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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교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 '월하의 공동묘지'

by 그럽디다. 2021. 8. 4.

음산한 달빛 아래, 공동묘지의 허름한 무덤이 열리고
소복 입은 여인, ‘명순’이 모습을 드러낸다.
명순은 어떤 한이 남아서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었을까?

 

명순의 한 많은 인생

 

명순은 독립운동으로 투옥된 오빠와 애인 한수를 옥바라지하기 위해 기생, ‘월향이 되어야 했다. 감옥에서 나온 한수와 혼인하고 아들을 낳지만, 아직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당할 오빠 걱정에 폐병을 얻는다. 그리고 그녀의 병시중을 들던 하녀, ‘난주의 유혹에 남편은 여지없이 넘어갔다.

 

난주는 심지어 명순을 죽이기 위해 음식에 조금씩 독을 타기 시작했다. 난주의 손아귀에 놀아나던 남편은 결국 명순의 간통을 의심해 그녀를 더러운 기생년이라며 구타하고, 그 모욕감을 참을 수 없었던 명순은 자결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난주는 이제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한수를 일본 경찰에 밀고하고 명순의 아기마저 죽이려 한다. 이러니, 명순이 무덤을 열고 나올 수밖에.

 

 

귀신보다 무서운 여자 난주

 

어떻게 보면 귀신 명순을 응원하고 싶어질 정도로 무서운 인간 난주의 존재가 흥미롭다. 전통적인 가부장의 아버지 역할인 오빠는 감옥에 갇혀 기능을 잃었고 남편은 무기력해서 자신의 아들도 지키지 못한다. 그 틈을 타고 돈과 신분상승의 욕망을 지닌, 능동적인 인간, ‘난주가 난입한 것이다. 오직 가부장의 희생양이었던 명순(월향)만이 기존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죽어서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난주로 상징되는 개인의 욕망은 너무나 매혹적이면서 동시에 위협적이었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60년대는 독재와 가부장, 민주주의와 경제개발의 욕망이 혼재되어 있던 시기였고, 그런 시대적 불안과 욕망이 영화 속에 악녀, 난주를 통해 드러난다.

 

 

대배우 도금봉

 

난주 역을 맡은 도금봉(본명 정옥순) 1957 [황진이]로 데뷔해 1997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삼인조]까지 292(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기준)의 영화에 출연한 대배우다. 1963년엔 아시아 태평양영화제에서 [또순이]의 또순이 역할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같은 해 동경 아시아영화제에서는 [새댁]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모두 시대의 아픔을 정면으로 이겨내는 희망찬 캐릭터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도금봉은 1961년 이용민 감독의 [악의 꽃]을 시작으로 [무덤에서 나온 신랑], [살인마] 그리고 [목 없는 미녀] 등에서 강렬한 악녀 역할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한국 공포영화사의 기념비 [월하의 공동묘지]

 

귀신, 무덤, 원한 등 한국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많은 작품이지만,  전형 자체에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의 감독 권철휘는 [마도의 향불](1958)을 각색하며 영화계에 입문하였고 코미디 영화 [죽자니 청춘 살자니 고생]을 포함하여, 시대극 [북경열차](1969)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을 보였다. [월하의 공동묘지]에서는 특이하게도 기괴한 분장의 변사 역할로 작품 초반에 등장하기도 했다. 작품은 DVD로도 출시되어 있으며, 도금봉과 무려 73편의 영화를 함께한 박노식을 포함하여 강미애, 허장강, 황해 등 명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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