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란 독일어로 '시끄러운 영혼'이라는 뜻으로, 인지할 수 없는 대상에 의해 악취와 소음이 나며 물건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괴현상을 말한다. 주로 악마나 유령이 일으킨 것으로 간주해왔으나, 초심리학에서는 특정 인물의 ‘염력’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어린 소녀, ‘캐롤앤’은 노이즈가 끓고 있는 TV화면을 보며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부모인 다이앤과 스티브는 그 모습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며 그냥 몽유병 증세가 심해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뒤로 집안에서 이상한 현상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유리컵이 갑자기 깨지고 가구들은 저절로 움직였으며 개는 누군가가 있는 듯 허공을 향해 짖어댔다. 그렇게 집안 곳곳에서 이상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천둥번개가 치던 날, 집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아들, ‘로비’는 나무 괴물에 사로잡혀 목숨을 잃을 뻔하고, 캐롤앤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오직 TV에서만 겨우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에 혼란스러워하던 가족들은 심령술사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알고 보니 이 집터가 부동산 난개발로 훼손된 공동묘지 위에 세워졌고, 그 한 맺힌 망령들의 세계로 캐롤앤이 빨려 들어갔다는 것이다.
삐에로 인형, 나무 괴물, 한 맺힌 악령들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영화는 마치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처럼 끊임없이 효과적인 공포 장치들을 선보인다. 1982년 작품이라 특수효과들이 매끄럽진 않지만 30년 이후의 화려한 CG가 범벅된 리메이크작도 이 영화의 감각적이고 뛰어난 연출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리메이크작 뿐만 아니라,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가
이 작품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화목했던 가족에게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악령이 침투하지만 결국 가족애로 극복해낸다는 이야기 구조뿐만 아니라,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표현하는 연출 아이디어들도 여러 영화에서 반복되거나 변주되고 있다.
스필버그의 영화답게 대중적인 감각과 가족애로 가득한 작품이다. 하지만 같은 해에 [E.T.]까지 제작해야 했던 스필버그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를 만든 토브 후퍼 감독에게 [폴터가이스트]의 연출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각본과 제작을 맡은 스필버그와 연출을 맡은 후퍼가 스타일의 차이로 잦은 갈등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폴터가이스트]는 두 천재의 재능이 잘 버무려져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공포영화 클래식이 되었다.
이후 다른 제작자와 감독들에 의해 [폴터가이스트] 시리즈는 계속됐지만, 작품 자체보다는 출연한 배우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더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첫째 딸로 나왔던 도미닉 던은 영화가 개봉하던 해에 남자친구에게 목을 졸려 살해당했다. 2편과 3편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병사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신비한 분위기의 꼬마 ‘캐롤앤’을 연기하며 3편까지 출연했던 헤더 오루크는 희귀병을 앓다가 13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만들어진 [E.T.]에는 헤더 오루크와 같은 나이로 캐스팅 된 드류 베리모어가 있었다. 한 때, 방황을 하긴 했지만 그녀는 이제 연기는 물론 연출에도 재능을 보이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헤더 오루크는 어린 나이에 망자들의 세계로 가버렸다. 망자들과 소통하는 포스터 속 소녀의 모습이 오래도록 슬프고 어두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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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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