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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타 비하인드

<위 아 영>의 괴짜 힙스터 청년 애덤 드라이버

by 꿀마요 2021. 12. 4.


주로 뉴욕을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의 방황을 들여다보며 인생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발견하는 감독 노아 바움백. 그의 신작 <위아영>에서는 40대 기성세대와 20대 청년세대의 만남을 통해 삶을 대하는 진정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상대역으로 선택된 행운아,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오가며 뉴욕 힙스터의 이중성을 자연스럽게 그려낸 괴짜 배우 애덤 드라이버. 오늘 라이징 스타에서는 이 장신의 뉴요커 애덤 드라이브에게 주목해 본다.

이미지=영화&nbsp;&lt;위아영&gt;,&nbsp;ⓒScott&nbsp;Rudin&nbsp;Productions



애덤 드라이버(본명 애덤 더글러스 드라이버)는 1983년 11월 19일 캘리포니아 샌 디에고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의 이혼과 함께 엄마의 고향인 인디애나 주로 이사했다. 새아버지는 개신교 목사였고 그는 교회 성가대원이었다. 고등학교에서도 합창단의 핵심 단원으로 활동했고, 몇 편의 연극 공연에도 참여했다. 연기는 재밌었지만 인디애나 주에서 연기로 먹고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위의 충고를 순순히 받아들였으며,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진공청소기 세일즈맨이 되었다.

그해에 9/11 테러가 발생했다. 그와 친구들은 모두 입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로 자원입대한 사람은 애덤뿐이었다. 그는 해병으로 2년 8개월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는데, 이라크에 배속되기 전 당한 부상으로 제대해야만 했다. 군인의 삶은 일찍 포기해야 했지만, 해병이라는 자부심은 연기자의 삶에 대한 자신감도 키워줬다. 귀국한 그는 살던 동네의 대학에 들어가 1년 정도 공부하던 중, 자신이 아는 가장 훌륭한 연기 학교인 줄리어드에 지원, 합격하며 뉴욕에서 살기 시작했다.

2009년 줄리어드를 졸업한 애덤 드라이버는 아르바이트하면서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에 출연했다. 대배
우 프랭크 란젤라와 함께 출연한 <남자와 소년>, 재커리 퀸토의 빈자리를 대신한 <미국의 천사들>, 존 오스본의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등의 연극을 하며 종종 TV와 영화의 단역을 맡거나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장편영화 데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제이. 에드가>였는데, 월터 라일이라는 작은 역할이었다.

이미지=드라마&nbsp;&lt;걸스&gt;,&nbsp;ⓒHBO




이후 두어 편의 독립 영화에 출연하던 그에게 2012년 HBO 드라마 출연 기회가 찾아왔다. 주드 애퍼토우가 책임 프로듀서를 맡고, 스물다섯 살의 레나 던햄이 쓰고, 연출하고, 주인공을 연기한 코미디 시리즈 <걸스>에서 주인공의 상대역을 제안받은 것이다. 뉴요커 레나 던햄은 시나리오, 연출, 주연, 영화 <타이니 퍼니쳐>로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각본상을 받고, 여러 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은 신성이었다. <걸스>는 브룩클린의 가난한 작가 지망생 해나(레나 던햄)와 그녀의 친한 친구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애덤 드라이버의 역할은 애덤 새클러라는 배우 겸 목수다. 철저한 개인주의자이자 자유로운 예술가 청년인 애덤은 해나와 캐주얼한 섹스 파트너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게 된 해나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자 애덤이 오히려 더 큰 혼란에 빠진다. 처음엔 방어적으로만 반응하던 그도 점차 해나를 사랑하게 되고, 둘은 알콩달콩한 커플이 된다. 애덤의 역할은 처음엔 큰 키와 넓은 어깨, 멋진 목소리를 가진 직설적이고 쿨한 나쁜 남자로 인기를 끌었고, 해나를 사랑하게 된 뒤로 점점 더 낭만적이고 지고지순한 사랑꾼으로 변모했다. 무심한 괴짜에서 로맨티스트까지 오가는 애덤은 매니아들을 양산해 내며 드라마의 성공을 도왔다. 이름이 같은 것 이상으로 현실의 애덤 드라이버를 고스란히 투영한 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각광받았고, 두 해 연속으로 에미상 최우수 남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되었다.

유능한 그의 에이전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의 캐스팅 기회를 성사시키기도 했지만 역시 작은 역할이었고, 그를 실제로 비상하게 만든 것은 <걸스>에서 드러난 그의 개성과 자연스러운 연기였다. 작가주의 감독들이 먼저 그에게 주목했다. 노아 바움백의 <프란시스 하>의 레브 역할과 코엔 형제의 영화 <인사이드 르윈>의 알 코디 역할은 <걸스>의 애덤 새클러의 변주와도 같은 캐릭터이자 애덤 드라이브 본인의 모습과 가장 닮아 보이는 캐릭터였다.

이미지=영화 &lt;프란시스 하&gt;, ⓒRT Features

<프란시스 하>는 21세기 뉴욕의 한 젊은이의 인생을 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를 풍부하게 인용한 흑백 화면에 담아낸 지적이고 재기 발랄한 작품이다. 토론토, 뉴욕, 베를린, 샌프란시스코, 멜버른 등의 굵직한 국제 영화제들의 단골 초청작이 되었고 골든글로브, 런던 비평가협회상, 크리틱스 초이스 등등의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의 후보작으로 선정되며 각광받았다. 살 곳이 마땅치 않게 된 견습 무용수 프란시스를 활기차게 연기하고, 각본에도 참여한 그레타 거윅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애덤 드라이버의 엉뚱하고도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눈에 띄었고 호평 받았다. 애덤 드라이버와는 브루클린 이웃사촌이기도 한 노아 바움백 감독은 <위아영>에 다시 그를 캐스팅했다.

이미지=영화&nbsp;&lt;인사이드&nbsp;르윈&gt;,&nbsp;ⓒCBS&nbsp;Films


<인사이드 르윈>은 떠오르는 젊은 재능들의 보고였다. 타이틀 롤인 르윈 데이비스 역의 오스카 아이삭은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캐리 멀리건의 이미지 변신도 관객을 즐겁게 했다. 애덤 드라이버는 오스카 아이작,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함께 부르는 “Please Mr. Kennedy" 녹음씬에서 연습 도중 예고도 없이 끼어들며 생뚱맞기 짝이 없는 코러스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관객들은 순간, 이 돌아이는 뭐지? 타이밍 안 맞는 감탄사 같은 소리로 노래를 망칠 것 같다는 불안감에 긴장하지만, 이내 그것이 그 곡과 정말 잘 어울리는 신선한 코러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감탄사 코러스 말고는 대사도 없지만 그는 특유의 낮은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혼자 그 씬을 들었다 놨다 한다. 짧게 등장하지만 이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이 녹음 씬은 어쩌면 그 해에 나온 영화들 중 가장 신기한 씬 가운데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햄튼 국제 영화제에서 신인 연기자상을 수상했고, “Please Mr. Kennedy"는 BFCA(방송영화비평가협회) 어워드, 휴스톤 비평가협회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최우수 주제가상을 받거나 후보에 올랐다.

빠르게 인지도를 쌓아간 아담 드라이버는 계속해서 여러 영화에 출연했고, 비중도 높아 갔다. 2013년 그는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네 마리 낙타와 개 한마리를 데리고 걸어서 호주 사막을 횡단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영화 <트랙스>에서 이해심 많고 순수한 연인을 연기했다.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썸’에 관한 멜로 영화 <왓이프>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절친이자 여자 주인공의 사촌인 알렌 역을 맡아 무기력한 솔로와 뜨거운 연인을 오가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지=영화 &lt;굶주린 마음&gt;, ⓒWildside



2014년에는 노아 바움백의 <위아영> 외에도 두 편의 영화에 더 출연했다. 숀 레비 감독의 <당신 없는 일주일>은 조나단 트로퍼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막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각자의 고달픈 삶을 살아가던 4남매가 어린 시절 집으로 돌아와 일주일을 함께 지내는 이야기다. 아담 드라이버는 연상의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문제아 막내 역할을 맡아 이전과는 조금 다른 강렬한 성격을 드러냈다. 이탈리아의 신성 사베리오 코스탄조 감독의 <굶주린 마음>에서는 이탈리아 여자 미나와 결혼한 미국 남자 주드 역을 맡았다. 둘은 뉴욕에서 만나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한다. 행복했던 두 사람이지만, 아이를 낳고난 후 삶은 이전과 180도 달라진다. 미나는 극단적인 채식주의를 고집하고 심각한 결벽증 증세를 보이며, 아이를 비정상적으로 키우려 한다. 이런 행동은 아이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하고, 주드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미나를 말려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신적으로 불안해진 두 사람은 이야기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 두 배우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나란히 남녀 주연상을 받았다.

190cm에 가까운 큰 키와 커다란 손 발, 이목구비를 가진 그는 미남형 배우라는 칭호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에게는 요즘 보기 드문 상남자의 면모와 섬세하고 사려 깊은 예술가의 면모, 거기다 자유롭고 개성있는 ‘똘기’까지 뒤섞인 독특한 아우라가 있다. 현재까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에서 애덤 드라이버는 대개 뉴요커, 아티스트, 힙스터 등의 단어들로 규정되는 섬세한 인물들을 연기했다. 그러나 애덤 드라이버에게는 아직 숨겨진 영역이 많다.

이미지=영화 &lt;위아영&gt;, ⓒ(주)브리즈 픽쳐스



강렬한 마스크와 큰 체구에서 신화나 사극의 영웅적인 면모도 느껴진다. 이제껏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독립영화들에 주로 출연했지만, 훨씬 장엄한 서사와 선 굵은 캐릭터들이 잘 어울릴 배우라는 것은 명백하다. 이제 겨우 데뷔 5년을 넘긴 그는 관심을 모으고 있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에서 다스 베이더의 빈 자리를 채울 새로운 악역을 맡게 되었다. 또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차기작 <사일런스>으로 또 다른 무대에 나선다. 이 영화는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리메이크하는 작품으로, 와타나베 켄, 리암 니슨, 앤드류 가필드, 잇세이 오가타 등이 함께 출연한다.

이제껏 주로 연기해 온 젊은 힙스터, 아티스트들의 자유분방함과는 달리 규율과 원칙을 중요시 하는 면이 있다. 그는 군대에서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전체가 하나의 임무를 달성한다는 점에서 군대와 영화가 비슷하다고 말한다. 현재 군인들을 위해 연극을 공연하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국가와 공익에 관심이 많다. <위아영>의 제이미도 21세기의 청년이다. 아담 드라이버는 자신이 제이미처럼 동시대 청년들을 대변할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인터넷에 거의 접속하지 않으며, 미디어나 SNS 등에 무관심하다. 심지어 자신이 출연한 작품도 잘 보지 않고, 아직도 인터뷰에 서툴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연기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지만, 이것은 오해다.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자기의 배역을 탐구하고, 엄격하게 자기 자신을 통제해 가며 연기하는 배우였던 것이다. 이런 자세의 남자임을 알고 나니, 본격적으로 연기 영역을 넓혀가는 그의 행보가 불안해 보이지 않는다. 애덤 드라이버에게 연기는 직업이고, 의무다. 소명 의식으로 자기 일에 충실한 이들은 반드시 성공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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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