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짜 ‘연기 여신’의 위엄. 나문희의 필모그래피
[아이캔스피크]가 개봉 후 5일 연속으로 굳건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캔스피크]는 온 동네에 도깨비 할매로 소문난 억척스러운 '옥분'이 원칙주의자 공무원 '민재'와 만나 팽팽한 맞대결을 펼치던 중, 그에게 영어를 배우며 일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핏 단순하고 평범한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들어있다는 반전 아닌 반전이 있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나 관객들의 의식이 달라지는 만큼 자신도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그리고자 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흥행의 일등공신 중 하나는 깐깐하고 억척스러운 '옥분'을 연기한 나문희.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야말로 연기의 여왕이다. 주로 팍팍한 인생을 사는 할머니를 연기했지만 사실 수원에서 ‘나부잣집’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풍족한집 딸로 태어났다. 연극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 나문희는 1961년 MBC 문화방송 1기 공채 성우로 데뷔해 탤런트로 전직하여 수많은 역을 맡았다. 대표작들을 돌아본다.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1995)
1975년 일일연속극 [여고 동창생]으로 드라마에 첫 출연하여, 남들이 관심 주지 않는 배역도 마다않으며 꾸준히 활동했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 했다.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난 후, 1995 KBS1에서 방영된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 이북 사투리를 쓰는 억척스러운 할머니 역할이었다. [바람은 불어도]로 나문희는 KBS 연기대상, 32회 백상 예술대상 인기상, 23회 한국 방송대상 여자탤런트상을 휩쓸었고, 그 이후로는 그간의 주목받지 못한 것을 보답받기라도 하듯 출연하는 역할마다 주목을 받았다.
[조용한 가족](1998)
6명의 가족이 부푼 꿈을 안고 산장을 열었지만, 좀 처럼 손님이 오지 않는다. 결려온 전화를 반갑게 받아보지만 중국집인 줄 알고 잘 못 걸어온 전화였다. 여기서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으며 “이런 놈들은 부모가 자장면에 목을 메서 죽어야 한다.”며 험한 욕을 하는 이 집안의 어머니가 나문희였다. 김지운 감독의 이 영리한 잔혹 코미디는 한국영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알렸다.
[주먹이 운다](2005)
손자가 상환(류승범)이 소년원에 가고 아들은 공사판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 충격으로 자신도 마비가 온 박복한 할머니 역이었다. 할머니는 소년원에서 복싱에 눈을 뜬 상환에게 꼭 이겨야 하는 유일한 이유, 아니 이제 더 이상 지면 안되는 유일한 이유였다. 나문희는 이 작품으로 제42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열혈남아](2006)
자신의 아들을 죽이러 벌교에 내려온 재문(설경구)을 아들인 양 거두고 보듬는 역할이었다. 2000년도 초반에 불던 조폭영화 붐이 시들해지던 시점, 위대한 모성을 보여준 이 특이한 조폭영화로 나문희는 제7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연기상, 제4회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최고의 여자조연배우상, 제1회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여우조연상, 제28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등을 받는다.
[거침없이 하이킥](2006)
나문희의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하며 [거침없이 하이킥](2006)을 빼놓을 수 없다. 대가족의 어머니이지만 며느리에게 꼼짝 못 하는 캐릭터로 그 컴플렉스가 폭발한 ‘호박 고구마’ 에피소드는 아직도 레전드로 기억된다.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2007)
그녀의 연기인생 첫 주연작이다. 모자라고 허술한 강도단을 쥐락펴락하는 무적의 인질, 권순분 여사 역할을 맡아 [거침없이 하이킥]에 이어 또 한 번 코믹 연기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화려한 휴가](2007)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되어져야 하는 것이 80년 광주의 봄이다. 나문희는 아들의 시신을 보고도 죽음을 인정하지 못 하는 어머니 역을 맡았다. 2007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 여우조연상을 받는다.
[드라이빙 미스 김옥분](2008)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소개 되었던 [드라이빙 미스 김옥분]은 12분 짜리 단편이지만 그녀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작품이다. 늦은 나이에 운전에 도전한 할머니를 통해 많은 이에게 용기를 주는 내용이었다.
[수상한 그녀](2013)
아들 자랑이 인생의 유일한 즐거움인 일흔살 욕쟁이 할매 오말순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나문희 하면 떠올리는 대표작 중 하나다.
[디어 마이 프렌즈](2016)
시부모 봉양에 남편과 남편 형제들 뒷바라지, 거기에 세 딸까지 출가시킨 전형적인 '한국 엄마'지만 이제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연기한 문정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중년, 노년이 되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큰 감동을 주었다.
많은 연기자들이 인간적으로 또 배우로서 존경한다고 꼽는 배우 나문희. 70편이 넘는 방송과 20편이 넘는 영화를 찍은 다작 배우이기도 하다. 다른 배우들보다 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만큼 그녀가 앞으로도 더 오래, 더 다양한 연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RUN&GU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런앤건 = 글:김혜경]
'국내스타 비하인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귀화의 필모그라피 (0) | 2023.05.02 |
---|---|
잘 자랐다! 여진구의 심쿵샷 베스트5 (0) | 2022.07.09 |
감독님은 여자 맘을 너무 몰라! <너의 결혼식> 환승희 캐릭터를 완성한 배우 박보영 (0) | 2022.01.08 |
임수정의 희한한 캐릭터들 (2) (0) | 2021.12.27 |
원조 조각미남 ‘신성일’에 대해 알아보자 (0) | 2021.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