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채널 제도의 저지 섬. 넓은 대지 한복판의 저택에 귀부인 엄마와 두 아이가 살고 있다. 남편은 전쟁에 자원해서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햇빛에 노출되면 죽을 수도 있는 심각한 희귀병을 앓고 있어서, 하인들마저 모두 떠난 후에도 그들은 집 안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창문마다 두꺼운 커튼을 치고, 50개나 되는 문을 철저하게 잠가 가면서 엄마는 아이들을 지킨다. 전에 이 집에서 일했다던 하인 세 사람이 찾아와 함께 살게 되는데, 그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리고, 문이 저절로 여닫히는 등, 다른 누군가가 집안에 있는 징후가 점점뚜렷해진다.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아 침입자인지 유령인지 알 수 없다. 혼란은 커지는데, 세 하인은 진실을 알고도 침묵하는 듯 수상한 거동을 보인다. 딸은 처음부터 ‘그들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엄마는 딸을 믿지 않고, 딸은 엄마가미쳤다고 생각한다.
사실 엄마와 두 아이는 이미 죽은 존재였으나, 자신들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보이지 않아 유령이라 생각한 ‘그들’이사실은 산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기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던 유령이 진실을 알게 된다는 반전 때문에 <디 아더스>는 <식스 센스>의 아류라는 의심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오해다. 두 영화의 기획 시기나 개봉 시기를 대충 비교해보기만 해도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식스 센스>를 보고 시나리오를 썼을 리는 만무하다. 또한 저런 반전을 그린공포영화가 <식스 센스>가 처음이었던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두 영화의 반전을 이끌어 내는 설정에는 분명한 차이점들이 있다.
첫째, <식스 센스>의 유령은 모두 자기가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며, 인식하고 난 후에는 원래 가야 할 사후세계로떠난다. 반면 <디 아더스>의 유령은 자기 죽음을 인지하고 난 후에도 유령의 모습으로 계속 존재한다. 둘째, <식스 센스>의 유령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다른 유령을 못 본다. 하지만 <디 아더스>의 유령은 다른 유령을 생생하게본다. 세 식구는 유령인 하인들을 보면서 아무런 이상한 점도 의식하지 못한다. 남편(아빠)을 만났을 때도 그가 죽은 존재라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 셋째, <식스 센스>의 유령은 사람을 보고 느끼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디 아더스>의 유령은사람을 보거나 듣지 못한다. 특히 처음에는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어떤 변수에 따라 보고 듣고 느끼는 정도가 달라진다.
엄마는 거의 영화 끝까지 사람을 보지 못한다. 이 집에 외부인의 발길이 끊어지거나 하인이 갑자기 모두 사라진 것은, 이들이 죽음과 동시에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서 그런 것이다. 사람이 이사 온 이후로도 한동안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다 소년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다음은 뛰어다니는 소리와,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었다. 이는 영매 일행의목소리였던 걸로 짐작된다. 나중엔 딸에 빙의된 영매 노파의 모습을 보게 되고, 결국 방 안의 사람들 모두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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