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1975년 스필버그의 전설적인 흥행작 <죠스>다.
대서양 연안의 아미티 섬은 주민 대부분이 여름 한 철 관광 수입으로 먹고사는 동네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직전, 한 여성의 시체 조각들이 해변에서 발견된다. 경찰서장 브로디(로이 샤이더)는 상어의 소행이라는 법의학자의 소견에 따라 해변 폐쇄를 추진한다. 섬의 시장(머레이 해밀턴)은 법의학자를 설득해 말을 바꾸게 하고, 상어의 짓이라는 증거가 확실치 않다며 해수욕장 개장을 강행한다.
그러나 많은 피서객 사이에 상어가 다시 나타나 한 소년이 죽게 되고,
식인 상어에게는 현상금이 걸린다.
이에 각지에서 낚시꾼, 사냥꾼들이 몰려들더니 누군가가 제법 큰 상어를 잡자, 모두 사태가 해결됐다고 믿는다. 해양학자 후퍼(리차드 드레이퓨스)는 피해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거대 식인 상어가 잡힌 게 아니라고 의심하지만 시장은 증거가 없다며 다음 날 예정대로 리조트를 개장한다. 결국 두 사람이 더 희생되고, 전문 상어 사냥꾼 퀸튼(로버트 쇼)가 고용된다.
네 사람이 죽을 때까지 관객은 그 상어의 크고 흉측한 모습을 보지 못한다. 지느러미 일부가 아닌 상어의 참모습을 관객이 처음 목격하는 것은 영화 시작 1시간 20분이 지난 후다. 그것도 놈이 참살을 저지르는 도중이 아니라, 사냥을 위해 배에서 던지는 미끼를 받아먹으려고 물 위로 잠깐 솟아오르는 얌전한 모습이다. 앞서 네 명이 희생되는 장면들에서는 상어의 실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해변에서, 배 위에서, 수면에서 이를 목격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물 위에 떠 있던 사람의 몸이 강한 힘으로 끌려 다니다가 핏물이 번져가며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모든 생명의 고향이라는 사실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바다는 인간에게 친숙한 곳이다. 그러나 현대인에게 친숙한 바다란 눈에 보이는 물 표면과 하늘, 백사장 정도가 전부다. 물이 조금만 탁하거나 어두우면, 수면 바로 아래에 그런 거대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어도 알 수가 없다. 스필버그는 이 무서운 괴물을 최대한 오랫동안 물 아래 감춰 둔다. 사람의 육신이 찢기고 잘리는 모습도 처음에는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관객의 뇌리에는 갈수록 상어에 관한 두려움이 쌓여 간다.
첫 희생자의 시체 잔해를 조사하는 후퍼의 대사를 통해
그녀에게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를 상상하게 한다.
시체에 남은 이빨 자국을 보여주는 대신, 그 크기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해수욕 도중 상어의 등장에 혼비백산하는 인파의 혼란 한 가운데 있는 카메라는 순식간에 전염된 공포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물 위에서 카메라는 거의 언제나 수면에 살짝 떠 있다. 육지가 코앞이고 가족이 바로 지척에 있어도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시커먼 바닷물이고, 물 위로는 고개만 나온 채 온몸이 바닷물에 묶인 것 같은 폐쇄공포를 극대화한다. 카메라는 때로 바다 물속에 있는데, 이것은 바로 상어의 시점이 된다. 내가 보지 못하는 물속의 나, 즉 다음 희생자의 온전한 몸뚱이가 상어에게는 적나라하게 보이며, 희생자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상어의 살기가 존 윌리엄스의 저 유명한 테마음악과 함께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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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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