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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교실

과욕이 낳은 밋밋한 공포 <령> 3편

by 그럽디다. 2021. 7. 28.
 

과욕이 낳은 밋밋한 공포 <령> 1편

사회학과 2학년 민지원(김하늘).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에 대해들은 이야기는 그게 다였다. 과거는 기억나지 않지만, 현재에 충실하고 앞날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노력하는 것에 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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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욕이 낳은 밋밋한 공포 <령> 2편

과욕이 낳은 밋밋한 공포 <령> 1편 1편" data-og-description="사회학과 2학년 민지원(김하늘).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에 대해들은 이야기는 그게 다였다. 과거는 기억나지 않지만, 현재에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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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영화 <령>

왕따라는 사회문제가 그다지 참신한 소재가 아니긴 했지만 조금 더 정면으로 다뤘다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개봉당시<령>의 제작진은 관객에게 반전에 큰 의미를 두지 말고 정서를 보아달라고 당부하면서도, 반전을 마케팅의 핵심으로 내 세웠다. 이 모호한 태도는<령> 의 큰 흠이 되고 말았다. 반전을깔끔하게걷어내고방만하게흩어진드라마를안으로결속했다면<령>은정통호러의묵직함을가질수있었을것이다. 귀신 이사다 코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류작 취급을 받기에는 정서와 감정에 공들이려 한 노력이 보이기 때문에, 거듭된 반전이 스스로 아류작임을 인정하고 그 한계를 벗어나려 한 발버둥처럼 여겨진다.

이미지= 영화 <령>

김태경 감독은 데뷔 당시만 29세였다. 수백 명에 달하는 제작진의 수장 노릇을 하면서 수백만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통찰이 요구되는 메이저 영화감독으로는 비교적 어린나이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나 말초적 자극의 극대화를 요구하는 공포 영화에서는 청년의 미흡한 치기가 얼마든지 장점이 될 수 있다. 같은 해<쏘우>로데뷔한 제임스완 감독은 27세였다. 마지막 1분의 반전이 이제껏 쌓아온 드라마를 완벽하게 무시했음에도 불과하고<쏘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영화 중 한편이 되었다.

이미지= 영화 <령>

사실 영화를 서너 편씩 동시 제작하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과 달리한 국제 작사 규모는 대부분 영화 한 편 실패가 재기불능으로이어질수도있는정도다. 그래서 모험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경험이 부족한 데뷔 감독에게는 톱스타급 배우와 관록 있는 스태프들을 붙이려 하고, 영향력 높은 프로듀서가 진두지휘하며 편집권을 철저히 회사가 갖는 등의 방식으로 실패확률을 낮춘다.

 

감독이 하나의 비전을 가지고 경주마처럼 달려갈 때 제작사는 여러 안전장치를 부착하는 것이다. <령> 의사 정이 이랬다는 얘기는 아니다. <령>이 여러 영화의 아류작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제작사의 조바심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감독 본인의 과욕과 미숙함이 낳은 결과일 수도있다. 어쨌거나결과적으로<령>은 물 좋은 생선을 서툴게 칼질한 회 한접시가 되는대신 너무 많은 재료를 넣어 끓인 텁텁한 잡탕 찌개가 되고 말았다. 밥 한 공기를 비우는데 야 쉬운 것 없지만 이틀만 지나면 맛에 대한 인상이 지워지는 개성 없는 메뉴 말이다.

이미지= 영화 <령>

그럼에도 <령>의 영화사적 의미가 단지 아이돌 가수 빈이 배우 전혜빈으로 업종 변경을 시도한나쁘지 않은 첫 걸음이라는 정도로 그치는 것은 가혹하다. 줄거리 없이 여러 공포 영화의 귀신 등장 장면만 편집한 유튜브 영상도 여름이면 조회수가 쭉쭉올라간다는식의 접근법으로는 부가 판권 시장으로 직행하는 수 많은 함량 미달의 아류작들만 만들어 낼 뿐이다. 전 해인 2003년에 나온<장화, 홍련>, <4인용 식탁> 등의 개성 있는 한국 호러들이 거둔 여러 성과에는 못 미치지만 <령> 역시 백만 관객을 동원한 만큼의 평가를 받을 가치는 있다. 투자자는 본전 이상의 가능성을 보았고, 제작진은 보람있게 일했으며, 관객의 90분은 충분히 보상받았다. 더 나은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리라는 기대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시장위에서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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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