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영화 '터널’ 속 빛나는 조연 4인방

by 꿀마요 2021. 12. 12.

1. 기레기 조기자유승목

이미지=영화<터널> ⓒ(주)쇼박스

조기자는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힌 정수의 전화기가 제대로 작동하자, 가장 먼저 전화를 연결해 생방송 인터뷰를 시도한다.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전화기 배터리를 낭비한다고 대경(오달수)에게 제지당하고, 오히려 방송을 방해했다며 적반하장으로 구는 등 정말 뭣이 중헌지 모르는 행동으로 관객의 공분을 사는 인물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예의는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 자극적인 취재 경쟁에만 몰두하는 ‘기레기’의 전형인데, 현장에는 매번 그 말고도 수많은 기레기들이 가득 찬 모습에 한숨과 분노가 더해진다.

이미지=영화<해무> ⓒNEW

유승목은 10년이 넘는 연극배우 경력을 바탕으로 <해무>, <강남 1970> 등 40여 편의 영화에서 순박함과 잔인함을 오가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다. 어떤 배역이건 배우라는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실제 그 인물을 데려다 찍은 것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작품의 리얼리티를 배가시키는 능력자다.



2. 입구 작업반 최반장정석용

이미지=영화<라디오스타> ⓒ시네마서비스

터널 입구 쪽에서 진입하기 위한 굴착 작업을 지휘하는 최반장은, 조기자와는 반대되는 인품과 윤리관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세현(배두나)이 인부들에게 나눠준 달걀프라이가 단순한 달걀프라이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남편을 반드시 살리고자 하는 마음, 그 일에 자기 대신 나서주는 인부들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와 당부의 마음을 알기에, 빗물 고인 바닥에 떨어진 음식이라도 기꺼이 웃으며 맛있게 먹는다.

이미지=영화<부산행> ⓒNEW

정석용은 사람 좋은 웃음과 맛깔 나는 연기로 착하고 성실한 보통사람 역할을 주로 맡는다. 나약한 이미지 때문에 피해자, 약자로 그려질 때가 많지만, 이를 역이용해서 후반에 강하고 강단 있는 모습을 드러내며 드라마를 반전시키는 핵심 인물이 되기도 한다. 최근 <부산행>에서는 끝까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애쓰다 희생되는 KTX 기장 역할로 큰 호응을 얻어냈다.



3. 구조대 막내대원조현철

이미지=영화<터널> ⓒ(주)쇼박스

<터널>은 재난, 고립, 생존을 다룬 영화지만 꽤 코믹한 영화다. 특히 다혈질 구조대장 대경과 어리바리한 막내 구조대원 콤비가 극 초반 터널 외부의 웃음을 책임진다. 막내는 기껏 찾은 설계도를 찢고, 터널 한복판에서 경적을 울려 대경을 놀라게 하는 등 실수가 끊이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별로 표정 변화가 없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유발한다.

이미지=영화<차이나타운> ⓒCGV아트하우스

조현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연출을 전공한 배우다. 2010년 단편영화 <척추측만>을 만들어 서울독립영화제, 상상마당 대단한 단편영화제 등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단편영화 주연작은 여러 편인데 주류 장편영화 출연은 세 편뿐이다. <건축학개론>에서는 ‘납뜩이’ 역할로 오디션을 봤지만, 승민(이제훈)의 다른 친구 동구 역을 연기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지적 장애인 홍주 역할을 맡아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4. 다른 생존자 미나남지현

이미지=영화<터널> ⓒ(주)쇼박스

터널 안에는 정수 외에도 다른 생존자가 있었다. 탱이라는 강아지를 데리고 있던 미나는 무너진 잔해에 깔린 채로 정수의 보살핌을 받는다. 불가피하게 정수의 물과 식량을 소모하지만, 돌봐야 할 누군가가 있다는 책임감이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이 되었다. 미나는 당장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도 어렵게 취업한 회사의 신입사원 연수에 참여하지 못할 것을 걱정한다. 목숨보다 취업이 더 간절해진 이 시대의 청년을 대변하며, 부정부패가 만든 재난이 우리의 미래를 희생시킨다는 경각심을 자극한다.

이미지=영화<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주)쇼박스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이요원)의 아역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남지현은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이후 3년 만에 <터널>로 돌아와 성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남지현은 강우석 감독, 차승원 주연의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RUN&GU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런앤건 = 글: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