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윗치>는 마녀 전설에 관해 취재하다가 마녀의 저주로 사라진 영화 청년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과정을 재구성한 극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이 자신들에게 생긴 일을 직접 기록한 촬영 원본을 발견해 만든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실종된 청년들의 영상물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의 자막으로 시작한다.
세 명의 영화 청년들은 간단한 촬영장비만 가지고 몇 날 며칠 숲을 헤매다가 마녀로 추측되는 존재를 만난다. 화면에 직접 찍히지는 않았지만, 밤중에 텐트 밖에서 나는 무서운 소리와 저주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다. 숲 속에서 길을 잃은 그들은 두려움에 점점 미쳐간다.
물론 <블레어 윗치>와 관련된
실종 사건이나 마녀 전설은
다 지어낸 거짓말이다.
그리고 <블레어 윗치>에 기록된 내용도 전부 연출과 연기로 만든 허구다. 즉 이 영화의 장르는, 실제 일어난 일을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실제인 양 꾸며낸 모큐멘터리(또는 페이크다큐)다. 특히 ‘어디선가 발견된 영상물’이라는 의미로 파운드푸티지(found footage)라고도 한다.
모큐멘터리나 파운드푸티지는 <블레어 윗치> 훨씬 이전부터 종종 있었다. 장르도 호러에 국한되지 않고, SF, 코미디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다만 지금처럼 많은 모큐멘터리/파운드푸티지 호러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게 <블레어윗치>의 성공 이후라는 점에서 원조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
진짜 있었던 사건처럼 꾸며 놓은 홈페이지(http://www.blairwitch.com)도 한몫했다. 미국에선 이 모든 게 사실이라고 믿었던 팬들이 만든 팬 페이지가 여러 개 만들어지는 등 영화와 관련된 루머가 사회현상으로 커졌다. 덕분에 저예산으로 만든 <블레어 윗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우리나라에선 관련 정보를 알았던 관객들과 몰랐던 관객 사이에서 관람 후 평가가 크게 갈리기도 했다. 거기서 비롯된 논쟁이 다시 영화에 대한 관심을 키웠으니, 마케팅의 역사에서도 모범적인 사례로 기록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들 때문에 <블레어 윗치>는 러닝타임 70분짜리 영화 자체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 오로지 영화에 담긴 것만으로 후한 점수를 받을만한 영화는 아니다. 소수의 인물이 제한된 조건에서 찍은 영상만으로는 이야기의 완결성을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레어 윗치>를 둘러싼 여러 얘깃거리는 이처럼 방대하고,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블레어 윗치>를 감상한다는 것은 영화가 만든 다양한 문화 현상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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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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