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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교실

‘곡성’ 만큼 무서웠던 영화 ‘여곡성’(1986)

by 그럽디다. 2021. 8. 4.

출처  :  영화  [ 여곡성 ]

 

한국 공포영화 클래식 [여곡성[을 소개한다.

 

첫날 밤이 고비였다. 이미 장가를 간 맏아들과 둘째 아들은 첫날 밤에 의문사하고 졸지에 두 며느리는 과부가 되어버린 터였다. 시어머니, ‘신 씨는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셋째 아들을 지키려고 아들 대신 머슴떡쇠와 천한 집안 출신인옥분의 가짜 혼례를 계획한다. 하지만 셋째 아들, ‘명규는 기어코 자신의 손으로 집안의 저주를 끊겠다며 옥분과 첫날밤을 보내다 또다시 의문사 한다. 한 맺힌 혼령의 곡소리가 가득한 이 집안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출처  :  영화  [ 여곡성 ]

 

집안의 혈통이 끊겼다며 슬퍼하던신씨에게 옥분의 임신은 기적과도 같았다. 그 마지막 희망을 위해 신씨는 무덤을 찾아가 이제 제발 한을 풀고 극락왕생하라며 혼령을 달랜다. 하지만 그 뒤 오히려신씨가 갑작스럽게 달라져 버린다. 자상했던 시어머니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마치 젊은 여인처럼 치장하며 표독스럽게 독설을 내뱉는다. 그리고 끔찍하게 살해당한 하인들의 시체가 하나씩 발견되면서 집안은 엉망이 된다.  

 

이제 자신의 아이도 위태롭다고 여긴 옥분은 집안의 비밀에 접근하고, 결국 원혼의 존재, ‘월아에 대해 알게 된다. 젊은 시절의 시아버지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던 여인, ‘월아’. 그녀는 시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이 사실을 숨기려는 시아버지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그렇게 월아는 한 맺힌 혼령이 되어 집안의 대를 끊어왔고, 이제 시어머니의 모습으로 둔갑해 임신한 옥분에게 저주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출처  :  영화  [ 여곡성 ]

 

고리타분한 여인의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아마도 어린시절 TV에서 작품을 접했을 40세 전후의 관객들은 [여곡성]최고로 무서운 영화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국수 가락인 줄 알고 꿈틀대는 지렁이들을 먹는 장면이나 닭의 목을 잘라 피를 마시는 장면 그리고 희번덕거리는 눈빛으로 며느리의 피를 빠는 시어머니의 모습 등은 지금 보기에도 여전히 섬찟하다. 특수효과가 쉽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오히려 날 것 그대로의 투박함이 더 무섭다.   

 

물론 유치하고 논리적으로 허술한 부분도 많다. 옥분의 가슴팍 낙인은 왜 천하무적 레이저를 쏘는 것인지, 원한과 상관없는 집안의 며느리들과 하인들은 왜 죽어야 하는지, 시어머니는 왜 흡혈을 하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자극적인 장치로만 작용한다.

 

흥미로운 점 역시 많은 작품이다. 언뜻 부계혈통에 매달리는 인물과 이야기 방식이 진부해 보이지만, 동시에 실성해서 광에 갇힌 시아버지와 첩의 원혼에 쓰인 시어머니는 가부장제의 몰락을 기이한 분위기로 암시한다.

 

출처  :  영화  [ 여곡성 ]

 

 

보통 단역이나 조연을 맡아왔던 무명의 배우들은 이 영화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떡쇠역의 이계인은 명불허전 머슴연기를 선보이고, 시아버지 역의 김기종은 구역질을 참아가며 실제로 지렁이를 먹는 연기를 했다. ‘옥분역의 김윤희는 아이라인 짙은 또렷한 눈매로 강한 며느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다정한 시어머니와 빙의된 여인을 오가는 석인수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1967년에 데뷔한 이혁수 감독은 강수연의 데뷔작인 [핏줄](1976)을 비롯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산군](1987) 그리고 차인표, 이정제가 출연했던 [알바트로스](1996)까지 수십 편의 영화를 만들어왔다. 주로 액션영화를 만들어왔던 그는 [여곡성]을 대표작으로 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곡성]은 군더더기 없고 빠른 전개와 강렬한 이미지 연출로 한국 공포영화 클래식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반가운 소식 하나, [여곡성]의 리메이크가 확정되어 현재 캐스팅 작업 중이라고 한다. 가장 악랄한 가해자이자, 가장 처참한 피해자였던 시어머니신씨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벌써 그녀의 곡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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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