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체에서 가장 처참하고 쇼킹한 장면은 중반부, 상어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배의 잔해에서 튀어나오는 누군가의 잘린 목이다. 이어 다음 날 아침의 습격 장면에서는 희생자의 잘린 다리를 보여준다. 사냥에 나선 배에서 드디어 상어의 끔찍한 이빨을 보게 되고, 그 거대한 덩치를 보여준다. 임팩트 있는 시각적 공포를 네댓 번 선사하고 난 후, 스필버그 감독은 다시 상어의 실체를 감춘다.
퀸튼은 그놈의 몸에 작살을 꽂아,
물에 뜨는 부표를 매달고 다니게 한다.
아무리 큰놈이라고 해도, 부표를 세 개나 달고 물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 거라는 퀸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배를 향해 달려오던 세 개의 부표가 물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배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물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부표의 움직임, 그리고 그것이 물속으로 사라지는 모습만으로 관객은 상어의 압도적인 힘을 느낀다.
보여주는 것 보다 보여주지 않는 연출 방식을 택함으로써 서스펜스가 강화된다.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 감독은 “폭탄을 보여주고, 터지는 장면도 보여주면 관객은 놀라고, 폭탄을 보여주고 터지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면 서스펜스가 구축된다.”고 했다. 처음부터 상어의 모습과 그 끔찍한 만행을 목격했다면, 관객이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상어에만 한정되고, 그 모습이 나타날 때만 주로 자극받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감각적 자극에 의한 공포는 반복될수록 그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죠스>를 보는 관객들은 상어가 저 넓은 바다 어디에 숨어 있다가 언제 어느 쪽에서 공격해올지 알 수 없다는 사실에도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관객은 카메라가 바다를 비추고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을 풀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세 주인공이 배를 타고 상어 사냥에 나선 중반 이후의 한 시간 동안, 영화는 육지의 상황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가장 마지막 씬을 제외하고 영화는 바다 위에서만 진행된다. 관객들도 세 주인공처럼 달아날 곳 없이 고립된 느낌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스필버그가 이런 ‘덜 보여주는’ 연출 방식을 구사한 이유는 간단했다. 바닷속에서 상어를 실감 나게 보여줄 수 있는 기술적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촬영 현장에서 ‘브루스’라는 애칭으로 불린 세 대의 상어 모형은 짧게 보여줄 때는 충분히 실감 나고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사람을 습격한다거나 배를 공격한다거나 물 위로 뛰어오르는 액션을 연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며, 디테일한 움직임을 보여주기에는 조악했다.
무엇보다 바닷물 때문에 고장이 너무 잦았다.
52일 만에 촬영을 마칠 계획으로 시작된 프로덕션은 브루스의 잦은 고장 때문에 계획된 일정의 세 배가 넘는 155일이나 걸리고 말았다. 겨우 찍어낸 장면들에서도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할 만큼 정교한 모습은 드물었다. 결핍은 욕망을, 욕망은 필요를, 필요는 창조를 끌어낸다. 즉 <죠스>의 절제된 서스펜스 연출은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결과였던다.
영화 전체에서 가장 처참하고 쇼킹한 장면은 중반부, 상어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배의 잔해에서 튀어나오는 누군가의 잘린 목이다. 이어 다음 날 아침의 습격 장면에서는 희생자의 잘린 다리를 보여준다. 사냥에 나선 배에서 드디어 상어의 끔찍한 이빨을 보게 되고, 그 거대한 덩치를 보여준다. 임팩트 있는 시각적 공포를 네댓 번 선사하고 난 후, 스필버그 감독은 다시 상어의 실체를 감춘다. 퀸튼은 그놈의 몸에 작살을 꽂아, 물에 뜨는 부표를 매달고 다니게 한다.
아무리 큰놈이라고 해도, 부표를 세 개나 달고 물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 거라는 퀸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배를 향해 달려오던 세 개의 부표가 물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배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물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부표의 움직임, 그리고 그것이 물속으로 사라지는 모습만으로 관객은 상어의 압도적인 힘을 느낀다.
보여주는 것 보다 보여주지 않는 연출 방식을 택함으로써 서스펜스가 강화된다. 서스펜스의 거장 히치콕 감독은 “폭탄을 보여주고, 터지는 장면도 보여주면 관객은 놀라고, 폭탄을 보여주고 터지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면 서스펜스가 구축된다.”고 했다. 처음부터 상어의 모습과 그 끔찍한 만행을 목격했다면, 관객이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상어에만 한정되고, 그 모습이 나타날 때만 주로 자극받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감각적 자극에 의한 공포는 반복될수록 그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죠스>를 보는 관객들은 상어가 저 넓은 바다 어디에 숨어 있다가 언제 어느 쪽에서 공격해올지 알 수 없다는 사실에도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관객은 카메라가 바다를 비추고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을 풀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세 주인공이 배를 타고 상어 사냥에 나선 중반 이후의 한 시간 동안, 영화는 육지의 상황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가장 마지막 씬을 제외하고 영화는 바다 위에서만 진행된다. 관객들도 세 주인공처럼 달아날 곳 없이 고립된 느낌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스필버그가 이런 ‘덜 보여주는’ 연출 방식을 구사한 이유는 간단했다. 바닷속에서 상어를 실감 나게 보여줄 수 있는 기술적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촬영 현장에서 ‘브루스’라는 애칭으로 불린 세 대의 상어 모형은 짧게 보여줄 때는 충분히 실감 나고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사람을 습격한다거나 배를 공격한다거나 물 위로 뛰어오르는 액션을 연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며, 디테일한 움직임을 보여주기에는 조악했다.
무엇보다 바닷물 때문에 고장이 너무 잦았다. 52일 만에 촬영을 마칠 계획으로 시작된 프로덕션은 브루스의 잦은 고장 때문에 계획된 일정의 세 배가 넘는 155일이나 걸리고 말았다. 겨우 찍어낸 장면들에서도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할 만큼 정교한 모습은 드물었다. 결핍은 욕망을, 욕망은 필요를, 필요는 창조를 끌어낸다. 즉 <죠스>의 절제된 서스펜스 연출은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결과였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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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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