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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K 드라마 & 예능

<굿닥터> 어디서 많이 봤던 첫사랑 그녀, 문채원

by 꿀마요 2021. 11. 24.


짝사랑에 속앓이를 하던 시온이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차선생에게 마음을 고백했지만, 예상대로 거절당했다. 드라마 <굿닥터> 이야기다. 1회부터 이 드라마를 열혈 시청해 온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단언컨대, 이 고백의 실패는 예정된 것이었다. 아니 그보다, 애초부터 박시온(주원 분)은 차윤서(문채원 분)를 만나면 무조건 사랑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여기서 잠깐. 미리 알아둘 것이 있다. 주인공 박시온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자폐증과 같은 뇌기능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비장애인과는 다른 천재성을 동시에 갖는 현상을 말하는데, 영화 <레인맨>의 실제 주인공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레이몬드’가 자폐증 환자이지만 한번 본 숫자는 모조리 외울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을 가졌다면 <굿닥터>의 시온이는 한번 읽은 것은 무조건 외우는 천재적인 암기력과 공간지각능력, 그리고 전문가 수준의 미술적 재능을 갖고 있다. 거기다가 큰 키에 훈내 나는 마스크까지 갖추었으니, 사람들은 박시온을 보고 어딘가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는 건 느끼지만 장애를 가졌다고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게 불우했던 어린 시절 멘토인 최우석원장(천호진 분)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대학병원 소아외과의 레지던트로 들어가게 되면서, 옆에 다가오기만 해도 딸국질이 나게 만드는 여자 차윤서(문채원 분)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박시온은 무조건 차윤서(문채원 분)를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냐고? 잘 들어봐. 우리는 차윤서(문채원 분) 같은 여자를 한번쯤은 본 적이 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가는 신입생 환영 엠티에서, 혹은 어릴 때부터 다니던 성당의 여름성경학교 캠프에서 선머슴같이 장난치며 스스럼없이 남자아이들의 목에 팔을 걸고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며 환하게 웃는 여자, 그러나 가장 예쁘게 생긴 바로 그 누나 말이다. 

 

이렇게 이성이 아닌 무성의 친분으로 짓궂은 친구 사이나 털털한 누나를 자처하며 아무렇지 않게 스킨십을 해내는 여자들은 대부분 예쁘기까지 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예쁜 여자들은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고, 그로 인해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미 많은 호의를 겪어봤기 때문에 아직 친분이 쌓이지 않은 상대에게도 자신감 있게 다가간다. 특히나 자신들의 행동에 남자들이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여자들은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우고, 우왁스럽게 목을 조르고, 남자를 놀리고 때리고 심지어 아무렇지 않게 엉덩이를 툭툭 치지만, 막상 대상이 된 남자는 짜증이 난다거나 똑같이 털털하게 대하기는커녕 그날 밤부터 희한하게 잠을 못이루고 그녀를 생각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고 옆에 다가오기만 해도 딸국질이 나는 것이다. 
 



박시온에게 서번트 증후군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차윤서(문채원 분)는 박시온을 어린아이 대하듯 했다. 뒤에서 껴안고 얼굴을 만지고 어깨에 기대고. 그 예쁜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박시온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든 차윤서(문채원 분)는 정말 단 한순간도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박시온이 어린 아이와 같이 순수한 감정과 다소 서툰 사회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2차 성징이 지나도 한참 지난 이십대 성인 남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기사 이제와서 돌이켜 본들 아무 소용 없는 이야기다. 차윤서(문채원 분)는 박시온에게 아주 확실한 선을 그었으니 말이다. “박시온, 나도 너 사랑해 아주 많이. 후배로서.” 

하지만 박시온은 차윤서(문채원 분)의 생각처럼 어리지 않았다. 자신을 계속해서 남자가 아닌 아끼는 동생으로만 대하며 시간이 지나면 친남매처럼 지내게될 것이라고 말하는 차윤서(문채원 분)에게 ‘시간이 지나도 편안해지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그때가 더 답답할 것 같다’고 솔직한 사랑의 마음을 드러낸 것만 보아도 그가 그렇게 마냥 아이 취급을 당할만큼 미성숙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쨌든 남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첫사랑의 씁쓸함을 맛 본 박시온은 전보다 성숙하고 멋진 남자가 되어갈 것임이 틀림 없다. 진부하지만 사랑은 원래 그런 것,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것이니 말이다. 

이미지 출처 = KBS2

글쓴이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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