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일본에서 개봉한 적이 있는 '1987'. 그들은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당시의 반응들을 모았다.
지난 9월 8일 영화 <1987>이 <1987, 어느 투쟁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개봉했다. 전국 8개관을 시작으로 순차개봉을 이어 나갈 예정인데 ‘Filmarks’나 ‘Pia’ 등 영화 관련 사이트에서 9월 2주차 개봉작 중 관람 만족도 1위를 기록했다. 상영규모는 작지만, 도쿄의 일부 상영관에서는 좌석이 매진이라 입석 판매를 진행하는 등 관객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1987 일본 포스터]
일본 리뷰 사이트의 평점
영화리뷰 전문사이트인 Filmarks에선 개봉 6일차인 9월 13일 기준, 5점 만점에 4.2점으로 현재 동시기 개봉작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위터와 연동하여 영화평을 기록 및 분석하는 사이트인 ‘Coco’에서도 회원 만족도 100%, <1987> 관련 트윗 중 긍정적인 반응이 97%로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영화를 직접 본 관객들의 구체적인 감상은 어떨까?
[1987 일본 Filmarks 평점 이미지]
[1987 일본 Coco 평점 이미지]
작품 완성도에 대한 찬사
한 두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어낸 많은 이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그려낸 영화적 구성을 비롯해 무거운 주제를 어둡게만 다루지 않은 각본과 연출에 대해 많은 관객들로부터 찬사가 쏟아졌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숨막히는 영화이지만 한번씩 웃겨주며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서 좋았다.” (Filmarks ID yu**)
“<1987, 어느 투쟁의 진실>을 개봉 첫날 보았다. 불평할 구석이 없는 걸작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신념과 작은 행동이 바톤 터치를 하듯 이어져 마지막 장면으로 향한다. 한국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이렇게 무거운 주제도 엔터테인먼트로서 그려낼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Twitter ID hg*******)
“중심인물이 없이 사건을 연대기순으로 따라가며 주인공이 바뀌어 가는 구성이다. 덕분에 특정한 누군가의 덕택에 민주화를 이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민주주의 사회를 쟁취해냈다는 주제가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Filmarks ID Ta*************)
김윤석, 하정우, 김태리, 강동원 등 비중 있는 배역 뿐 아니라 설경구, 여진구 등 잠깐 등장하는 조연까지 톱배우들이 맡았다는 데 대해 감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동한 관객들도 많았다.
“이렇게 많은 주연급 배우들이 등장하다니 이야기가 도중에 딴 길로 새거나 하진 않을지 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뒤 캐스팅이 이렇게 화려해야 할 필요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다. 한국의 민주화는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 얻어낸 것으로 그들 모두가 당사자이고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Filmarks ID ji****)
“김윤석이 너무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함께 영화를 본 직장 선배에게 “회사에 이런 상사가 없어서 다행이지.” 했을 정도였다.” (Filmarks ID Phob**)
“김태리의 풋풋하고 때로는 코믹한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37세의 기적 강동원! 대학생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긴 다리에 수줍은 미소가 취향 저격이었다.” (Filmarks ID ut*****)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기자 역할을 맡은 이희준과 경찰 측의 박희순이었다. 둘 다 주연을 맡은 것도 아니고 외모가 특히 잘생기거나 하지도 않지만 존재감이 굉장했다.” (Filmarks ID ga*****)
1987년 당시 한국의 상황과 지금의 일본 사회를 겹쳐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1987, 어느 투쟁의 진실> 올림픽을 1년 앞두고, 권력을 발동해, 부당체포 및 구류를 하고, 불합리한 사실을 은폐 및 조작하고, 공문서 상 기록도 못하게 하고, 자기들 편한 대로 룰을 바꾸고, 수명연장을 노리는 정권. 30년 전의 한국과 지금의 일본이 겹쳐 보이는 공포! 꼭 보세요!“
(Twitter ID @aien********)
“올림픽을 목전에 둔 1987년의 한국과 똑같이 올림픽을 2년 앞둔 지금의 일본이 놀라울 정도로 겹쳐 보여서 현재의 일본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Filmarks ID mi**********)
“이런 식으로 권력의 부정을 밝혀 내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역할이 큰데 지금의 일본 언론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Eiga.com ID ha******)
“그간 한국영화에서 느껴왔던 체제에 대한 과도한 불신이 어디서 온 것인지 처음으로 납득했다. 성립 과정이 다른 일본의 민주주의, 그리고 현대 일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Twitter ID be*******)
개봉 1~2주 안에 흥행 성적이 매겨지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순차개봉을 해서 반응이 좋으면 개봉관이 확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만 해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처럼 단 2개관에서 개봉했다가 3개월에 걸친 확대개봉을 통해 100만 관객을 돌파한 사례가 있다. 영화 <1987>이 일으킨 작지만 뜨거운 반응이 앞으로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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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 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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