁜 남자다. 함부로 남의 어깨를 감싸는 무례함은 살짝 젖은 앞머리와 훤칠한 키, 환한 미소로 다 용서된다. 게다가 연하남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니 한 번 더 심쿵을 경험하게 된다. 살인 미소라는 표현은 이 장면을 위해서 생긴 표현이 틀림없다. 정말 심장 건강에 위험한 미소다. 여주인공 이청아는 훗날 한 라디오 프로에서 이 장면을 두고 강동원의 빛나는 외모 때문에 여배우로서 굴욕을 느낀 장면이라고 회상한 적 있다. <SNL 코리아> 미남 가수 김범수 편에서 패러디되기도 한 장면이다.
3. 형사: Duelist - 눈물 짓는 강동원
비주얼 장인 이명세 감독의 이 아름다운 영화는 강동원이 등장하는 모든 샷이 심쿵샷이라고 해도 좋다. 사극이나 무협 영화에는 머리를 풀어헤친 무사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장발과 한복과 긴 칼이 강동원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클라이맥스 직전, 포교 남순(하지원)과 용의자 슬픈 눈(강동원)이 술집에서 재회한다. 적이지만 서로에게 연모의 감정을 품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화기애애한 시간을 잠깐 보낸다. 슬픈 눈은 남순에게 예쁜 노리개를 선물하고, 장부를 함께 주고 나간다. 그것은 남순이 병판 송필준(송영창)을 잡기 위해 찾고자 했던 비밀 장부였다. 슬픈 눈은 자기를 거두고 키워준 주인의 약점을 넘겨줌으로써 남순을 돕지만, 또한 자신의 혐의도 자백한 셈. 그리고는 평생 자신을 돌봐준 병판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해 돌아간다. 달을 올려다보며, 남순과 맺어질 수 없는 운명을 체념하며 흘리는 눈물 한 방울과 슬픈 눈이라는 별명이 너무나 잘 매치된다.
4. <전우치> - 사방 천지에 강동원
'슬픈 눈' 때문일까, 데뷔 첫해를 제외하면 강동원의 필모그래피에는 활발한 성격의 캐릭터가 거의 없다. <전우치>는 <늑대의 유혹> 이후 5년 만에 강동원의 까불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운 영화였다. 전우치가 처음 옥황상제의 아들 흉내를 내며 구름을 타고 등장할 때 선보인 화려하고 우아한 한복의 자태도 멋지지만, 누더기 두루마리에 찌그러진 갓도 매력적으로 소화하는 것이 신기하다. 현대로 소환된 첫날 도심에서 두 마리 요괴와 싸우는 장면에서 우리는 악동 전우치의 분신술을 구경하게 된다. 생각해보자. 이쪽을 봐도 강동원, 저쪽을 봐도 강동원이다. 뒤로 돌아서도 강동원이 있고, 모퉁이를 돌아가도 강동원이 웃고 있다. 당하는 요괴 입장에선 짜증나는 상황이겠지만, 강동원 팬이라면 이보다 행복한 순간이 있을 수 있을까?
5. 군도:민란의 시대 - 흑발 마녀(?) 강동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장검을 휘두르는 한복 입은 무사 중에 강동원보다 멋이 살아 있는 무사는 거의 없다. <형사: Duelist>, <전우치>에 이어 <군도>에서도 우리는 이 기럭지 미남이 칼을 휘두르는 아름다운 무도를 볼 수 있다. 배우 강동원의 카리스마와 연기력은 모두 <형사> 시절보다 업그레이드되었고, 그 결과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액션 장면 도중에 강동원의 상투가 풀어져 긴 생머리가 되는 순간이 있다. 윤종빈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홍콩 무협 영화의 백발마녀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남자 강동원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마녀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아름답고 요망하다.
저작권자 ⓒRUN&GU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국내스타 비하인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뭣이 중헌지 아는, 한국영화 아역배우 (0) | 2021.12.11 |
---|---|
유아인의 심쿵샷 베스트 5 (0) | 2021.12.08 |
<간신>의 이유영, 청초한 시골 아낙에서 망국의 색녀로 (0) | 2021.12.04 |
느긋한 차세대 씬 스틸러 <차이나타운>의 조복래 (0) | 2021.12.03 |
어디서 많이 본 배우 <명량>,<친절한 금자씨>, <최종병기 활> 이승준 (0) | 2021.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