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선생님인 제니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 비친 아이들은 너무나 맑고 순수하다. 그런 제니를 기다리고 있던 스티브는 프로포즈 반지를 몰래 숨기고 그녀와 함께 폐쇄된 호수공원, ‘에덴 레이크’를 향해 출발한다. 그리고 그곳을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 소리가 노골적으로 흘러나온다. 좋은 부모란 무엇이며, 학교와 교육시스템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영화의 주제는 명확하고 이야기는 단순하다. ‘에덴동산’을 찾아간 남녀 앞에 나타난 괴물, 바로 무서운 10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깊은 산 속을 헤치고 도착한 아름다운 호수. 인적 없는 그곳에서 제니와 스티브는 마치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처럼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껄렁껄렁한 10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시비가 붙기를 기다렸다는 듯이아이들은 계속 그들을 방해한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불쾌한 시선으로 훔쳐보고, 큼직한 사냥개로 제니를 위협한다. 그러자 처음에는 애들 장난으로 여겼던 스티브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주의를 준다. 하지만 적의를 품고모욕감을 주는 게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거라 여기는 아이들은 스티브에게 불쾌한 욕설만을 내뱉는다. 그렇게 사소한시비가 계속되자, 특별한 프로포즈를 준비했던 스티브의 계획은 엉망이 되고, 아름답던 에덴동산은 점점 지옥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탈선은 더욱 심해진다. 몰래 그들의 휴대폰과 차를 훔치고 목숨을 위협하며 낄낄거린다. 그러자 점점 이성을 잃어가던 스티브는 아이들과 몸싸움을 벌이게 되고 그만 실수로 그들의 개를 죽인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폭력성은 고삐가풀린 듯 폭발하기 시작한다. 제니는 겨우 몸을 숨기지만, 스티브는 아이들에게 붙잡혀 피투성이가 된다. 무리 안에서 인정받고 위해서 아이들은 돌아가며 스티브의 몸에 칼을 꽂는다. 죄를 덮기 위해서 아이들은 더 큰 죄를 짓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숨어서 보던 제니의 눈빛은 이제 공포와 분노로 이글거린다.
<에덴 레이크>는 <우먼 인 블랙>, <바스티유 데이>등을 연출한 제임스 왓킨스의 데뷔작으로 공포와 액션을 넘나드는 그의 가능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감독뿐만 아니라 뛰어난 배우들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우리에게 <엑스맨>, <카운슬러>등으로 유명한 마이클 패스벤더와 <셜록홈즈>, <플라이트>등으로 얼굴을 알린 켈리 라일리가 반갑다. 특히 <머니 몬스터> 등을 통해 개성 있는 배우로 성장한 잭 오코넬의 비행 청소년 연기는 그의 인격을 의심할 만큼 너무나 완벽하다.
상당히 불편한 영화다. 슬래셔 영화처럼 잔인하지도, 오컬트 영화처럼 무섭지도 않지만 영화가 끝난 뒤 씁쓸한 뒷맛이 오래 남는다. 괴물 같은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감싸는 괴물 같은 부모의 모습에 분노와 동시에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론 삶에 지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삐뚤어진 아이들은 더 큰 폭력을 뱉는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자라서 또다시 폭력적인 부모가 될 것이다. 이 악순환 속에서 감독은 우리에게 무거운 고민을 던져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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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앤건 = 글: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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