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스포츠 에이전시에서 잘 나가는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는 선수와 인간적인 교류를 하지 않고, 사업규모만 확장하려는 회사와 마찰을 일으키고 독립한다. 제리를 따라나선 도로시(르네 젤위거)와 연인관계로 발전하지만 둘은 크게 다투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제리 맥과이어는 자신과 계약한 미식축구 선수 로드(쿠바 구딩 쥬니어)의 인상적인 플레이로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왠지 그 순간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제리 맥과이어는 도로시를 찾아가 자신을 완성하는 것은 당신이라며 프러포즈하고, 한참을 듣고 있던 도로시는 제리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이미 모든 것을 용서했다며 그를 맞는다. 도로시의 말이 맞다. 세상에, 톰 크루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내 여자 어디 있느냐고 두리번거리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오히려 이 장면의 놀라운 점은 방금까지 도로시 방에 모여 신나게 남자 욕을 하던 동네 아줌마들이다. 제리와 도로시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감정선은 이 자리에 앉아있는 아줌마들의 표정과 그래프를 같이한다. 도로시의 언니 로렐(보니 헌트)을 제외하고 각자의 캐릭터가 친절하게 설명된 적 없는 이 아줌마 군단은 아직 펑크 복장을 하고 있는 50대의 페미니스트, 바지정장을 입은 커리어 우먼, 진주 목걸이에서 교양이 묻어나는 노부인, 주변의 감정에 일일이 반응하는 비글같은 아줌마까지 다양하게 관객의 감정이입을 대신한다.
인생에서 상처를 받은 적도 준 적도 있었던 각자의 기억이, 눈앞에서 칭얼대는 젊은 연인들과 오버랩된다. 음악이 깔리지 않아 더 집중력이 있는 이 시퀀스의 행간에, 아줌마들은 “속지 마. 이 기집애야.” 부터 “뭐하니? 달려가 안겨야지.” 같은 인생의 금언을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으로 쏟아낸다. 덕분에 제리의 화려한 일상과 대비를 이루며, 묘한 설득력을 가진 프러포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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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안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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