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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교실

공포 영화의 필수 과목 '스크림' 3편

by 그럽디다. 2021. 8. 4.

이미지=영화<스크림>  ⓒ Dimension Films

 

<스크림>의 등장인물들은 삶과 영화를 계속해서 비교한다.

 

삶은 라이언 영화 같으면 좋겠다 바람을 얘기하거나, 세상은 어차피 거대한 영화야. 자기가 장르를 선택할 없어서 그렇지라며 그럴듯한 비유를 하지만, 이는 영화가 결국 영화에 관한 영화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겠다는 영리한 포석이다. 인물들은 자신들이공포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것을 공공연히 밝히고, 사건의 추이를 관객이 해설한다. 마치 영화 인물들과 영화를 함께 보며 수다를 떠는 느낌이다.

 

살인마들은 공포영화의 모방 범죄에 관해 얘기하면서, 영화를 모방해 범죄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범죄자를 보다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파티장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랜디 뒤에 나타난 살인마를 보면서돌아봐! 피해!라며 소리지르는 모습은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보는 관객의 모습과 다를 없다. 스스로를 비꼬고, 장르를 비꼬면서 장르 안에 충실한 작품으로 만들어 , 영리하고 재치 있는 영화다.

 

이미지=영화<스크림>  ⓒ Dimension Films

 

앞선 얘기를 통해 <스크림> 시리즈의 가장 특징이 뭔지 짐작할 있다. 클리셰 비틀기, 패러디, 셀프 디스는 바로 코미디가 써먹는 기본 중의 기본인 전략이다. 시드니는 공포영화란 가슴 여자애들이 2층으로 도망가서 스스로 막다른 구석에 처하는 멍청한 영화라고 비판하면서 자기도 위기 상황에 2층으로 도망간다.

 

<스크림> 살인마들이 영화에서 담당하는 것은 잔인한 죽음을 연출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은 영화의 슬랩스틱을 전담한다.

 

그들은 등장할 때마다 희생자를 쫓다가
넘어지고, 문에 부딪히고, 미끄러지고,
희생자가 던지는 꽃병이나 온갖 집기에
두들겨 맞는다.

 

제작사 미라맥스의 수장 하비 와인스타인은 처음 촬영분의 일부만 보고는 마스크가 너무 무섭지 않다며 불만을 제기했지만, 코미디와 공포가 어우러진 최초 편집본을 보고 나서는 프로듀서들의 안목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미지=영화<스크림>  ⓒ Dimension Films

 

고스트 페이스 가면을 <스크림> 살인마들은 마이클, 제이슨, 프레디처럼 초인에 가까운 살인마가 아니다. 그들은 훨씬 현실에 가깝고, 이웃이나 동료 중의 사람이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막연한 존재가 아니라 나를 알고 있으며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가 숨기고 있는 어두운 모습인 것이다. 불완전함과 평범함이 코믹함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욱 섬뜩한 공포가 전해진다. 헬로, 시드니라는 유명한 대사를 통해너는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안다. 의미가 전달된다. 보이지 않는 칼날 앞에 벌거벗고 있는 같은 오싹함이 느껴진다.

 

 

이처럼 <스크림>은 지극히 현실적인 관계 안에 살인마를 위치시킴으로써
기존 스플래터 무비와는 다른 성격의 공포를 심어 놓았다.

 

그리고 고어 장면의 노출도 강도가 만만치 않다. 70년대에 데뷔해 거의 언제나 공포 영화만 찍어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코미디가 강하면서도 그것이 결코 공포를 희석하지 않는 적절한 지점을 포착했고, 균형 있게 양립시키는 성공했다. 덕분에 <스크림> 기존의 호러 팬뿐 아니라 새로운 팬들까지 매료하며 미국 시장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공포 영화를 다시 박스오피스 상위에 올려놓았을 아니라, 비평적으로도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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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윤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