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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테크놀로지

곰인 듯 곰 아닌 곰 같은 주인공 <패딩턴> 만들기

by 꿀마요 2021. 11. 30.

최신 영화제작 기법들을 살펴보고, 영화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그 열다섯 번째 이야기는 영화 <패딩턴>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 <패딩턴>은 전 세계에 3,500만 부 이상 판매, 40개국 언어로 번역된 마이클 본드의 원작 [내 이름은 패딩턴] 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화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해리포터 제작진이 참여해서 더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 이름은 패딩턴]은 1958년 출판된 오래된 동화이다. 우리나라에는 1999년에 처음 소개되었다. 영국, 미국 등 영어권 독자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인기 캐릭터다. 악당 밀리센트 역을 맡은 니콜 키드먼도 어릴 적 이 책을 읽었던 기억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제68 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 (BAFTA) 작품상(영국) 부문과 각색 부문 후보에 올라 있을 정도로 특히 영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영국아카데미시상식은 작품상 부문과 영국작품상 두 부문을 따로 시상한다.)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경우에는 원작과의 싱크로율 여부가 늘 많은 주목을 받는다. 더군다나 말을 하는 (페루 출신이지만 완벽한 영국영어를 구사하는) 아기곰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곰의 모습과 얼마나 가깝게 표현할지를 두고 제작진이 많은 고민을 했다. 최근작 중 <패딩턴>과 유사하게 곰 캐릭터가 등장한 실사영화로는 <19곰 테드>가 있다. 하지만 <19곰 테드> 속 테드는 패딩턴처럼 아기곰이 아닌 ,아기곰을 닮은 인형이다. 말을 하는 곰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곰 인형이기 때문에 실사영화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로는 <패딩턴>과 마찬가지로 ‘프레임스토어 (Framestor)’ 사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너구리 전략가 ‘로켓’이 있다. ‘로켓’ 역시 특유의 넉살과 귀여움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어린이 관객의 입맛에 맞는 캐릭터라고 하기는 어렵다. 두 캐릭터는 신체 비율도 비슷하고 넉살 좋게 말을 한다는 점이 비슷하지만 주 관객층이 다른 만큼 그 표현 방법은 조금 달랐다.  

 

프레임스토어 (Framestor) 사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패딩턴>(좌)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우)

<패딩턴>의 경우 주 관객층이 어린 관객, 그리고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기억하고 있는 성인 관객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귀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곰은 곰이지만 동화의 삽화 속 패딩턴의 친숙함과 귀여움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곰보다 눈은 더 동그랗게 만들었고 입도 더 작게 만들었다. 특수효과 총괄을 담당한 파블로 그릴로 (Pablo Grillo) 감독에 따르면 ‘패딩턴’을 실제 아기곰의 모습에 가깝게 그리되 어린이 관객들이 무서워하지 않게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두번째로 제작진이 많은 신경을 쓴 부분은 ‘패딩턴'의 움직임이다. 곰처럼 나무를 탈 수도 있어야하고, 때로는 영국신사처럼 모자를 쓰고, 식탁에 놓인 찻잔을 잡을 수도 있어야 한다. 곰 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을 참고하여 초기 스케치를 완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곰의 움직임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었다. 움직임의 다양성을 위해 팔다리의 길이가 원작의 원화보다 조금 길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몸집이 작은 전문 배우를 섭외하여 곰을 흉내낸 동작을 미리 테스트 하고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배우의 자연스러운 리엑션을 위해 같이 연기했다.

 

패딩턴의 초기 스케치(좌)와 단순화된 ‘패딩턴’ 모델을 활용하여 기본 동선을 잡는 장면(우)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를 위해 전문 배우가 표정연기를 하는 클로즈업 장면을 따로 촬영하여 이를 캐릭터에 입혔다. 이런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동화 속 아기곰 캐릭터를 실사 영화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었다.

안면인식을&nbsp;통해&nbsp;배우의&nbsp;표정연기를&nbsp;패딩턴의&nbsp;모형에&nbsp;그대로&nbsp;입히는&nbsp;과정

특수효과로 제작된 캐릭터가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경우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물이 사방에 튀거나 곰이 혀로 핥는 등의 장면은 후반작업만으로 처리하기가 어렵다. 실제 배우의 몸이 젖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는 아래 사진처럼 물에 젖은 대걸레나 붓을 이용하였다. 아역배우의 표정을 보니 곰의 혀만큼이나 물에 젖은 붓도 얼굴에 닿는 건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인가보다.

붓을&nbsp;이용해서&nbsp;&lsquo;패딩턴&rsquo;이&nbsp;얼굴을&nbsp;핥는&nbsp;장면을&nbsp;만드는&nbsp;과정


어린시절 원작을 추억하는 관객이 실사 영화에서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닌자거북이’가 실사화되어 돌아온 <닌자터틀 (2014)>을 보며, 부담스러운 ‘근육질 양서류’로 나타난 어릴 적 영웅에게 이질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패딩턴>처럼 영리하게 돌아올 게 아니라면, 추억은 그냥 추억으로 두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이미지=영화 <패딩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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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유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