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공룡을 만난 다는 것은 어쩌면 모든 아이의 꿈이다. 22년 전 <쥬라기 공원>에 방문한 렉스와 팀 남매는 이 꿈을 이뤘다. 그러나 그 꿈은 곧바로 악몽으로 돌변했다. 2015년에는 <쥬라기 월드>에는 잭과 그레이 형제가 방문한다. 이런 류의 영화에 형제가 피해자로 등장하면, 아무래도 어린 동생에게 마음이 더 쓰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특히 이 그레이라는 소년이 남 같지 않다. 원래 알던 아이인가 싶은 친숙함을 느꼈더라도 착각이 아닐 것이다. 그레이 역의 타이 심킨스는 이제 겨우 열네 살이지만, 벌써 25편이나 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다.
2001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타이 심킨스(본명 Ty Keegan Simpkins)는 생후 3주째부터 TV 드라마에 출연했다. 1950년대~60년대부터 방영되어 온 장수 드라마인 <The Guiding Light>와 <One Life to Live>에서 주요 인물의 갓난아기로 등장하면서부터 연기는 타이의 삶이 되었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40회 이상의 에피소드에 출연하면서 카메라에 익숙해졌고, 다른 역할의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로 & 오더>의 한 에피소드에 출연하기도 하고, 네 살 때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 전쟁>에 잠깐 등장하기도 했다. <쉰들러 리스트>, <갱스 오브 뉴욕>, <한니발>의 각본가 스티븐 자일리언이 연출한 <올 더 킹즈 맨>(2006)에서 쥬드 로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기도 했다 (최종 편집본에는 실리지 않았다).
타이가 연기를 하면서, 세 살 위의 누나 라이언도 연기를 시작했다. 둘은 함께 남매로 캐스팅되는 일이 많았다. 개빈 오코너 감독의 <프라이드 앤 글로리>(2008)에서는 콜린 패럴의 아이들로, 샘 멘데스 감독의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아이들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 청소년영화 대상을 받은 <아르카디아>(2012)에서는 존 혹스의 아이들로 출연했다. 누나가 출연한 <가든 오브 더 나이트>에 출연하거나, 누나가 열두 살 때 친구와 만든 단편영화 <Sitters Street>에 출연하기도 하는 등, 남매는 우애를 과시하며 영화에 대한 재미도 키워갔다.
2010년, 타이 심킨스라는 영화배우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된 작품은 제임스 완 감독의 호러 <인시디어스>다. 여기서 타이는 패트릭 윌슨과 로즈 번의 큰아들이자 ‘꿈꾸는 소년’ 달튼을 연기했는데, 드라마의 시작과 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다. 비록 출연 장면의 3분의 2 이상 잠들어 있는 연기뿐이었다고는 하지만, 클라이막스 무렵, 귀신들린 달튼이 갑자기 움직이는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깜짝 놀랄 장면이었다. 무엇보다도 인시디어스의 포스터를 장식한 장본인이 타이 심킨스다. <주온>의 토시오의 벽은 넘지 못하겠지만, 공포영화 포스터에 등장한 소년으로는 가장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인시디어스>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같은 해 타이는 알 파치노의 딸 쥴리 파치노가 만든 단편영화 <아브라카다브라>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이어 <크래쉬>의 감독이자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각본가인 폴 해기스 감독의 <쓰리 데이즈>에서는 러셀 크로우의 아들로 등장했는데, 이 무렵부터 시키는 대로 하는 연기를 넘어, 스스로 집중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연기를 하기 시작한 듯하다.
2012년 <아르카디아>에서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배우인 존 호크스의 아들로 나왔다. 어느 날 아빠가 자가용에 딸과 아들을 태우고 캘리포니아로 이사하자며 대륙횡단 여행을 시작한다. 엄마는 곧 뒤따라 올 것이며, 캘리포니아는 천국과 같은 곳이라고 믿으면서 긴 여행에 지칠 아이들을 독려한다. 하지만 아빠가 뒤에 남겨둔 문제가 있다는 예감이 짙어지면서 남매의 마음이 편하지 않게 된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존 호크를 비롯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 해의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2013년, <인시디어스>의 속편인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이 공개되면서 타이 심킨스의 인지도는 좀 더 올라간다. 이 영화로 인해 패트릭 윌슨과는 2006년 <리틀 칠드런>을 포함, 세 번째 부자지간을 연기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주도하는 면에서 달튼의 역할은 전편보다 줄어들었지만, 대사의 양과 질, 감정 변화 등이 풍부해져, 성인배우 못지않은 섬세한 캐릭터로 발전했고, 타이 심킨스는 훨씬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우리가 타이 심킨스를 친근하게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언 맨 3> 때문이다. 타이 심킨스는 <아이언 맨 3>의 ‘그 시골 소년’ 할리 역할을 맡았던 배우다. 토니 스타크는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 때문에 페퍼 포츠와 로디와 해피를 제외하고는 새 친구를 좀처럼 사귀지 못해왔다. 그런데다 <어벤져스>에서의 뉴욕 사태를 겪으면서 공황장애까지 겪던 그가 마음을 열고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마주하는 느낌까지 받는 상대가 바로 할리다. 세 편의 아이언 맨 영화들에서 토니 스타크가 자신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초면인 상대에게 드러내는 대상은 1편 게릴라 소굴에서 만난 잉센을 제외하고는 할리가 유일하다. 타이 심킨스는 토니 스타크 못지않은 영리함과 순진함을 넘나드는 연기를 훌륭하게 해냈다. 특히 떠나려는 토니 스타크에게 춥다며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 표정을 지어 보이는 능청스런 연기로 씬 스틸러라는 평가까지 들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2015년, 타이 심킨스는 누나와 또 한 번 남매 역할로 캐스팅되었다. <행맨>이라는 저예산 공포영화에서 또 끔찍한 일에 휩쓸리는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올리비아 와일드, 루크 윌슨 주연의 드라마 <메도우 랜드>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소년을 연기해 점점 더 표현의 폭을 넓히고 있다. <쥬라기 월드>에서는 공룡 덕후인 소년으로 나온다. <쥬라기 공원>에서의 공룡 덕후 소년인 팀과는 어떻게 다른 캐릭터로 등장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내년 개봉 예정인 <나이스 가이즈>의 촬영도 마쳤다. 70년대 배경의 탐정 스릴러인데, 타이 심킨스가 맡은 캐릭터는 딱 한 장면 등장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단서를 쥔 역할이라고 한다. 러셀 크로우와 오랜만에 다시 만난 영화다.
해마다 두어 작품씩 큰 영화들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긴 하지만, 아역배우인 타이 심킨스를 라이징 스타로 평가하기엔 너무 어리다고 할 수도 있겠다. 다만 지난 연말연시에 할리우드 일각에서 떠돌던 루머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타이 심킨스는 라이징 스타를 확실하게 보장받는 셈이다. 그 루머는 다름 아닌 타이 심킨스의 ‘차기 아이언맨’ 설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현재 마블의 영화에 세 차례 더 출연하는 계약만 맺은 상태다. 그 세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파트1, 2편이 될 예정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3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부와 <인휴먼스>가 개봉하는 2019년으로 끝날 예정이고, 이후의 제작 계획은 발표된 바 없다. 그러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밝힌 바로는 디즈니와 마블이 <아이언맨 4>를 제작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2019년에 <아이언맨4>를 제작하기 시작한다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54세이고, ‘플레이보이’ 토니 스타크를 연기하기에는 다소 늙은 나이일 수 있다.
지난 연말 미국 연예매체 무비 파일럿은 타이 심킨스가 연기했던 할리가 아이언맨의 후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였다. 또 영화평론가 제프 스나이더도 트위터를 통해 “타이 심킨스가 마블과 다수의 영화 출연 계약을 맺은 것이 확실하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2019년 타이 심킨스는 18세 정도가 된다. 스파이더맨도 하이틴 슈퍼 히어로였다는 사실만 놓고 생각해도, 토니 스타크가 10대 후반의 할리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을 가능성은 절대 적지 않다. 아직 본격적인 성장기를 겪지 않은 소년 배우가 앞으로 어떻게 자라날지를 예상할 수는 없기에 이런 추측 보도와 루머가 정설이 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이언 맨 3>에서 잠시 보여줬던 두 캐릭터의 우정과 신뢰, 또 두 배우의 케미를 떠올려 보면 제법 괜찮은 그림이 상상이 되기도 한다.
이미지=영화<아이언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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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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