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트머스]
결혼, 누가 만들었니? [결혼의 여왕]
전통적인 관습이 좀 처럼 흔들리지 않은 채로, 그 외의 모든 것들이 가장 빨리 변하는 곳이 대한민국이지 않을까. 그렇다보니 그 두 가지가 일상에서 필연적으로 출동하는 ‘결혼’은 우리나라에서 퍽이나 잘 먹히는 소재다. <우리결혼했어요>는 자리를 잡았고, <자기야-백년손님>은 의사 함익병에게 ‘국민 사위’라는 괴이한 이름을 선사 했다. 안정적인 시청률에 목메던 채널 A가 그나마 건져올린 떼토크가 <웰컴투 시월드>였으며, 같은 고민의 MBN이 고안해낸 카드가 <속풀이쇼 동치미>였다.
<결혼의 여신>은 여러가지 결혼생활의 형태를 보여주는 SBS 주말 드라마다. 재벌가 출신의 검사에게 시집간 여자 송지혜(남상미 분), 그 재벌가에 신분상승을 위해 먼저 시집와 있던 여자 홍혜정 (이태란). 대학 때 등산을 갔다가 첫 섹스를 한 남자와 결혼 해 버린 송지선(조민수 분) 그리고 상대가 잘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결혼했다가 발등을 찍고 있는 여자 권은희(장영남)가 자기식대로의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시골 과수원집에서 아버지에게 성실함의 중요성을 잘 교육받고 자란 송지혜. 재벌가 출신의 검사 남자친구가 시어머니 될 분 몰래 혼수를 준비하라며 10억이 든 봉투를 건넨다. 아이쿠 이렇게 고마울수가. 그러나 과수원집 딸은 성실함의 중요성을 잘 교육받았기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버럭 성질을 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민끝에 결국은 결혼하고 시아버지 명령으로 방송작가 일까지 그만둔다. 하루하루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도 결국은 재벌가 막내며느리로서의 삶을 이어간다.
송지혜의 윗동서 홍혜정. 바람끼 많은 남편에게 “내가 만나는 여자들은 건강을 위해 만나는 런닝 머신들이다. 너는 러닝머신을 질투하니?” 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신분상승을 위해 재벌가를 떠나지 못 한다. 오히려 남편이 외도한 아침, 호텔로 새 와이셔츠와 양복을 보내는 독종 중에 독종.
송지혜의 언니 송지선. 대학때 등산에 갔다가 우연히 첫 섹스를 하게 된 남자와 결혼했다. 3명의 아이를 키우는 동신에 23년차 광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워킹맘이다. 철없는 아이들은 물론 시부모까지 모시고 살아가는 일상이 쉽지만은 않다.
끝으로 잘생기고 키크다는 이유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권은희. 잘생긴 남편은 얼굴값 하느라고 대놓고 바람을 핀다. (심지어 상대역이 클라라) 아들과 자신을 팽개친 남편의 집을 벗어나 악전고투중이다.
짚어보니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하나도 없다. 근데 과연 현실에서 정상적인 결혼생활이란게 있기는 한 걸까. 극중 송지선 (조민수)의 대사를 짚어본다. "그러니까 너나 나나 우리 동서나 그리고 세상에 모든 여자는 결혼을 왜 해서 이 모양 이 꼴이라니? 결혼을 누가 만들었니? 어떤 자식이 만든 거야? 이거 여자들한테만 죽어라 불리한 걸 보면 이건 분명 남자가 만들었어. 내 그 자식을 만나기만 하면 가만히 안 놔둘 거야 진짜"
결혼을 누가 만든지는 모르겠지만, 앞의 4명은 모두 자신이 선택한 결혼을 했다. 이렇게 후회 할 결혼을 우리는 왜 했거나 할 생각인걸까. 관련 게시판에서는 지혜 커플이 이혼 해야한다는 쪽과 그래도 잘 살아야하지 않겠냐는 측이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다시 잘 살든, 단호하게 이혼하든 그것 역시 당사자들의 선택이지만, 개인적으로 필자는 그런 결혼 생활이라면 차라리 헤어지는게 좋다에 한표.
사진출처 = SBS
글쓴이 안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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