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과 교감하는 소녀의 공포영화
제니퍼(제니퍼 코넬리)는 곤충과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러나 새로 전학 간 기숙 학교에는 이런 제니퍼를 이해해 주는 친구 하나가 없이 따돌림을 당한다. 한편으로 몽유병에 시달리던 그녀는 우연히 살해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미궁에 빠져있던 연쇄살인사건은 제니퍼가 살인현장에서 발견한 유충으로 실마리를 찾게 된다. 곤충학 박사의 도움으로 오직 사람의 시체에서만 발견된다는 유충의 존재를 알게 된 제니퍼는 곤충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해 점점 살인마에 접근하게 된다. 하지만 어리고 나약한 소녀 제니퍼는 오히려 살인마의 함정에 빠지고, 아름다운 소녀들을 질투해 살해했던 괴물의 집 안에 갇히고 만다.
곤충과 교감하는 소녀의 이야기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신선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야 자리 잡기 시작한 ‘법곤충학’이라는 소재 역시 흥미롭다. 법곤충학은 시신과 그 주변의 곤충을 관찰해 사망 원인을 밝히는 학문이다. 시체의 부패 초기에는 파리나 유충이 보이지만, 점차 부패가 진행되면서 말벌과 딱정벌레가 몰려와 시신을 먹는 습성을 분석해서 사망 시점과 장소, 결정적인 단서를 파악하기도 한다.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의 대표작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작품답게 이런 곤충과 관련한 소재들이 강렬한 이미지로 구현되었다. 소녀와 곤충의 이미지는 사건이 진행되면서 아름다운 얼굴과 기형으로 일그러진 얼굴, 살아있는 육신과 파리 떼로 뒤덮인 시체가 강렬하게 대비되며 확장된다.
이런 구조는 <마스터즈 오브 호러 에피소드4, 제니퍼>라는 아르젠토의 작품에서 더욱 드러난다. 아름다움과 혐오스러움의 대칭을 넘어 아예 기괴하게 뒤섞여버린 이미지들 속에서 유혹과 혐오를 동시에 느끼는 인간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그는 강렬한 이미지와 자극적인 살인 장면이 주가 되는 스파게티 호러, 일명 ‘지알로(giallo)’ 영화들을 만들었다. <딥 레드(1975)>, <서스페리아(1977)>, <인페르노(1980)>, <테네브레(1982)>, <페노미나(1985)>, <오페라 (1987)>로 이어지는 명작들을 쏟아냈고 70세가 넘은 최근까지도 3D 공포영화, <드라큘라(2012)>를 만들었다.
세기의 미녀 제니퍼 코넬리의 리즈시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라비린스]와 함께 제니퍼 코넬리의 리즈시절이 그대로 담긴 대표적인 작품이다. 아르젠토의 몽환적인 화면 속에서 그녀의 미모는 더욱 신비롭다. 그러나 CG 없이 온갖 벌레들과 씨름해야 했던 제니퍼 코넬리는 성인 연기자가 된 후에도 가장 힘들었던 기억 중 하나로 [페노미나]의 촬영장을 꼽는다고 한다.
그 외 이야기들
아르젠토는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아들, 딸들이 모두 영화와 관련되어 있었다. 일단 그의 아버지가 영화 제작자였는데, 아르젠토의 데뷔작 <크리스털 깃털의 새(1970년)>도 아버지의 제작사에서 만들어졌다. 그의 딸 아시아 아르젠토는 또한 아버지의 영화, <스탕달 신드롬> 등에 출연해 독특한 캐릭터들로 주목받았고, 아버지가 제작한 영화 <스칼렛 디바>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아르젠토의 첫째 딸이자, 아시아 아르젠토의 이복언니인 피오레 아르젠토의 영화 인생은 그다지 화려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영화에서 단역과 제작스태프 등으로 활동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페노미나>에서는 제일 먼저 희생당하는 소녀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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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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