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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스타 비하인드

해무>의 한예리,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고 불리던 시절

by 꿀마요 2021. 12. 3.


<해무>의 홍매 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배우 한예리가 출연했던 작품 10선

본명인 김예리로는 너무 많은 사람이 검색되더란다. 한예리라는 이름은, 기왕에 배우를 계속 할 거라면, 하나뿐인 예리가 되라고 엄마가 권해준 이름이다. <해무>로 배우 검색어 1위까지 올랐는데, 정작 본인은 이런 꿈을 꿔본 적이 없다. 연기는 자기가 재미있어서 계속 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의 행보는 주로 독립영화에서 이루어져 왔고, 한예리 회고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길 만큼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스타다. 그러다가 재작년 <코리아>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올여름 또 다른 출연작 <군도>에 이어 개봉한 <해무>의 성공과 함께 한예리는 대중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는 더 바빠져서 과거를 돌아볼 새가 없을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그녀의 출연작들을 짚어봤다. 

1. <기린과 아프리카>로 첫 주연 (단편, 2007년, 김민숙 감독)


 생후 27개월부터 무용을 해왔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한국 무용을 전공했다. 학교 영화과 학생들의 작업을 도와주며 간간이 단역을 하던 그녀에게 영화과의 김민숙 감독이 덜컥 주연을 맡겼다. 그녀가 연기한 예린이는 세상에 적응하는 데 관심이 없는 독특한 여고생으로, 무책임한 교사와의 위험한 연애를 통해 성장하는 아이다. 처음으로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이 영화로 제7회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았다.

2. <푸른 강은 흘러라>의 연변 여고생 (2008, 강미자 감독)


 23살에 연기를 시작한 그녀의 필모그래피엔 여고생 역할이 많다. 앳된 외모뿐 아니라, 그녀의 순수한 에너지가 스크린에 투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푸른 강은 흘러라>는 조선족 작가인 량춘식과 김남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 감독이 연변 아이들과 연변에서 찍은 영화다. 여기서는 연변 고등학생 숙이 역할을 맡았는데, 숙이와 철수라는 연변 청소년 커플의 모습은 대한민국 아이들의 모습과 별로 다를 바 없다. <해무>의 홍매로까지 이어진 연변 사투리 연기와의 인연은 이때부터다.

3.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기면증을 앓는 소녀 (2009, 최지영 감독)


 시도 때도 없이 기절하듯 잠에 빠지는 병인 기면증을 앓는 고3 소녀 원우를 연기했다. 박지영이 연기한 연희는 원우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으로, 아픈 데다 수험생인 원우를 보살피느라 전전긍긍한다. 원우는 부서질 것 같은 약한 아이지만 관객의 동정에 기대기만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엄마의 과잉보호로부터 홀로서기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소녀다. 공감을 일으키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4. <백년해로외전> 미장센 단편영화제 연기상을 또 (단편, 2009, 강진아 감독)


 이 영화에서의 차경이라는 역할로 한예리는 간만에 교복을 벗고 화장을 했다. 차경은 혁근의 여자친구인데, 이미 사고로 죽은 사람이다. 죽은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영화지만, 영화의 톤은 시종 즐겁고 아름답다. 차경은 이 영화로 제9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부문을 받았다.

5.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1인 2역에 도전하다! (인디 시트콤, 2010, 윤성호 감독)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이 시트콤 형식으로 만든 독특한 독립영화. 그녀가 맡은 이모미라는 캐릭터는 해리성 정체장애라는 병을 앓고 있다. 쉽게 말해 다중인격. 월, 수, 금에는 이모미 알파, 화, 목에는 이모미 베타로 살아가는 여자다. 독특한 역할을 개성 있게 연기했다.

6. <로드 넘버 원> 여주인공 친구로 지상파 등장 (MBC 드라마, 2010)


 한예리의 첫 지상파 출연작. 한국전쟁 배경으로 소지섭, 김하늘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로 100% 사전제작방식으로 만들어져서 화제가 되었다. 한예리는 북한 당원 인숙이라는 역으로, 처음에는 김하늘을 감시하다가 그녀의 진심에 공감하며 마음을 열고 우정을 쌓아 가는 인물이다. 연변 사투리를 연습했던 것을 바탕으로 북한 사투리 연기를 선보였다. 주인공에 대한 설명을 이끌기 위한 개성 없는 역할로 그칠 수도 있었지만, 그녀 나름대로 헤어진 오빠를 그리워하고, 그를 다시 만났을 때의 애틋함을 섬세하게 표현해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7. <코리아> 북한 탁구선수 류순복 역 (2012)


 매니저 없이 드라마 일정을 소화하는 데 힘들었던 한예리는, 본격적인 배우가 되기로 하고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는다. 회사는 오래전부터 그녀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코리아>라는 영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북한 탁구선수 류순복 역을 맡아 현정화와 리분희의 우정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촬영 3개월 전부터 탁구 훈련을 받으며 하체까지 튼실해지는 경험을 했다. 본인은 왼손잡이인데도 오른손잡이인 류순복의 플레이를 소화해야 해서 훈련은 더 고됐다. 북쪽 사투리와의 인연은 여기서도 이어졌다. 대중에게 배우 한예리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8. <스파이> 북한 핵물리학자 백설희 역 (2013)


 두 번째 상업 장편영화인 <남쪽으로 튀어> 다음 작품은 설경구 주연의 코믹 액션물 <스파이>였다. 한예리는 여기서 네 번째 사투리 연기를 한다. 대작이고 흥행도 제법 했지만, 그녀의 배역은 그리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설경구의 보호만 받다가 끝나는 심심한 역할이지만, 모두가 망가지는 코미디 영화에서 유일하게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배역을 연기했다. 

9. <동창생> 빅뱅의 탑이 상대역 (2013)


 또 남북한 관계가 소재인 영화. 그런데 이번엔 의외로(?) 남한 소녀 역이다. 고교생으로 위장한 남파 공작 요원 탑이 ‘북에 두고 온 동생’과 이름이 같아서 더 마음을 쓰게 되는 여고생 역이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아직도 여고생에 캐스팅되는 건 자랑. 쟁쟁한 또래 여배우들을 제치고 한류스타 탑의 상대역을 맡은 것도 자랑.

10. <해무>의 홍일점, 홍매 (2014)


 탑에 이어 이번엔 박유천의 상대역이라니,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는 농담을 듣고 있다. 하지만 한예리가 연기한 <해무>의 홍매는 그런 가십으로만 기억될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이 영화의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는 대단하다. 여섯 남자의 폭발적인 에너지 속에서 자칫 대상화된 존재로 소모될 수 있는 홍일점 여배우, 그러나 한예리는 특유의 깊은 눈빛과 똑 부러진 연기로 이 거친 영화에 풍부한 감성을 보탰다. 이미 연변 소녀를 연기했던 적이 있지만, 캐릭터를 더 생생하게 살리고자 사투리도 처음부터 다시 배울 정도로 이 영화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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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