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 비밥' 베스트 에피소드 5

넷플릭스 '카우보이 비밥'을 보다가 속터졌던 분들을 위해 원작의 베스트 에피소드 5개를 골라봤다. 

 

[카우보이 비밥]은 밀레니엄을 경험한 그 시대 청춘들에게 ‘쿨함’의 결정체였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열혈 캐릭터도 없고 에반갤리온 아류작들 같은 철학적 메시지 강박도 없었다. 그저 매력터지는 캐릭터들이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슬렁슬렁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우주 활극은 칸노 요코가 프로듀스한 음악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8년 일본 방영 당시 포켓 몬스터를 보던 아이들이 발작을 일으킨 후, 일본 내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규제가 심해졌었다. 제작 단계부터 성인 취향의 애니메이션을 추구하던 [카우보이 비밥]은 폭력성과 선정성이 공격받아 결국 조기 종영하고 만다. 그러나 종영이 오히려 매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품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후 몇 차례 미드로 제작되는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었다.

 

전체 26화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다시 꺼내봤다.

 

 

2화 Stray Dog Strut

 

우주선 비밥호에는 주인공인 ‘스파이크’, 비밥호의 주인 ‘제트’, 도박사 ‘페이’, 천재 소녀 ‘에드’ 그리고 똑똑한 강아지 ‘아인’이 함께 살아간다. 실험을 통해 뛰어난 지능을 얻게 된 아인이 비밥호와 함께하게 된 사연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다. 한편으로 이소룡을 오마주한 주인공 ‘스파이크’의 액션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아인을 훔치려던 악당 ‘압둘 하킴’은 이소룡의 영화 [사망유희]에 등장한 칼림 압둘자바를 패러디한 캐릭터였다. 이렇게 [카우보이 비밥]에서 동서양 명작들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은 당시 영화주간지들과 함께 양산된 시네필들에게 중요한 놀이였다.

 

 

10화 Ganymede Elegy

 

언뜻 무뚝뚝해 보이는 제트의 사랑이야기다. 제트는 자신에게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시계 하나만을 남기고 떠났던 연인을 다시 만난다. 그러나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던 제트의 사랑이 어떤 의미에선 폭력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이제 모자라고 철없지만 자신이 베풀 여지가 많은 사내와 사랑을 하고 있고 제트는 그런 그녀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지켜준다. 인사도 끝나기 전에 휙 돌아서는 발걸음. 제트는 아끼고 아껴왔던 시계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쿨내 진동.

 

 

 

17화 Mushroom Samba

 

연료도 떨어지고 먹을 것도 떨어져서 표류하던 비밥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뺑소니를 당해 불시착하고 만다. 비밥호를 고치는 동안 식량을 구하러 나간 게 하필이면 4차원 소녀 에드와 강아지 아인이다. 둘은 한바탕 소동 끝에 먹으면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버섯을 한 보따리 구해온다. 결국 버섯을 먹은 스파이크, 페이, 제트는 환각에 빠져들고 그사이 에드와 아인은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한다.

 

18화 Speak Like a Child

페이는 사고를 당한 후 54년 동안 냉동되었다가 깨어난 캐릭터다. 그녀의 사연은 15화에서 한 번 다루어진 적이 있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는 냉동되기 전 기억이 많지 않다. 어느 날 발신인을 알 수 없는 비디오 테이프가 비밥호에 도착한다. 거기에는 십대 시절의 페이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가 있었다. 그동안 상처를 가득 안고 살아온 지금의 페이에게 과거의 페이가 응원을 보낸다. 동시대에 청춘을 보낸 분들이 지금 [카우보이 비밥]을 다시 꺼내 본다면, 페이의 기분이지 않을까.

 

 

23화 Brain Scratch

인터넷으로 퍼져나가는 신흥 사이비 종교 ‘스크래치’에 빠진 사람들이 100명 가까이 자살하자, 비밥 페밀리는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결국 스크래치는 식물인간이 된 한 해커 소년의 꿈에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진다. 그러나 스크래치가 설파하는 내용은 현대인의 불안을 아주 진지하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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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김격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