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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교실

과욕이 낳은 밋밋한 공포 <령> 2편

by 그럽디다. 2021. 7. 28.

과욕이 낳은 밋밋한 공포 <령> 1편

 

과욕이 낳은 밋밋한 공포 <령> 1편

사회학과 2학년 민지원(김하늘).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에 대해들은 이야기는 그게 다였다. 과거는 기억나지 않지만, 현재에 충실하고 앞날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노력하는 것에 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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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영화 <령>

이쯤에서 결론을 말하자면<령> 아쉬움이 많은영화다. 
앞서 말한 시도들이 충분히 효과적으로 드러나지못해서다. 

 

사건의 전모를 주인공만 모르고 있다는 설정은 알프레드히치콕이 일찌감치 정리한 서스펜스의 기본이고, 이를 위해<령>는 기억상실이라는 장치를 썼다. 덕분에 관객은 원귀 호러를 보면서 미스터리를 푸는 재미도 즐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기억상실 설정에인해 <령>에 도드라지게 배치한 여러 멜로 라인들이 타격을 받았다.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한계 때문에 엄마와의 갈등, 준호와의 모호한 관계가 간단히 설명되지 않는다. 원귀(로짐작되는) 수인과 지원의 애증은 영화의 핵심적인 감정인데 이마저 미스터리에 묻히는감이 있다.

 

이미지= 영화 <령>

이영화에서 준 호의 존재는 특히 이해가 되지않는다. 그는 귀신에게 위협을 당하는 대상도 아니고캐릭터들의죽음에대한혐의를받지도않는다. 영화 내내 지원의 곁을 지키며 그녀가 고립되지않게하고, 죽을 뻔한 위기도 다모 면하게 해준다. 그러다 보니 그는 본의 아니게 무서울 만한상황들의 분위기를 반감시킨다.

물을 공포의 모티브로 삼은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과거 물귀신을 다룬 영화보다 크게 발전한 기술력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했고, 나쁘지 않은 장면들을 뽑아냈다. 하지만 이 영화 이전 불과 5년 이내에 나왔던 로버트저메키스감독의<왓라이즈비니스>와 나카다히데오 감독의 <검은물밑에서>라는 걸작들을 생각하면 아쉬운점이 많이 보인다.

이미지= 영화 <령>

생명의 원천 인물이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이기도하다는 근원적 이중성을 좀 더 파고들었다면 어땠을까?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떤 그릇에나 담길 수 있는 물의 유연함도 더 많은 상상력을 드러낼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제임스 캐머런의 걸작<어비스> 가 이미 80년대에 시도한 다양한 표현만 생각해봐도 초현실적 판타지인 <령>이 물을 시각화한 방식은 안일했다고 할 수 있다. <령> 은 공포영화로써는 독특하게도 피가 거의 나오지않는다. 다만 공포에 관해서는 역시 피가 물보다 진한가하는 아쉬움을 만들기도 한다.

이미지= 영화 <령>


<령>이 직접 건드리는 사회문제는 집단따돌림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드라마에 끼어드는 멜로라인이 너무 많아서 집단따돌림을둘러싼문제를진지하게다룰만한시간이부족해진것이크게아쉽다. 여고 시절의 집단따돌림사건과 관련해 영화에서 할애된 씨는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다섯 여배우가 돌아가면서한두마디의전형적인대사를 읊는데 그쳤다. 이 정도의 묘사로는 가해자들과 피해자의 원한 관계를 형성한 죄책감과 복수심을 쌓기에도 부족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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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