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영화제작 기법들을 살펴보고, 영화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그 열여섯 번째 이야기는 슈퍼볼 광고 속 특수효과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난 2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유니버시티오브피닉그스타디움에서는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이 열렸다. 슈퍼볼이 열리는 슈퍼선데이 다음날 병가를 내는 직장인이 미국 내에서만 15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미국인에게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도 더 큰 이벤트로 여겨진다.
1억 명이 넘는 시청자가 확보되는 대잔치인 만큼 매년 경신되는 높은 광고료가 늘 화제다. 30초당 50억 원이 넘는 광고료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수 기업들이 최고의 광고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언론은 슈퍼볼 광고의 순위를 매겨 발표했다. 전체적으로는 예년보다 많이 부족했다고 혹평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많은 인기를 얻은 광고가 있다.
>> 광고1: 스니커즈 광고 (2014)
https://www.youtube.com/watch?v=rqbomTIWCZ8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만 이미 1300만 명이 넘는 시청횟수를 기록한 초콜릿 ‘스니커즈’의 광고다. ‘스니커즈'는 1970년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브래디 번치>를 패러디해 광고를 만들었다. 미국 광고계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유명 연예인을 광고에 잘 등장시키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광고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슈퍼볼 광고인만큼 우리에게도 익숙한 대니 트레조와 스티브 부세미가 출연해 그 재미를 더하고 있다.
광고의 내용은 “출출할 때 넌 네가 아니야” 라는 스니커즈의 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마셰티> 등의 영화에서 최고의 마초 캐릭터를 선보인 대니 트레조가 ‘스니커즈’를 먹은 후 다시 얌전한 여자아이로 돌아온다는 설정이다.
이 광고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1970년대 인기 드라마를 패러디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옛날 느낌이 나는 과거의 영상일 뿐이지만 그 시절 그 드라마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비슷하게 생긴 배우와 세트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예전 드라마의 장면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광고용 대사를 정확히 구사하는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 비밀은 대역배우의 입 모양을 과거의 드라마 영상 원본에 합성하는 특수 기법에 있다.
드라마 속 배우의 입과 코 모양이 흡사한 대역배우가 그린스크린으로 둘러쌓인 스튜디오에서 광고 속 대사를 연기한다. 대역배우의 얼굴을 가만히 보면 얼굴 곳곳에 작은 점이 찍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의 위치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대역 배우의 얼굴 위치와 드라마 속 배우의 얼굴 위치를 일치 시킨다. 사방에서 점의 위치를 파악하는 모션캡쳐 카메라 덕분에 배우의 얼굴 위치가 정확히 파악된다. 위 사진에서 대역배우 머리 뒤에 위치한 받침대는 드라마 속 배우의 움직임과 최대한 유사한 위치에서 연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원작 드라마 속 배우의 얼굴에 대역배우의 입모양만을 잘라서 합성한다. 최종적으로 배우의 목소리와 유사한 성우의 목소리를 만져서 덧붙이면, 마치 과거 드라마 속 배우가 스니커즈 광고 속 대사를 하고 있는 듯한 영상이 완성된다.
이와 유사한 기법을 활용한 영상으로는 프로젝션 매핑을 활용하여 실제 사람의 얼굴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합성한 OMOTE 라는 작품이 있다. 스니커즈 광고의 대역배우와 마찬가지로 배우의 얼굴에 부착한 특수 점의 위치를 파악하여 이에 적합한 이미지를 다시 배우의 얼굴에 뿌려주는 방식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영상이다.
>> 영상2: OMOTE 실시간 페이스 트래킹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0T8qugAn5vs
슈퍼볼 스니커즈 광고에서 스티브 부세미가 깜짝 등장한 마지막 장면도 예전 드라마 속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 단순히 비슷한 세트를 제작하여 촬영하는 대신에 예전 드라마 속 배경 위에 배우의 연기만 합성한 것이다. 배우의 입 모양까지 신경 쓴 위 장면들보다는 그 수고가 덜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예전 드라마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기 위한 제작진의 디테일은 칭찬받을 만 하다.
이처럼 흔히 30초의 예술로도 불리는 광고의 세계에서도 특수효과는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영상을 창조하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번 ‘스니커즈' 광고처럼 우리 눈에 익숙한 장면을 재창조하기 위한 용도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바꿔말하자면, 영화 속에서 요즘 유행어로 농담하는 제임스 딘과 마를린 먼로를 기대해도 좋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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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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