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찾는 공포, 고독한 호러 영화 <메이>(2002)를 소개한다.
가장 아름답다는 계절의 여왕, 5월 MAY. 하지만 그 이름을 가진 그녀의 삶은 처참하도록외롭다. 무엇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애초에 사시로 태어난 그녀의 눈 때문이었을까? 그 눈을 감추려고 그녀의 엄마가 씌어준 괴상한안대때문이었을까? 메이는 아이들에게 놀림만 받을 뿐, 그 누구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엄마는 생일선물을 주며 말한다. “너의 첫 인형이자, 너의 최고 친구 들어가 될 거야.” 유리관에 싸여 있는 어딘지 기괴해 보이는 인형, ‘수지’. 축복 인지 저주 인지 모를 엄마의 선물은 평생그녀의삶을지배한다.
성인이 된 메이는 타고난 손재주로 낮에는 동물병원간호사로일하며절단된동물의몸통을봉합해주기도하고, 밤에는 재봉틀로 조각천들을 이어붙여 옷을 만들어입기도한다. 여전히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엄마가 만들어준 인형, 수지뿐이다. 그런 그녀가 ‘아담’을 만나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하지만 아담과의 관계는 곧 틀어져 버린다. 복잡미묘한 사람과의 관계를 감당하기에 그녀는너무나순수하고, 또 너무나 위태롭다.
또다시 혼자가 된 메기. 얇은 유리막 같던 그녀의 내면은 서서히 균열 이간다. 그러다 우연한 사고로 유리관이 깨지 고인 형수지가산산이찢기는순간, 그녀의 내면도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더 이상 메이는 아담을 기다리지 않는다. 불완전하고 복잡하기만 한 인간들에게 더 이상희망을품지도않는다. 대신 그녀의 엄마가 수지를 만들어줬던 것처럼 직접자신만의친구를만들기시작한다. 천 조각들을 이어붙이듯, 사람들의 아름다운 신체 부위만을골라자르고이어붙여자신만의프랑켄슈타인을완성한다. 이제 메이는 그토록 바라던 친구를 갖게 된 걸까?
사지가 절단되고 유혈이 낭자하다는 점에 있어서이영화는 ‘하드 고어’?, 사실 공포의 핵심은 잔인한 장면들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머릿속을 맴도는 건,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울부짖던 메이의 모습들이다. 순수하기에 더욱 위태로워 보이는 메이의 모습을안젤라베티스는너무도섬세하고완벽하게표현해낸다.
<메이>로 데뷔 한 럭키맥키 감독의 특이한 연출력도 되짚어 볼 만하다. 특히 조각조각 재봉질 되는 천들처럼, 화면 조각조각을 이어붙인 몽타주 장면들은 캐릭터의 정신분열을 표현하는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영화, <메이> 이후에도럭키맥키 감독과안젤라베티스는<마스터즈오브호러1 중식걸> 과<더우먼 2011> 를 함께 했다. 특히<더우먼 2011>에서는여전히섬세한 안젤라베티스의 연기와 인간 내면의 그림자를 파고 드는 럭키맥키의 감각적인 연출을 만날 수 있다.
‘커플 천국, 솔로 지옥’. 춥고 쓸쓸한 겨울에 더 다가오는 말이다. 하지만 타인이 지옥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는 어느 시인의시구처럼우린결국사람으로부터상처받고소외감을느낀다. 그 틈새로 우리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메이를마주한다. 망가진 관계를 이어 붙이고 싶어 시체 조각을 이어 붙이는 그녀의 외로움을, 우리 자신 안에서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바로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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