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센스>는 유령을 보는 능력 때문에 늘 두려움에 떨며 고통 받는 아이 콜(할리조엘오스먼트)의 이야기다.
말콤(브루스윌리스)은 저명한 심리학자지만 과거 빈센트라는 아이의 치료를 포기한적이 있다. 빈센트는 어른이 돼서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말콤을 원망하며 말콤에게 총을 쏘고 자살했다. 죄책감을 안고 살던 말콤은 빈센트와 놀랍도록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콜을 돕기위해 노력한다. 경계하는 콜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한 결과 말콤은 콜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콜이 자신의 이상 행동이 유령 때문이라고하는 고백을 믿을 수 없어 좌절하게 된다.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의 90년 가까운 역사에서, 공포 영화 장르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다섯편에 불과하다.
바로 <엑소시스트>, <죠스>, <양들의 침묵>(수상), <블랙스완>, 그리고<식스 센스>다. <식스 센스>는 전 세계에서 6억 7천만 달러나 벌어들인 흥행작이기도 하다. 브루스윌리스의 백편이 넘는 출연작 가운데 가장 흥행한 작품 역시<식스 센스>다. 제작비 4천만 달러 짜리 영화로 흥행과 작품성을 다잡은 20대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은 차기작에서 1천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으며 달라진 위상을 증명했다.
‘오스카’와 ‘달러’가 영화의 대성공을 의미하긴 하지만, <식스 센스>에 관한 가장 유명한 키워드는 역시 ‘반전’이다. 반전이마케팅포인트인영화가전에 없던 것도 아닌데, <식스센스> 이후로는마치 ‘반전 영화’라는 장르라도 생긴 듯 반전에만 목을 매는 스릴러, 호러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는 관객의 달라진 관람 행태 탓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제나 이야기, 스타일은 필요 없다며 마지막 반전을 위해 백 분을버틸가치가있느냐없느냐만따지는주객전도형관람행태가늘다보니, 심지어 코미디 영화마저 반전을 강박적으로 끼워넣기도한다. 한국에서 스포일러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기시작한것도이때부터다.
<식스센스> 의마지막반전은분명뛰어나다 . 반전을 드러내는 것은 겨우 대여섯 개의 샷이지만, 관객은 그 순간 영화 한 편을 통째로 복기하게된다. 앞에 내내 쌓아온 이야기와 감정을 부정하는 대신 고스란히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로옮기며, 그 강도를 폭발시킨다. <더 게임>처럼앞선 모든 것을 부정해 허무하게 만들지않고, <쏘우>처럼 앞뒤가 안 맞는 캐릭터를 밀어 붙이지도않고, 마지막에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내 서지 치게하지도않으며, 반대로 앞선 이야기에서 정보를 일부러 많이 숨기고있던것도아니다. 반전을 알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볼 때도 처음못지않은감동이있다. 반전만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가 아니라, 반전과 상관없이 완성도 있는 드라마에 기여하고있다는데감탄하게된다.
그런데 이 반전이 아주 참신하거나 무릎을 칠만큼영리한것은아니다. 알고 보니 죽은 사람이고자 기만 몰랐더라 하는이야기는전에도많았다. 샤말란 감독 도<식스센스>가 매트와 그녀의 80년대 출판만화<메이즈 (Mage: The Hero Discovered)>와 90년대니켈로디언의호러드라마<너 어둠이 무섭니? (Are you afraid of dark)>의한에피소드에서힌트를얻은작품이라고밝히고있다. 두 작품 모두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마지막에깨닫는사람이등장한다.
오히려 <식스 센스>는 화해와 치유의 드라마에 가깝다. 유령은 콜이 현실에서 겪는 여러 가지 압박 가운데하나에불과하다. 부모의 이혼, 늘 바쁜 엄마, 아이들의 왕따, 선생님과 어른들의 편견, 외로움 등 수 많은 압박요소 중에 하나다. 어떤 아이에겐 천식, 어떤 아이에겐 우울증, 어떤 아이에겐 반사회적 일탈로 나타나는 것이 콜에겐 유령을 감지할수 있는 여섯번째 감각(the sixth sense)의 형태인것이다. 샤말란 감독은 콜이 주변과 맺어가는 관계에 깊이주목하면서이야기를끌어나가고있다.
콜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 유령의 존재보다, 아빠의 부재다. 말콤은 의사로서 콜에 다가갔지만, 콜이 말콤에게 기대한 것은 아빠였다. 콜은아빠가남긴알없는안경, 고장 난 시계, 장갑 등을 만지작거린다. 이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는 쉽고도뚜렷한장치다. 또, 호출은 계속 군인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자신과엄마를지킬 남성성을 획득하고 싶어 한다. 호출은 말콤의 시시한 동전 마술을 친구에게보여준다. 의사(疑似) 아빠인 말콤이 하는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다.
어떤 엄마는 아빠 없이도 충분히 이 역할을 한다. 콜의엄마(토 니콜레트)도좋은엄마지만 삶에 치어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한다. 엄마는 자기 역시 유령(아빠의부재)의 피해자라는것을모른다. 찬장 문과 서랍이 갑자기 다 열리고, 엄마의 유품인 펜던트가 사라지는 것에 골치가아프지만, 진짜 원인을 모르고 있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콜을 탓하게 된다.
아빠의 부재로 인한 결핍의 화풀이를 콜에 하고있는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노력하는 엄마다. 엄마는 오늘 한 일을 거짓말로 재미있게 지어내고, 카트로 경주하듯 달리며 콜의 눈 높이에 맞추려고노력한다. 그때마다 콜은 특유의 슬픈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엄마, 노력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내게 필요한 건 이런 장난이 아니라는 걸엄마는몰라요.” 영화의 마지막, 성장한 콜은 엄마에게 고백한다. 이때, 콜은 ‘대화(conversation)’를 하고 싶다고하는대신 ‘소통(communicate)’을 하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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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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