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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 또 보기

'위대한 쇼맨'은 사기꾼을 미화했나?

by 꿀마요 2021. 12. 30.

젠다야 콜맨의 본격적인 첫 성인연기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영화 '위대한 쇼맨'. 관련한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01. 바넘을 다룬 다른 작품들

P.T.바넘은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대부였다. 그의 일생은 영화 및 TV 작품에서 자주 다루었다. 마크 브램블의 책을 바탕으로 싸이 콜맨과 마이클 스튜어트의 곡으로 구성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바넘'이라는 작품도 있었지만, 이번 영화의 원작은 아니다.

 

1930년대 두어 편의 초창기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그의 삶과 사랑을 다룬 적이 있다. 1967 [쥘 베른의 달나라행 로켓]에서는 벌 아이브스가 바넘 역할을 맡았다. 1986년에 나온 TV용 영화 [바넘]에서는 버트 랭카스터가, 1999년의 TV용 영화 [P.T. 바넘]에서는 보 브리지스가 바넘 역을 연기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갱스 오브 뉴욕]에서는 바넘의 박물관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잠깐 언급되는데, 시기적으로는 일치하지 않는다. [갱스 오브 뉴욕]에서는 [왕좌의 게임]에서 메이스 티렐 역으로 출연했던 영국 배우 로저 애쉬턴-그리피스가 바넘 역을 맡았다.

 

 

02. 뮤지컬 타짜들의 모임

 

[위대한 쇼맨]의 음악에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뮤지컬 걸작 [라라랜드]에서 작사를 담당했던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참여했다. 이들이 만든 11곡의 노래는 19세기 분위기에 어울리는 고전 스타일 대신 팝과 힙합이 접목된 현대적인 스타일이다. 바넘의 삶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휴 잭맨은 2012년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에도 출연했었는데, 원래 연기 생활의 시작이 뮤지컬 무대였다. 2009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MC를 맡았는데, 이 시상식에서 뮤지컬 퍼포먼스를 두 번이나 했다.

 

필립 칼라일 역의 잭 애프론 역시 뮤지컬로 잔뼈가 굵은 배우다. 디즈니 채널의 TV 영화 [하이스쿨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하이틴 스타가 되었고 2007년에는 [헤어스프레이]에도 출연했었다. [위대한 쇼맨] 2008 [하이스쿨 뮤지컬 3: 졸업반] 이후 9년 만의 뮤지컬 영화.

 

채리티 역의 미셸 윌리엄스는 2014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캬바레'의 주인공 샐리 볼스 역을 맡은 적이 있으며,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에서는 마릴린 먼로 역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03. 그는 가난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19세기 미국의 쇼비즈니스 사업가이자 근대적 서커스 공연의 창시자인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바넘이 창단한 '링글링 브러더스, 바넘 & 베일리 서커스단'은 올해 1월 문을 닫을 때까지 146년간 이어져 왔다.

 

사실 P.T. 바넘은 영화에서처럼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어느 정도의 자산을 가진 지주였으며, 미국 최초의 복권 사업을 기획한 인물 중 하나였을 만큼의 수완가였다.

 

이런 할아버지를 닮았던 바넘은 영화에서처럼 가난한 가장이 아니었다. 상점(슈퍼마켓+잡화점) 운영, 책 경매 사업, 부동산 중개업, 복권 사업, 주간지 발행 등 여러 사업을 벌였고 심지어 지역 정치에도 관여했던 인물이었다. 주된 수입은 복권 사업이었는데, 코네티컷 주에서 복권을 금지하면서부터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다가 쇼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04. 인권유린 및 사기 논란

 

그는 25세에 처음으로 쇼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당시 뉴욕에서는 노예제도가 금지되어 있었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표를 팔고 구경거리로 삼을 '노예'를 사들였다. 그는 조이스 헤스라는 70대 후반의 흑인 여성을 '구매'했다. 노예 출신의 그녀는 이미 앞이 안 보였고, 중풍으로 몸을 거의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바넘은 대중에게 헤스가 161살이나 된 노인이며, 먼 옛날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간호사였다고 거짓 선전을 했다.

 

초반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바넘은 익명으로 신문에 '헤스가 인조인간이라더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투고했고, 다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쨌든 헤스는 남은 생을 구경거리로 살다가 1년 후에 사망했다. 바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뉴욕의 한 살롱을 빌려 162세 노인의 몸을 공개 부검하는 ''를 벌였고, 관객에게 1인당 50센트의 입장료를 받았다.

 

영화에서 '톰 썸 장군'은 키만 작을 뿐 이미 22세의 장성한 청년이었던 것으로 그려졌지만, 실제로 바넘이 톰 썸 장군으로 공연시킨 인물은 겨우 네 살의 어린아이였다. 이 아이는 어른 흉내를 내도록 열심히 훈련받았고, 또한 재능이 있어 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냈다. 그러나 소년은 겨우 다섯 살 때 사람들 앞에서 와인을 마시고 시가를 피우는 '연기'까지 해야만 했다.

 

 

05. 스웨덴의 나이팅게일, 제니 린드

 

'스웨덴의 꾀꼬리'로 유럽에서 칭송받던 제니 린드는 스웨덴 출신의 소프라노 성악가다. 본명은 요한나 마리아 린드(Johanna Maria Lind)지만 제니 린드로 더 알려졌다. 그녀는 18세 때부터 스웨덴과 북유럽에서 수많은 오페라 무대에 올랐지만, 성대 질환을 앓은 적이 있어 29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오페라에서 은퇴한다.

 

제니 린드가 PT 바넘과 만난 것은 은퇴 직후다. 오페라에서 은퇴한 제니 린드는 1850년 미국에서 9개월에 걸쳐 93회에 걸친 솔로 순회공연을 진행했으며, 모두 대규모 무대였다. 이후에는 자신이 직접 기획한 순회공연을 이어갔다. 이 연주회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무려 35만 달러 이상이었는데, 그 대부분을 자선 사업에 기부했다. 특히 스웨덴에 여성을 위한 음악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기부했다. 이러한 기부 천사의 면모가 영화에서는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나이팅게일'에 비유되었다. 그녀의 별명이던 '꾀꼬리'가 영어로 나이팅게일(Nightingale)이다.

 

 

06. 제니 린드 미국 투어 경제 효과 - 2100만 달러 규모

 

스웨덴의 꾀꼬리 제니 린드가 처음 미국에 도착했던 1850 9 1, 뉴욕 캐널 가 주변에는 그녀를 먼 발치에서라도 보기 위해 모인 군중이 무려 3만 명이었다고 한다. 당시 제니 린드의 미국 투어는 오늘날 2100만 달러 규모에 해당하는 경제 효과를 일으켰다. 콘서트 티켓뿐 아니라 여성 관객이 공연장에 쓰고 가기 위해 새로 사는 모자, 오페라 글래스, 제니 린드 종이인형, 악보, 심지어 '제니 린드' 브랜드의 씹는 담배 등등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07. 제니 린드와 P.T. 바넘의 금지된 로맨스?

 

당시 제니 린드의 미국 순회 공연이 큰 인기를 끈 주요 요인은 그녀의 폭발적인 스타성과 바넘의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 만든 시너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대중을 그토록 열광하게 만든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린드와 바넘 사이에서 흐르던 불륜의 기운이었다.

 

영화에서도 아슬아슬하게 묘사된 것처럼, 유럽에서 온 우아하고 이국적인 스타와 그녀를 곁에서 보필하는 쇼비지니스 사업가의 로맨스는 그것만으로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바넘이 청교도적으로 가정에 헌신하는 아내 채리티를 버릴지도 모른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제니 린드는 1852년 유럽으로 돌아간 뒤, 유대계 독일인 작곡가 오토 골드슈미트와 결혼했다. 이 소식은 미국 대중에게도 알려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매력 없는 골드슈미트보다 바넘과의 짜릿한 불륜 스토리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얄팍한 호기심이야 어찌되었든 린드는 세상을 떠나던 1887년까지 골드슈미트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08. 제니 린드-레베카 퍼거슨-로렌 올레드

 

스웨덴의 소프라노 제니 린드역을 영화에서 연기한 배우는 역시 스웨덴 사람인 레베카 퍼거슨이다. 레베카 퍼거슨은 스웨덴의 음악 전문 고등학교인 아돌프 프레드릭 뮤직스쿨에서 피아노와 성악을 공부했으며, 합창단 활동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레베카 퍼거슨이 아닌 가수 로렌 올레드. 로렌 올레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더 보이스' 시즌3의 톱20에 올랐던 가수다. 당시 애덤 리바인의 팀에 소속됐으나, 초반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로렌이 제니 린드의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레베카 퍼거슨도 이 역할을 위해 한 달 반 동안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세계 최고라고 칭송받는 오페라 가수가 무대 위에서 어떤 식으로 노래하는지를 몸에 익히기 위해서였다. 또한, 노래할 때의 감정과 몸의 디테일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실제 공연 장면을 촬영할 때는 레베카 퍼거슨 본인이 노래를 불렀다. 관객과 스텝들 수백 명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매우 곤혹스러웠지만 휴 잭맨이 격려해 준 덕에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09. 젠다야의 발견

극 중 공중곡예사 남매 중 동생인 앤 휠러 역을 맡은 젠다야 콜맨은 [스파이더맨: 홈커밍] MJ 역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배우다. 디즈니채널 TV에서 아역 배우로 활약하다가 [스파이더맨: 홈커밍]으로 영화에 데뷔했고, [위대한 쇼맨]이 겨우 두 번째 영화다.

 

젠다야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시크하고 냉소적인 너드(범생이) 캐릭터로 등장했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레베카 퍼거슨의 제니 린드가 선보인 우아한 매력녀의 대척점에서 극 중 가장 섹시한 매력을 발산한다. 음반을 내고 가수로도 활약했던 이력을 한층 발휘해 뛰어난 노래와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젠다야는 이번 영화에서 공중곡예 장면들을 대역 없이 스스로 소화해냈다.

 

 

10. 바넘과 채리티 부부

 

영화 [위대한 쇼맨]은 바넘과 채리티 부부가 진실한 꿈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는 이야기다.

 

극 초반에는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 P.T.바넘이 동네 유지의 딸 채리티와 '금지된' 우정과 사랑을 이어가는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실제 바넘과 채리티는 어린 시절에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채리티는 코네티컷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여자였고, 두 사람은 20대 후반에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또한,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도 두 명이 아니라 네 명이었다. 따라서, 극 중 바넘과 장인어른이 어릴 때부터 계속 갈등을 이어가는 장면들은 모두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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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 기성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