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영화제작 기법들을 살펴보고, 영화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그 열 번째 이야기는 재난 영화라는 장르 자체를 진일보시킨 [인투 더 스톰]에 대한 이야기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다양한 재난 영화들이 등장한다. [투모로], [포세이돈], [2012] 등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들은 특히 여름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상 이변으로 발생한 슈퍼 토네이도를 소재로 한 [인투 더 스톰] 역시 이전 재난 영화들의 공식을 일정 부분 따른다. 인간미 넘치는 영웅도 있고, 드라마를 위한 러브라인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느 재난 영화보다도 재난이, 그러니까 토네이도 자체가 주인공인 영화다.
이 영화에는 스톰체이서(Storm Chaser)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스톰체이서란 사전적 설명 그대로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기상학자, 다큐멘터리 제작진, 모험하고 싶은 일반인, 유튜브 스타가 되고 싶어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는 동네 바보 등이 모두 스톰체이서라 불린다. 매년 수백 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미국에서는 토네이도를 함께 쫓는 전용 여행상품까지 출시되었을 정도로 아주 익숙한 단어다. 실제로 작년 여름에는 디스커버리채널의 유명 다큐멘터리 ‘스톰체이서’ 출연진 3명이 촬영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위험한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토네이도를 쫓고 있다.
[인투 더 스톰]에서 CG로 재탄생한 토네이도들 또한 이들 스톰체이서가 촬영한 실제 토네이도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작진이 가장 공들인 장면은 슈퍼셀(Supercell)과 파이어네이도(Fire-nado)라고 한다. 슈퍼셀은 뇌운의 한 종류로서 하나 이상의 토네이도가 결합하여 폭우와 강풍을 동반하는 자연현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oO89cqDgJU
[인투 더 스톰]의 슈퍼셀은 얼마 전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후반 작업에도 참여했던 메소드 스튜디오즈(Method Studios)에서 제작했다. 여러 토네이도가 결합한 대형 슈퍼셀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컴퓨터게임과 애니메이션 제작에 주로 사용되는 3D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마야(Maya)로 토네이도의 속도와 방향을 미리 정했다. 프로토타이핑과 랜더링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마야로 만족할만한 동선을 설정한 후, 더 정교한 작업이 가능한 하우디니(Houdini)로 사실감을 더했다. 특히 ‘태풍의 눈’으로도 불리는 슈퍼셀 중심부의 고요한 폭풍전야를 표현한 장면에서는 의도적으로 자동차, 나무 등 토네이도에 휩쓸린 주변 사물들을 많이 추가하였는데, 이는 슈퍼셀의 규모를 관객들이 쉽게 가늠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영화상에서 점점 더 위험해지는 토네이도를 표현하기 위해 ‘슈퍼셀’과 더불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파이어네이도’다. ‘파이어네이도’란 자연적으로 발생한 화재가 토네이도의 강한 기류를 타고 올라가며 마치 불기둥과도 같은 형상을 하는 것을 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1qIUtdbPzMY
싱가포르 사이언스 센터의 파이어네이도 실험 영상
Fire Devil,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불 악마’라는 이름으로도 불릴 정도로 신묘한 이 자연현상은 디지털 도메인(Digital Domain)사에서 작업했다. ‘파이어네이도’를 표현하는 과정에서도 3D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마야(Maya)로 토네이도의 기본 동선을 설정하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공연무대 전 출연자들이 미리 동선을 파악하는 ‘드라이리허설'과 같은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교회, 나무 등의 주변 사물을 추가 배치하고 본격적으로 토네이도에 불을 입힌다. 여기서 제작진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토네이도의 표면에 불이 붙은 게 아니라, 토네이도의 기류를 타고 같이 상승하는 불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하우디니(Houdini)의 다이내믹 시뮬레이션을 활용하였다. 파이어네이도 뿐만 아니라 토네이도에 날리는 각종 사물 또한 같은 기류에 반응해서 움직여야 하므로 역시나 다이내믹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위치와 방향을 정했다. 자동차, 나뭇잎 등 토네이도에 휘날리는 주변 사물의 크기와 무게를 각각 다르게 설정하여 시뮬레이션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이다.
[인투 더 스톰]의 스티븐 쿼일 감독은 [아바타], [타이타닉]등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들의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은 [인투 더 스톰]을 본 후 ‘[그래비티]가 우주에서 했던 것을 [인투 더 스톰]은 기상 현상으로 해낸 것’이라며 극찬했다. 그만큼 시각적 쾌감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다양하게 등장하는 토네이도들이 각각의 특성에 맞게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감상하는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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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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