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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타 비하인드

역대급 악당 <셜록>의 모리아티 '앤드류 스콧'

by 꿀마요 2021. 12. 3.


영국 인기 드라마 <셜록>에서 명탐정 셜록의 숙적 모리어티를 연기한 앤드류 스콧이 켄 로치 감독의 <지미스 홀>에서 카톨릭 신부를 연기한다. 최악의 범죄자와 도덕적 상징인 종교인을 넘나드는 그의 배우 인생을 살펴본다. 


 
앤드류 스캇 (Andrew Scott)은 1976년 10월 2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가 처음 연기를 접한 것은 8살 때 주말 연극학교에 다니면서부터다. 그는 훗날 여기서 아이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기도 한다. 그는 눈이 크고, 특히 눈동자가 크고 짙은 색깔이다. 정통 연극수업을 받아 발성과 목소리도 좋다. 팬들은 그의 눈을 강아지 눈에 비유하며 예쁘다고 하고, 목소리에 대해 성애 취향을 드러내며 열광하기도 한다. <셜록>에서는 작은 키인데도 슈트를 멋지게 소화해서 인기를 더 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애칭은 쑥갓(스캇).

 


 
데뷔작은 아일랜드 인디영화 <코리아>(1994)이다. 한국이 나오지는 않고,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아일랜드의 한 시골이 배경일 뿐이다. 앤드류 스콧이 연기한 소년의 집은 아버지가 장어 낚시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고, 다른 집은 아들을 미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보냈는데, 그만 전사한다. 아일랜드인의 정체성을 둘러싼 두 가족 간의 갈등, 또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다. 담담한 이야기 끝에 강한 울림이 있고, 아일랜드의 자연을 아름답게 담아낸 숨겨진 걸작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코펜하겐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그는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다가 6개월 만에 자퇴하고 더블린의 유명 극단에 들어갔다. 1997년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을 통해 인디펜던트 스피릿 올해의 연기자상을 받았고 아일랜드 타임 어워드 후보로도 지명된다.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출연했지만 초반 상륙 작전 장면의 수많은 병사 중 한 명이었다. 위생병으로 출연한 지오바니 리비시와 닮은꼴로 종종 회자한다는 점 외에는 의미 없는 필모그래피다. 


 
1997년 작 <드링킹 크루드>에서는 학교를 자퇴하고 정유공장에서 일하는 주인공을 맡았다. 아일랜드 소년과 스코틀랜드 남자의 우정과 갈등에 대한 이 독립영화는 콜린 패럴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연기 초년 시절에는 18~19세기를 배경으로 문학 원작 또는 실제 인물을 다룬 사극에 주로 출연했다. 헨리 제임스 원작의 TV 영화 <아메리칸>이나 이완 맥그리거가 작가 제임스 조이스로 분한 <노라>,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의 TV영화 <경도 (Longitude)> 등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한다. 


 
그러다가 2001년 HBO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카우보이 존 홀이라는 단역을 맡았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는 현재 빅스타가 된 배우들의 초년시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사이먼 페그, 톰 하디 등이 출연했었다.


 
2003년엔 아일랜드의 코믹 스릴러 <데드 바디>로 아이리쉬 필름 어워드(IFTA) 최우수 연기상을 받고, 2004년, 베를린 필름 페스티벌의 그 해 유럽의 슈팅스타 10인에 선정된다. 이어 2005년에는, BBC TV 시트콤 <영화같은 나의 삶>의 주인공 중 한명으로 캐스팅되며 전성기가 시작된다. 연극 무대에서의 활약도 도드라진다. 영국 연극계의 권위있는 상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도 두 번 받았고, <아메리칸 뷰티> 샘 멘데즈 감독의 연극 연출작 <더 버티컬 아워>에 줄리안 무어와 빌 나이와 함께 출연하는데, 이 연극은 드라마리그상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며 런던 연극계의 총아로 떠오른다.


 
그러던 중 드디어 2010년 드라마 <셜록>을 만난다. 시즌1부터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던 짐 모리어티는 <셜록> 두 번째 시즌에서 본격적으로 셜록을 궁지로 모는데, 셜록이 인정한 뛰어난 지능을 가졌으며, 셜록에게 패배를 안긴 유일한 인물이다. 이처럼 워낙 흥미로운 캐릭터라서 실제로 그가 언급된 원작 소설은 몇 편 안되는 데도 <피라미드의 공포>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 홈즈> 등 홈즈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메인 빌런으로 등장한다. 특히 <셜록>에서 셜록과 모리어티의 빛과 그림자같은 관계는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과 조커에 버금가는 긴밀함을 가진다. 광기와 천재성에 우아함까지 깃든 연기로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조연상, IFTA 최우수 연기상을 또 받는다.


 
모리어티 역으로 인기몰이를 한 이후에는 꾸준히 영국 메인스트림 드라마 다수에 출연하고 있다. 2012년에는 영화 <스케이프고우트>에서 도플갱어 주인공의 남동생 역할을 연기했다. 2013에는 <로크>라는 영화에 캐스팅 되었는데, 목소리만 출연한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톰 하디가 운전하면서 다른 인물들과의 전화 통화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독특한 형식의 영화이다. 각본이 훌륭해서 지루하지는 않다. 앤드류 스캇의 목소리에 반한 팬들은 꼭 봐야될 영화. 


 이번에 개봉한 <지미스 홀>은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 켄 로치 감독의 최신작으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고 며칠 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32년, 사회주의 운동가 지미 그랄톤은 대공황으로 허덕이던 뉴욕을 떠나 10년만에 아일랜드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의 이념 탓에 마을의 나이든 신부님과 지주는 그의 귀향이 껄끄럽다. 지미는 마을회관에서 독서 토론회나 댄스홀 등을 열어 마을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문화, 예술 등의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보수적인 셰리던 신부와 지주는 지미나 젊은이들을 무신론자에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며 지미의 댄스홀을 없애려는 음모를 펼친다. 앤드류 스콧은 셰리던 신부의 아집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미의 입장을 지지하는 시머스 신부 역할을 맡았다.


<프라이드>에서는 게이로 출연한다. 이 영화는 80년대 영국 광산 노조의 총파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게이 활동가들이 그들을 지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광부들과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성적 소수자들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국은 유쾌하게 서로 연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후에는 셜록의 폴 맥기건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찍었다. 제임스 맥어보이가 닥터 프랑켄슈타인 역을,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이고르 역을 맡았다. 메리 셸리의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는 영화로 스콧이 맡은 역할은 로데릭 터핀이라는 수사관 역할이다. 현재 촬영을 마치고 2015년 개봉을 위한 후반작업이 한창이다. 2016년에는 <셜록> 네 번째 시즌이 나오는데, 시즌3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그가 다시 모리어티로 부활해서 돌아올 것이라 예상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다.

그는 자신이 게이임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왔으나, <셜록>의 히트 이후 한 스토커 기자에 의해 강제 커밍아웃되었다. 이 사실을 부인하진 않았지만 배우로써 자신의 사생활이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에 선입견을 드리우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발언했다. 프라이버시를 굳이 감추려는 이유가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의 진정성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며 살아왔고, 일찍부터 무대와 TV, 스크린을 넘나들며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온 배우의 프라이드가 느껴지는 말이다. 진지하게 연기에 몰두하는 배우의 신비주의는 그들의 직업적 의무감에서 비롯된 태도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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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